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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

아들아 !누가 너희들의 눈동자에 빛이 없다고 말하는가?

 누가 너희들의 눈동자에 빛이 없다고 말하는가?

 


아들아 !
부모를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네 또래의 젊은이들이 빨간 스포츠카를 몰며
거침없이 도로를 질주할때 너는 폭염속 완전군장에 40km 행군길에 나섰다.
전투력은 "발바닥에서 나온다"는 섬뜩한 전통속에 물집터진 발바닥의 고통을 
어금니 깨물며 참아냈다는 네 말에 못난 아비의 가슴엔 비가 내린다.
사랑하는 아들아 !
네 또래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커플 반지와 목걸이.서로 걸어주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 마주보며 다짐할때도
너는 생명선 한줄에 목숨을 담보로 외줄과 레펠을 타며 조국의 간성이 되기를
절실히 약속했다.
고관대작.백만장자를 둔 네 또래의 아들과 손자는 "죽어도 군대는 가기 싫고
보내기 싫다며"이 나라 국적마져 포기하는 작금에도
아들아 너는 총성 이어지는 종합 각개전투장에서 눈물 삼키며 철조망을 기었다.
제 엄마가 정성들여 만들어 낸 수가지의 맛깔스런 반찬에도 젓가락 가지않고
피자에 콜라병 차고 인터넷 채팅으로 소일할때도
너는 훈련과 학과준비로 잔밥 한그릇 제대로 먹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고통의 날들을 보냈다.
한과목만 유급되면 즉시 퇴교 당하는 현실에 가족에게 편지 쓸 시간도 없이
새벽 3시까지 책과 씨름하고 그 스트레스로 머리숱이 눈에띄게 적어진다는 말에
아버지는 정말 목이 메었다.
아들아 !
아버지는 보았다.
요동치며 성난 노도가 되어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이듯 푸른 연병장으로 입장하는
너희들의 열병은 고도의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현실로 될수없는 정말
30여년만에 보는 절도와 패기 넘치는 명장면이었다.
모두가 놀랐다. 서슬퍼른 70년대 군 생활을 한 아버지 연배의 아버지들이
한결같이 감탄을 한다. 저들이 신세대 장병이라니...
요즘 사병들 눈에는 광채가 없다고 탄식한다. 실은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오만촉광보다 더 강열한 눈빛이 참석한 부모들 모두를
압도했다. 사병들과는 비교되는 혹독한 훈련.고도의 훈련만이 잘 다듬어진 너희들을
배출할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우리는 실감한다.
아들아 !
이 세상에서 제 자식을 군대에 가지않게만 할수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길을 택할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동료가 전우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소름돋는
무서운 현실앞에 아버지는 이 길을 말리지못한 나약함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곁에 있을때 좋은 의식주며 잔잔한 정마져 제대로 한번 챙겨 주지도 못하고 어린
가슴에 찬바람만 돌게했지만 너는 고맙게도 너무도 빨리 방황을 접고 든든한 아버지
의 아들로 불평없이 커줘서 지금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들아 !
어느새 너는 청년이 되었구나 
아니 너는 대한민국을 지켜갈 간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임관식날 귓전에 들려주던 너의 말 
아버지.
저는 대한민국에 취직한 아들 입니다.  그 말에 아버지는 눈시울을 적셨다.
아직도 가진자의 집 아이들은 한창 응석과 투정 부릴 나이인데도
너는 빨리 독립하여 아비의 짐마져 드는구나. 
그래 비겁하지 않는 정말 용기있는 영리한 참 군인이 되어라. 
아들아 !
이제사 말하지만 네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너와내가 아버지와 아들로 맺어진것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아들아 ! 정말 사랑한다 내 아들아 !

 

2005. 7. 15. 임관식날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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