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 9번째 길
답운치에서 광비령으로
2005. 9. 11. 날씨 맑음
9번째 낙동 종주길에 올랐다.
잠도 한숨 못자고 새벽6시경 광비령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고 필자는 대마도 원정길에
앞서 빠뜨리고 온 답운치서 광비령을 타기위해 김해아우와 답운치로 향해간다.
이곳은 벌써 춥다. 준비못한 필자의 탓도 있겠지만 아침을 따뜻한 라면 국물 이라도 먹고 출발하면
좋으련만 아무도 준비를 해오지 않아 오면서 본 봉화군 휴게소까지 가서 라면을 구입하여
답운치를 갈려고 바쁘게 갔으나 이른 아침이라 가게문이 닫혀있다.식당 아줌마에게
언제 문을 여느냐고 했더니 6시30분쯤에 연단다.
주변 계곡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여름엔 엄청난 사람들이 다녀 갔으리라. 컵라면 밖에없다.
그것도 거금이다. 아침을 컵라면과 대충먹고 필자는 일어섰다.(07:15) 바다같은 산골에 운무가 생겼다.
모질고 긴 억겹 세월의 얼룩진 상흔 덮어줄려는지 하얀천은 소리없이 미끄러지며 덮어간다.
헉헉거리며 730봉을 오르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바지끝에서 전해오는 이슬의 차거움이
소름이 끼쳐 잠도 달아나 버렸다.
답운치. 이 길 내려가면 울진이고 불영사가 있는 불영계곡이다.
너른 바다에서 떠오른 태양은 안개를 천천히 밀어내더니 굴참나무 사이로 붉은빛을 내 보낸다.
매미울음은 여름의 소리가 아니라 비수처럼 날을새워 숨을 막히게하며 단1초도 쉬지않고 나무.풀.
심지어 내몸까지 다가와 운다.
제대로 관리된 헬기장엔 맥을 따라간 사람들의 고통과 추억 그리고 그리움으로 오롯이 담긴 깃발들이
만선의 자랑으로 펄럭이며 산객을 맞는다.
사방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어슴프레 난 길을 따라가는 정맥길은 현란함도 우아함도 눈길 닿을곳도 사실없다.
그저 자신과의 약속으로 묵묵히 고통을 참으며 가는것이다.
한풀 꺾일것이라 믿었던 날씨는 오늘따라 후덥지근해 땀범벅이 되고 짧은 거리라 얕잡아 본 구간은
그렇게 녹녹하지가 않다.
무디어져 가는 헬기장을 지나 830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에 서니 갑자기 맥은 활처럼 돌아갈 태세다.
맥은 끊어짐을 잇고 단절된 마음을 이어간다.
맥은 고독하지만 때론 삶에 윤기도 나게하며 흥분으로 새 창을 열게한다.
맥 길은 숲으로 사방이 문으로 닫혀 있지만 그래도 한줄기 생명의 빛은 어느곳이나 있다.
알파인들이 고소병과 강추위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한다면 긴 산줄기를 가는 맥 종주자는
고독함에 스스로 지쳐간다.
외로움과 고독을 즐길수 없는자는 이 길을 갈수 없으리라.
빛깔좋은 금강송 군락을 옆에두고 풀숲을 헤쳐 오를때 사람소리가 들린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루종일 먼길가도 이 산길에서 우리 사람을 몇명이나 만날수 있던가?
종주팀 전초병인듯한 사람 2명이 필자의 목전 풀숲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안전한 종주길 서로 당부하며 이내 제갈길로 간다.
다시 금강송이 좌.우로 도열하며 손을 흔들고 뒤돌아보니 온길이 아득해져 간다.
20여분후 무리진 사람들의 소리가 사방을 깨우고 25-6명의 종주대가 그 위용을 드러내며
필자에게 혼자가는 산길 조심조심 하라는 당부를 잊지않아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낙동의 종착점인 부산에서 올라오고 있단다.
이 분들은 머잖아 이 길 종점에 서고 감동과 환희에 취한것도 잠시 다시 불을 찾아 떠나는
불나비처럼 또 다른 산길에서 홀로가는 표범처럼 고독한 인생의 참 의미와 감동을 느껴가지 않을까?
