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길에서 만난 낙안읍성과 순천만
떠나는 가을을 배웅이라도 한다면 좀 사치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기자기한 산도 하나
타고 허한 중년의 가슴을 위로받을 여행지가 없을까 고민하던중 문득 낙조가 장관이라는
순천만이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일몰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순천만 낙조.
그 낙조를 보기위해 2005. 11. 12. 길을 떠난다.
순천만은 낙조만 있는것이 아니라 약 15만여평으로 추정되는 갈대밭이 있고 전국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갯벌이 있어 해마다 11월초엔 이곳에서 "갈대축제"가 열려 올해도 지난 11. 4.
부터 6일까지 사흘간 각종 공연행사등 40여종의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전한다.
이른 아침이라 진종일 순천만에서 시간을 보낼수가 없어 작년 이맘때 조계산과 선암사를 돌아
낙안읍성에 가보니 동헌 뒤 바위산이 생각나 순천만을 가기전 낙안의 금전산을 오르기 위해
승주 나들목을 나오니 노오란 잎 측은하게 길바닥에 무수히 떨어뜨린 은행나무 가로수가 떠나는
가을을 온몸으로 배웅하고 있다. 857번 도로를 따라 좌측 상사호가 물안개를 피워 잊고 산 추억
하나가 그리움으로 피어나니 길손의 아침은 이내 회상의 시간이 된다.
조계산 자락에 터 잡은 태고 총림의 본산인 선암사를 가는길도 이 길 따라가다가 우측으로 들어간다.
상사호가 끝나고 돌고도는 길 따라 올라 내려서니 산길 헷갈리지 않게 금전산 산행들머리인
낙안온천이 바로 우측에 있었다.
금전산 전경.
낙안온천 맞은편 우측 금강암 표지판이 있는곳이 산행 들머리다.
급한 경사도 아닌 유순한 비탈길을 조금 오르다보니 오색의 리본이 제법 매달려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 산수와 바위의 풍광에 취해 낙안벌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렸으리라.
제법 콧등에 땀이솟을 무렵 산중턱에서 부지런한 사람들을 만나고 시야가 탁 트여 산 밑을 내려다
보니 낙안읍성의 아침풍광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풍요가 끝난 바다처럼 너른 빈 들판이
가을을 쉬이 보내고 쓸쓸함만 가득담아 이불도 덮지않고 누워있다.
낙안읍성(가운데)과 낙안벌.
서쪽으로 하늘금 그은 산줄기가 조계산을 달리는 호남정맥인지 넉넉하고 참 보기가 좋다.
너른 벌판을 병풍처럼 산들이 둘러 싸고 있으니 천혜의 문전옥답이고 그러므로 고을이 어찌
생기지 않았겠는가. 예전엔 인심 또한 들을 닮아 넉넉 했으리라. 30여분을 올라 턱 버티고 선
암봉을 만나고 좌.우에도 기립한 바위봉들이 금강을 닮아 번득인다. 그렇게 힘들것도 없는
이곳은 가족들과 손잡고 올라 낙안읍성과 주변 조계산 선암사와 송광사를 둘러보고 갈대
끝없이 늘어서 철새들과 노래하며 해거름 갯벌에 해를 들여 보내는 순천만을 둘러보는
테마여행과 산행을 겸하기를 권하고 싶다.
금강암으로 가는길. 절벽위에 자리한 암자의 풍경소리가 나즉히 들리고 욕(慾)가득찬 중생 그래도
극락으로 인도 하려는듯 천상으로 가는 석문은 감사하게도 극락문(極樂門)이다. 여기서 부터는
공심(空心)으로 들어 가려는듯 몸을 낮추어 들어서고 그래도 부족해 다시 마음 씻어라며 좌측
암벽에서 떨어져 모인 석간수를 들게한다. 정성들여 쌓은 돌계단을 올라서니 다시 세찬 바람이
부정한 몸 털어 내려간다. 순천시 낙안면 상송리 산 1-1 금강암. 금전산 남서쪽 8부능선 절벽위에
백제27대 위덕왕 24-25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하여 통일신라때 의상대사가 중수하고 고려때는
보조국사가 호남 제일의 관음기도 도량으로 번성 시켰으나 여순사건때 소실되어 1992년 까지
폐사된것을 다시 일으켜 현재에 이르렀다는 안내 표지판이 생전 처음온 산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우측 낮은 종무소 처마에 매달린 풍경은 한방울씩 떨어지는 석간수 소리마냥 정말 낭랑하다.
