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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여행

아우라지 섶다리에서 만난 님아 ! 우리 님아 !


아우라지 쌍섶다리에서 만난 님아 !우리 님아!

2006. 1. 21. - 22. / 기산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간다지 못간다지 얼마나 울었나 송정암 나룻배가 한강수가 되었네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집에 서방님은 날안고 돌줄 왜 모르나
중략
당신이 날 생각을 나만치만 한다면 가시밭길 수천리라도 신발벗고

가리라.
강건너 저묵밭은 작년에도 묵더니 올해도 나와같이 또 한해묵네
정선아리랑의 소절이다.


정선은 첩첩산중이며 자연이 살아 숨쉬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한밤을 달려(진주-부산(심야버스)-강릉)새벽녁에 강릉에 도착한 필자는 이른아침 산깊고 물좋은 정선을 향해간다.

민초들의 척박한 삶의현장.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이 여울이 되어 흐르던 그곳.걸죽한 육자배기와 간드러진 주모의 남정네 혼빼는 노래소리가 젖가락 장단에 녹아나던 나룻터옆 주막들 아련하게 물안개처럼 피어날것 같은 그것들을 상상하며 정선군 북면 여량5리 아우라지를 찾아간 필자는 고향 영천강보다 더 작은 냇가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곳은 한양수로 천리길 목재를 운반하며 급류와 싸우던 뗏꾼의 한(恨)이 자갈처럼 드러눕고 정처없이 흘러온 타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량 처녀의 생이별은 슬픈 돌로 서있다.

 

그날 아침도 무엇이 머물다 돌아간다.오메불망 떠나간 님 기다리며 옷고름 입에물고 강줄기 바라보는 댕기처녀의 슬픈연가가 아리랑 가락에 묻어 물살따라 가고 있다.




▲아우라지 섶다리 와 정자 & 아우라지 처녀상.

아우라지는 여량 나루터다.

호남의 진도아리랑 영남의 밀양아리랑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로 꼽히는 정선아리랑은 여량 아우라지 나루터에서 시작된다.

 

필자가 윗글에서 소개한 가사중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정선아리랑중 대표적인 이 가사의 사연이 참 애닯다 1910년경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여량리의 처녀와 구절리 너머 유천리에 사는 총각이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느날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했다.

 

그러나 전날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를 띄우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애타는 연정을 이 가사에 담았다. 허지만 필자가 찾아간날 이곳에는 섶다리가 놓였다. 그것도 쌍섶다리다. 애타는 연정을 이별없이 정답게 손잡고 건너라는듯 섶다리가 최근 생겼다.

 

필자도 아우라지 아리랑 한소절을 짓는다. 님아/ 우리님아/ 섶다리에서 만난 우리님아/ 아라리 가락따라 깊은 사랑 키우면/ 섶다리가 웃는다/ 섶다리가 춤춘다/ 님아/ 밤마다 내가슴에 머무는 님아/ 애타는 이내 맘/ 꿈길에도 알거들랑 / 안아주소 품어주소 그대 님이 안아주소.

 

얼음장 밑으로 소리내며 달려온 송천과 굽이 휘돌아온 골지천이 한데 어우러져 님이 건너간 섶다리를 지날때 귓가엔 구슬픈 정선 아리랑이 굽이쳐 흘러간다.

 

해도가고 달도가고 월선이도 갔는데/ 그대 당신은 어데로 갈라고 뒤쳐저있나/ 당신이 내속썩는줄 그다지도 모르거던/ 앞 남산 봄눈쏙는걸 건너다보게/ 우수야 경칩에 대동강이 풀리고/ 당신에 말한마디에 내속이 풀린다/ 산천에 올라서 님생각을 하니/ 풀잎에 매디매디 찬이슬이 맺혔네/ 오시라는 유정님은 왜아니 오시고 오지말라는 굿은 비만 줄줄이 오네.


애틋한 가락 님도 듣고 계시겠지...
☞ 가는길 : 영동고속도 진부나들목 59번 국도 북평면 나전으로 가

   다시 42번 삼척방향 국도 약 18km쯤 가면 정선군 북면 여량5리

   아우라지 나루터를 만남.   냇가옆 간이 주차장 설치
☞먹거리 : 필자도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곤드레나물밥

   (정식명칭  고려엉겅퀴)전문점이 많다.

   참고로 2일과7일은 정선읍내 5일장이 서는날이다.





▲ 아우라지 섶다리

아우라지 여울소리에 묻혀가는 아리랑 선율을 뒤로하고 상정바위산을 가기위해 섶다리를 건너올때 울컥 목까지 차는 내손잡은 그리움이 따뜻하다. 여량 아우라지 나루터는 만남과 헤어짐도 있지만 그리움처럼 아름답게 시작되는 사랑도 분명있다.

강태공이 아니 신선이 놀다 해떨어지는줄도 모를 조양강변길을 여유롭게 가는 낮선 산객은 이내 옥빛물에 반한다.

 

산골의 깊은 정취가 차창에 영상이 되어 눈에 보일때 골로 들어가는 마음은 온통 설레임으로 가득차다. 상정바위산(1006.2m)작은골 초입 독가촌이 깊은 겨울잠에 잠겨 묵상하고 있다.

