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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정맥 길

낙동정맥 종주 10번째 길 (한티재-검마산휴양림 임도고개)

 

낙동정맥 10번째 길
한티재-추령-덕재-임도고개-검마산 휴양림
2005. 10. 16.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매미울음이 가을에 밀려 묻혀버렸다.

세삼 세월 흐름에 무상함을 느끼며 자꾸 숙연해짐은 유속 빠른 물살처럼 너무도 빨리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간밤 자정에 진주를 출발한 우리는 남안동 나들목을 나와

34.918.88번 도로를 따라 영양군 수비면 소재지를 지나 외딴 주유소 위 한티재에 도착하니

새벽 5시40여분.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고개옆 영양군에서 설치한 정맥 세구간의 안내도를

보면서 성의있는 경북 영양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이 자리를 빌려 영양군의 사례를 몇가지만 언급하자 우선 위 지자체는 낙동정맥의 등줄기가

자기 고장을 지나가는 그 자체를 대단히 영광 스럽게 생각하는 郡이다.

상세한 정맥길 안내도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비탈길 오르면 정맥꾼들 쉬어가라고

나무의자를 곳곳에 설치한것은 물론이고 식물명을 적은 팻말과 시인들의 글들을 걸어놓아 지친

육신을 잠시나마 달래며 갈수있다. 인근 울진군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사례라 아니 할수없다.

다시한번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06시25분 드디어 출발이다.

 

간밤 이곳은 서리가 내려 방풍의를 입었는데도 무척춥다. 이슬이 발등어리와 바지가랭이를

적셔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이내 가파른 오름과 내림을 걸어 06시35분 길 안내목과 통나무

의자를 만나 엉덩이를 살짝 붙인후 세도가 인듯한 커다란 통정대부 안동 김공묘지를 지나자

이어 이름없는 무명묘지를 만났다.  6시50분 나무에 기대진 양주동 시인의 시팻말을 바로 세워놓고

오름길을 재촉하자 좌측 울련산에 먼동이 트고 우측엔 운무가 바다를 만들어 첩첩산중의 아침이 평화롭게 열린다.


 

 

 

통나무 의자에 앉아 먼동을 본다.

하루가 시작됨을 빛으로 알리면 만물은 모두 기지개를 켜며 일제히 기상하는 원칙을 영원히 깰수는 없다. 

활처럼 돌아가는 맥은 줄어들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지겨울 정도로 빙빙 돌아가는것 같아 조금은 답답하다.

7시5분 산이 날 에워싸고의 박목월님의 시팻말도 보면서 지그재그의 비탈길을 내려간다.

7시20분 분지같은 능선길 우측으론 때깔좋은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며 기개를 펼쳐 정말 보기가 너무좋아

기분은 상쾌하고 넓은 무덤가에 도착하니 눈앞에 소죽 끊이는 연기가 간간히 보이는 우천마을이

안개에 쌓인체 시방 깨어나고 있다.

 

10여분간 휴식하고 밭고랑을 건너 맞은편 능선을 오르자 하얀서리와 서리발이 을씨년스럽게 보여

이곳은 이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암시하는것 같다.

이 산골마을에 함박눈이 소복히 쌓이면 몇날을 꼼짝없이 갇혀 세상과 단절할것 같아 측은해 보이는것은

냉기있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가파른 오르막 15분정도를 땀좀 흘리며 오르는데 좌측으론

이내 바람결에 정처없이 비행할 억새들이 마지막 기운을 소진하며 흰수염을 날리고 섰다.

또 다시 통나무 의자와 "빈산이 젖고있다"시 팻말을 만나 역시 산은

"평생 다 만나지 못할 내 그리움"같은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8시30분 삼각점이 있는 636.6봉에서 쉴려고 하였으나 박영태대장이 추령에 쉼터가 있다며

그곳까지 가자고해 일어섰다. 평탄하고 호젓한 굴참나무 숲길을 걸어 내리막길을 내려가자

간벌하는 전기톱소리가 골을 누빈다. 임도가 있는 추령. 영양군에서 설치한 추령쉼터의 지붕이

풍상을 견디지 못하고 거의 비바람에 날려가 하늘이 보인다.