돌아간다. 용트림 하듯 내가 돌아간다.
산줄기가 돌아가고 파란 하늘이 돌고 세상이 미친듯이 돌아돌아 간다.
8시56분 신작로 같은 임도를 만났다. 임도는 내가가는 산길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구절초가 눈가에 이슬을 머금고 고독한 산객을 바라본다. 원래 길이란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간이역 같은게 아니던가? 세상사 영원한것이 어디 있을까? 종국에는 모두가 홀로 막 뒤로 소리없이 여운만 남긴체 사라질것을... 무엇이 행복하고 무엇이 진정 불행한건지 그것은 오직 길 많이 알것이다. 임도 건너편을 올라 비탈길 오르다 부부인지 연인인지(?)의 사람들과 마주보며 스치는데 약간 겁을먹은 얼굴이다. 남의 송이를 채취하려 온건지 필자와 멀어지자 누군가를 부르며 주인이 왔으니 빨리 가자고 하는걸 보니 필경 남몰래 송이채취를 한것같다. 임도에 세워진 차는 2대 산악용 집차로 개조 되었으며 부산 차량 번호였다. 굴참나무 숲길을 지나 50여분을 달려가자 통고산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고 이어 비탈길 올라서자 통고산 헬기장이 보인다. 9시48분. 커다란 통고산 정상석이 휴양림을 찾는 사람들을 부를 태세로 서있다.
여기서 부터 길 조심 해야한다.여차하면 휴양림쪽 으로 곧장간다.
이어 수많은 리본이 달린 지점을 지나면서 필자는 우측으로 가야할 길을 사람 흔적이 너무도 뚜렷한 통고산 휴양림쪽으로 내려가 1시간 10여분을 길 찾아 헤며게 된다. 제기랄 올때마다 이넘의 아르바이트는 안하면 안되는지...※ 주의 : 통고산 정상석에서 10여미터 전진 하다가 우측에 리본이 많이 달린쪽으로 진행할것. 통고산 등산 리정표 따라가면 휴양림쪽으로 내려가 1시간이상 되돌아 와야함. 부언하지만 울진군은 통고산 등산로만 표시할것이 아니라 팻말 하나에 "낙동정맥길 →"이라는 표시하나만 해주면 긴 산길가는 사람 헷갈리지 않고 잘 갈수 있을텐데.. 아쉽다 인근 영양군과는 너무나 대조가 되어 수장의 그릇을 갸늠할수 있을것 같다. 영양군은 郡에 속한 정맥길 안내를 너무도 상세하게 지도와 함께 게시판을 만들어 세워 놓아 지나온 종주대로 하여금 칭송이 자자하다. 지자제의 품질이 입증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반드시 우회전. 필자는 이곳을 놓쳐 알바
쉽게 끝이나지 않을것 같던 산길은 산객의 마음을 아는지 활처럼 휘돌아가며 종반으로 치닫는듯하다.937.7봉으로 짐작되는 공터에서 휴식하며 알바로 짜증난 마음을 냉수로 다스릴때 필자옆 소나무밑 하얀 구절초가 백옥같이 활짝피어 눈을 부시게한다.
사실은 구절초가 아닌듯 쑥부쟁이인가???
김해 아우에게 필자가 내려가면 같이 점심을 먹자는 문자를 보내놓고 다시 일어섰다. 950봉 2개를 연속으로 넘고 12시55분 마자막 굴참나무숲 비탈길을 급하게 내려서니 저만치 주차된 김해아우의 차가 보인다. 사정없이 끊어놓은 광비령 절개지엔 맥 끊어짐을 슬퍼해 피어난 구절초의 대궁들이 애잔하게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알바 포함해 7시간. 보통은 넘는 속도로 9번째길 땀 범벅된 몸 광비령 계곡물에 뉘이니 한순간의 고통들은 어느새 물살따라 떠내려 가고있다. 한티재로 가는도중 지난 여름 발디딜틈 없이 북적대던 도랑가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잣나무 숲을 이룬 한티재로 일행을 만나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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