가파른길도 잠깐 숨헐덕이며 오르고 그리고 넉넉하게 가랑잎이 밟히는 능선을 오르다 우측을 바라보니 한반도를 빼닮은 산하나가 시야로 들어온다. 그 옆으로 굽이굽이 조양강이 동.남.서해를 만드니 대한민국 전도보다 더 선명하다. 제1전망대서 바라보니 제주도까지 선명하지만 주변 수림으로 조망이 불편해 누군가가 수고를 해야 정확한 한반도를 닮은 산을 조망할수 있을것같다.

 

따라서 정선군은 상정바위산 조망처에 군 산림과 혹은 관광부서 담당자와 공익요원을 잠시 할애하여 이정표 및 전망대를 정비하여 원.근 사람들이 찾아와 기분좋게 조망하게 해야 자연이 살아 숨쉬는 강원도 원시의 추억을 만나는 아름다운 테마가 있는 정선을 찾아올 것이다.

 

하산길 노추산을 비롯해 주변 산마루금이 겨울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 잊지못할 라면죽이 완성 되었다.

서둘러 영월을 가기위해 하산길을 재촉하며 70.80 노래의 흥얼거림이 가랑잎 밟는 소리와 어우려져 또 하나의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가랑잎(낙엽을)밟는 발자욱 소리가/ 정아 들리겠지/ 노을에 젖는 세월의 그림자가/ 정아 아-아-보이겠지/ 저 -무는길 새들이 숲으로 돌아가면/ 저 - 황혼에 외로움 무엇으로 달랠까/ 가랑잎 밟는 발자욱 소리가/ 정아 들리겠지





▲ 상정바위산 입구.



▲스스히 모습 드러낸 한반도. 실상을 말하는듯 암색이다.




상정바위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반도 산. 조양강이 굽돌아 간다.



▲ 상정바위산 정상

영월
정선과 마찬가지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오지로 이곳 역시 첩첩산중이다. 다시 조양강을 돌아 영월로 가는도중 웰컴투 동막골 촬영장 팻말이 보여 느닷없이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봄이 아직 멀리 있듯이 이곳 골짜기엔 냉기가 엄습해온다. 잔설이 빙판길을 만들어 놓아 조심조심 하며 입구에 도착하니 관광버스 까지 주차되어 있는걸로 보아 휴일엔 꽤 사람들이 찾아오나 보다. 주변 굴피로 지붕을 이은 간이 주막에서 피어오르는 오뎅국이 오지의 겨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예전 강원도 오지의 겨울은 방한가운데 숯피운 화로에 주전자와 다 찌그러진 냄비속에 김치치개가 끊어면 찰옥수수 탁배기에 모락모락 정이피듯 한겨울이 지나가는 것이다.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의 몸부림이 여기에도 있다. 영화의 유명세를 등에업고 시방 이곳은 다시 너와집등을 짓는등 확장개업을 서두르고 있다. 촌장집 안마당엔 동막골 주인공들의 소품을 입은 젊은이들이 추억 만들기에 열중해 필자도 문득 흘러간 청춘이 노래가 되지만 아직 우리에게도 사랑의 힘은 있다.
묵은 사랑이 말이다.





사진 위 아래 웰컴투 동막골 셋트장. 이곳에서 영화 한편이 완성 되었다니 우습다.



여행지나 산행지에서 맞는 밤은 그래도 주막 한곳은 거쳐가야 하지 않을까? 겨울의 짧은해 때문에 여러곳 볼려고 조바심을 내어 보았지만 결국 동막골을 돌아 나오자 어둠이 깔린다.

진부 고갯길 위태히 내려서서 어느 이름모를 계곡 주막집에 들러 소주 몇잔에 어느새 취기가 돈다. 우리사는 속세의 술집처럼 이곳은 고함소리도 없다. 깊은 산중의 추억 한장이 디카에 찍힌 영상처럼 내 마음에 각인된다. 이제 긴 외로움도 접어야겠다.

 

오랜세월 영욕보다 더 고통스럽던 고독의 시간들도 날려 버려야겠다. 고단한 우리 일상도 포근한 날개에 팔베개 해주며 그리움의 바다에서 아픈 상처들도 보듬고 치유해야겠다.

그윽한 체취가 향기롭게 번져온다. 이내 골아 떨어졌다.
어둠이 천천히 걷혀가는 강릉바다 드센 물살이 갈매기마져 쉬는걸

거부한다. 살갗에 회색 겨울빛이 닿고 멀리 등대 끄트머리 동쪽 수평선위로 태초의 신비로움으로 붉은해가 사랑하는이의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아 ! 처음 본 강릉바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이 번득이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서성이던 사람들 등대를 향해 달리던 사람들 모두가 정지하며 작은 탄성을 지른다. 발길을 돌리면서 마주보니 흰눈감고 늘어진 대관령 줄기가 손짓해 물어물어 옛길을 찾아가 제왕산에 오르면서 어느 품에 쉬려고 안긴다.















강릉바다에서 바라본 대관령 줄기



대관령 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