정말 시간만 촉박하지 않으면 우루루 달려들어 황매산 산골 출신 총무의 좋은 솜씨로 억새 날개장을

엮어 지붕을 덮어놓고 오고 싶었다. 이 길. 고행의 길 가는 산객들 비 만나면 비라도 피해가게 말이다.

9시10분 능선에 올라 아침식사를 하고 50분 다시 일어나 산길을 재촉한다.

돌고 돌아 오르고 내리기 30여분 10시에 635.5봉에 도착하고 다시 30여분 내달려

낮은 봉우리에서 모두 휴식한다.

 

 

참 희안한게 추석전 그 난리 피우던 송이가 생각나 오늘 송이 한송이 누가 케어 보라고 하자 

졸자를 보고 웃는다. 송이는 이제 녹아 없어졌다나. 그래도 한번 소나무 밑 낙엽을 뒤져보라고 하자

일행들 몇분간 훍어보더니 없다며 일어선다.

허긴 뭐 제철인들 길가옆에 송이가 있을까?  10시50분 우측으로 포장된 임도가 보이고 휴경한 밭이 보인다.  

속세가 싫어서인지 아니면 산이 좋은것인지 움집을 지어 살았던 흔적이 있는 능선을 지나 우측으로 오기

저수지 방향으로 가는길이 있다. 날 세운듯한 낭떠러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11시40분

통나무 의자를 또 만나고 내리막길 내려서니 덕재다.(12시10분)

건너편으로 오르는 일행들 모습을 보며 필자도 재에 내려선다.

오다가 스트레스 받은 진달래가 함초로히 핀것을 보니 문득 국사봉 철쭉이 생각났다.   

 

 

덕재에서 다시 검마산을 향해

 

 

오늘은 산줄기가 내달리는게 아니라 활처럼 구부러져 새벽에 출발한 한티재 방향으로 돌고 돌아간다.

그래서 郡戒 하나를 지나는데 보통 3-4구간을 머물어 가야하니 어디 이 산길이 쉽게 줄어들기나 하겠는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좌측을 쳐다보니 일월산 밑 정맥길이 또렷하게 보이고 가는길 좌.우로 금강송이

무리지어 가지를 늘어뜨려 한폭 그림이다. 12시35분 올라간 능선에서 휴식하며 멀리 검마산 임도가

8부능선쯤 걸쳐있는게 뚜렷하다.

새 봄날 힘껏 생명을 쏘아올린 이파리는 어느새 물이들어 조락이 아쉬운듯 능선마다

작은 恨들을 형형색으로 늘어놓았다.

좌측 낭떠러지가 있는 바윗길을 돌아오니 여기도 진달래가 실없이 피어있다.

 

 

능선마다 이파리는 물이들고..

 

 

차가 차단기로 임도를 못올라와 모든 정맥꾼들이 검마산 위의 임도 까지 진행을 못하고

아래 임도까지 밖에 전진을 못한다고 해도 일행들은 한사코 검마산 위 까지 가기를 우겨

김해 弟氏에게 임도까지 올라올수 있냐고 물었더니 길이 너무 위험하고 차단기가 중간에 있어

주변 사람들이 한사코 말린단다.

 

위험한 도로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어니 하산 하자고 했더니 일행들은 영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이럴때 필자는 답답하다. 젊은 혈기로 임도 2시간을 걸어 가더라도 진행할려는 용기는 높이 평가 하지만

나이든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대다수의 정맥팀들이 억울해 하면서도 무리를 하지 않는것은 안전을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도 다음 구간을 줄이기 위해 그곳까지는 고되더라도 오르고

싶었지만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 아니라면 멈출줄도 알아야 한다.  

 

검마산 휴양림.금강송의 군락지고 장대한 산줄기를 거느린 위풍당당한 산이다.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이제 산을 만나고 내려간다. 13시10분 임도에 필자도 내려서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면서 불현듯 검마산 저너머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13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다음 구간이 필자앞에 탁 버티고 선 검마산 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