살면서 죄 지은게 많아 부처님을 알현할 용기가 없어 산객은 언제나 절 마당에만 선다.
의상대인지 원효대인지 분간 못하는 암봉에 올라 마애불상이 있다는 돌탑을 향하니 탑 아래
상송제(저수지)물빛도 이젠 완연한 초겨울이다. 다시 산객들을 만나고 숨 한번 고른후 터덜터덜
오르니 전위봉이고 헬기장이 잘 닦여져 있다. 여기서 3분가량 오르니 바로 돌탑과 표지석이 있는
금전산 정상 발아래 낙안읍성과 낙안벌이 고요하다. 그리고 우측 발아래로 857번 도로가 고개길을
숨가쁘게 올라간다. 하산은 여기서(정상)좌측 오공재로 가는 산길도 있고 우측 궁굴재를 거쳐
쌀바위가 있는 불재로 내려서도 된다. 단 가족산행은 왔던길로 되돌아 하산하여 낙안읍성으로 가
60년대 우리 농촌의 촌락 모습과 당시의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는것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 낙안읍성내의 촌락. 필자의 고향마을도 중학시절까지 이런 모습의 동네였다.
낙안읍성의 유래와 선암사 이야기는 산사 산행 "조계산 너른품에 안긴 선암사"편에 언급되어 있어
여기서는 생략하고 그림만 몇장 올린후 순천만으로 갑니다.
담장위 용마루의 아름다운 선이 고향집으로 데려가고.....
동헌. 현감 집무실. 사진을 찍고보니 동헌과 금전산이 ㅇㅇ대 터와 비슷하다.
또 가을이 가네 그리고 젊음도 청춘도 가네
순천만으로 가기전 잠시 들른 선암사.
선암사 요사채의 初冬
순천만 대대포구는 노을 곱기로 소문난 포구다.
산객은 다시 순천 나들목을 나와 여수방면의 도로를 가다가 고가도로 못 미쳐 우회전 하여 벌교
강진 방면 2번 국도를 내달려 별랑 못미쳐 [순천만] 표지판과 순천만 갯벌의 노을 사진이 그려진
입간판 쪽으로 좌회전하여 들어가니 갈대천국인 대대포구와 만났다.
길가에 빼곡히 도열한 차량들 역시 소문만은 아니구나 하며 포구로 내려서니 갯벌 생태 탐사선(?)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요금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 10여분도 안걸리니
결코 예사로운 요금은 아닐듯... 요란한 제트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중형급의 보트가 선착장에
들어서자 마자 물살을 가르며 나가고 다시 다른 배가 들어온다.
해거름의 회색빛 하늘과 갈대숲 왠지 산객에게는 애잔함만 묻어난다.
갈대밭을 체험하는 목로(木路 : 나무로 설치한 긴 다리)엔 연인과 가족들이 밀물처럼 밀려가고 온다.
하늘엔 기러긴지 청둥오린지 또 어디에 머물고 싶은지 활처럼 대열지어 날아간다. 해거름이 내리고
서산엔 노을이 지는데도 사진에서 본 갯벌의 모습은 어느 한구석에도 일어나지 않아 조바심이 생겨
필시 낙조 사진은 조작(작업)된 것이라 의심하며 1시간여를 갯벌 언저리에 쭈그리고 앉아 서산에
넘어가는 평범한 일몰만 찍고 돌아오면서 주변에 낙조보려 간다고 하면 차라리 고향 강둑에서 노을을
보는것이 월등히 나을것이라 말할것을 다짐다짐 하며 귀가하여 책을 펼쳐보니 이런 낙조는 대대포구가
아니라 대대포구의 용산에 올라 갯벌쪽을 봐야한다네요 (ㅠㅠ) 산객 실수 했으니 11월중으로 다시
용산을 가 볼수밖에...친구 한녀석 꼬셔서 같이 ㅎㅎㅎ
그래도 일몰 사진 한번 보세요 추위 참으며 찍었습니다.
순천만 갯벌 갈대.
대대포의 일몰.
대대포구 . 갯벌 탐사선중 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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