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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여행

악양벌 민초들의 혼이 된 허수아비들의 춤사위

언제보아도 넉넉한 섬진강은 여름 그 많은 투정들을 받아내더니 싫은 기색 없이 가을로 간다.

지리의 줄기로 하동포구 80리를 굽어보며 내려오던 성제봉(형제봉)은 악양벌에서 그 위용을 들어올리며

큰 산 하나를 만들어 악양벌 그 너른 들판의 바람막이로 삼았다.

 

걸죽한 대하소설 박경리님의 토지의 주무대로 문학하는 사람들과 그 지망생들이 줄을잇는 최참판댁과

악양벌은 이제 소설의 인기만큼이나 높아만간다.

 

툇마루에서 내려다 본 민초들의 삶의 터였던 들판에서 전개되는 애환과  그리고 청류빛 섬진강의 투박한 삶.

분명 서희는 소작인들의 고난과 가진자들의 횡포와 착취 약육강식의 먹이사슬로 이어진 추한 강자(强者)의

모습을 보고 분개하며 강해져 갔을까?

 

그래서 몇해전 부터 악양벌엔 그 옛날 민초들의 혼이 된 허수아비들의 춤사위가 너른 황금들판을 물결져

가고있다. 세상번뇌 다 잊고 잊어라는듯  옥빛 가을 하늘아래 한맺힌 여인의 긴 머리풀듯 어깨춤 질퍽하게

추는 때론 슬픔으로 때론 신명나게 한판 벌이는 그 현장으로 간다.

 

 

세상의 많은 벌판중에서 왜 하필 이곳에만 모여 유희를 하는가?

분노하는 길상.

여리고 강한 서희.

그리고 지주들에게 착취와 농락 당한 소작인과 그 식솔들

악양벌엔 모두가 다 혼으로 태어났다.

면장도 한켠에 주사도 어느 집 논두렁에 익어가는 가을볕 아래 서 있었다.

 

 

 

 

 

 

 

모두들 일어서고 있었다.

척박한 이 땅 온몸 부대끼며 비옥하게 한지 겨우 수년

외국 농산물에 힘없이 밀려나 토종하나 간수못한 오늘날 무지의 현실과 나약함에

땅을치며 분노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가?

너희들은 어느나라 백성이며 누구의 자식들인가?

들판은 이내 숭년든 그때보다 더 비애만 가득차 간다.

 

 

가는길

남해고속도 하동 나들목을 나오면 좌측은 남해대교로 가는길이고 우측 전도를 지나  섬진강이

따라가는 남도길이 시작된다. 쌍계사 방면으로 달리다  고소산성 아래 최참판댁 표지판이 있는곳으로

들어가면 바로 너른 벌판이 평사리 악양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