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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정맥 길

낙동정맥 종주 7번째 길 (석개재-답운치)

낙동정맥 7번째 길

 

석개재-989봉-묘봉갈림길-용인등봉-997.7봉-삿갓봉재

임도-헬기장터-진조산-고압송전탑-답운치

 

 

2005. 7. 17. 간밤 약간의 술 기운으로 수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궂은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오후 김해 아우가 예약한 경북 봉화군 석포면 2리8반 이미옥씨가 운영하는 구미(九味)가든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지친 육신 찬물에 씻은후 계곡옆 가든의 간이 정자에 앉으니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이 흘러가는게

아니라 돌돌 굴러간다. 주인 아줌마의 친절로 고냉지 배추속에 삼겹살 한점은 과히 환상이라 내가 신선이고

예가 신천지요 이것이 풍류가 아니던가?

해지면 8월이라도 선풍기도 에어컨도 다 소용없는 이곳 과연 복받은 땅 아닌가?

길은 났지만 아직도 첩첩산중 계곡옆으로 문화마을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오전4시30분 라면을 끊여 간단히 요기를 한 일행은 주인 아줌마가 얼려준 물을 받아 베낭에 넣고 석개재로

향했다. 비탈진 밭엔 수확할 고냉지 배추가 그대로 있다. 가격이 폭락해 출하를 포기한 농민들이 많다지만

그래도 추럭 몇대가 적재함 가득 배추를 싣는다. 05시55분 석개재에 도착하니 단독으로 종주하는 여자분이

차에서 내려 산길로 오른다. 어제 구름나그네가 대단하다면 이 분은 더 대단하지 않는가 ?

자신과의 약속.맥 종주는 분명 자신과의 싸움이요 인내 그리고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내리던 비는 먼 길 온 우릴 위함인지 그쳤다. 푸른 기운이 솟아오르는 호젓한 산길이 시작된다.

뒤돌아보니 어제 쓰러질듯 하며 내려온 구간의 일부분이 조망된다.

뭐가 그리 보여주기 싫어 나무는 하늘까지 키를 재고 있었는지... 

 

 

석개재.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道戒  

 

비에젖은 풀숲을 헤쳐오다 보니 바지는 흠뻑젖어 보행이 불편하다.

어제부터 내려오면서 보니 희한하게 능선 좌측은 모두가 머리끝이 설 정도의 천길 낭떠러지로 겨울

폭설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을 당할것 같다. 06시25분 우측으로 임도가 나 있는 지점을 통과하여

맞은편 산길로 접어 들었고 이어 앞서간 단독종주길 재촉하는 그 분을 만났다.

계시는곳은 강릉이고 한국산악회 강원지부에서 오래전 부터 일을 해왔으며 이미 백두대간을 단독종주

하여 낙동정맥 종주가 마무리 되면 필자 고향마을을 지나가는 작년에 종주를 끝낸 낙남정맥(정간)을

탈 예정이란다. 산을 닮지 않고서는 저 고난의 길을 쉬 떠나려 하겠는가?

일반 사람들도 걷는것이 무서워 두어번 타보다가 포기 하건만 자신과 철저하게 약속을 지켜가는

저 분이 아름답다. 다시 낙동 종주길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오늘은 우리 일행들과 함께 가기로

하고 07시25분 용인등봉을 올라 07시52분 997.7봉에서 앞서가 휴식하는 대원들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한후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서로 나누었다.

 

 

다시 능선을 올라 참나무숲이 평화로운 너른 공터에 아침식사(09시)자리를 장만하고 이 분께도 함께

식사할것을 권하자 아침을 먹었다며 먼저 길을 가겠단다. 09시20분에 다시 출발하여 조금 전진하자

임도가 나온다. 임도의 좌측 능선이 삿갓재이나 산길이 없어 임도를 따라 계속가니 길옆 적송은

짙푸른 윤기를 가지마다 늘어 놓았다.

임도를 따라 이일용 대장과 내려가니 그 분과 총무가 임도에 서 있다. 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몰라

망설이고 서 있었던 것이다.박대장과 여대장은 석포쪽으로 내려가 불러도 대답이 없단다.

필자의 직감으로 잘못 간걸로 판단하고(바로 발밑에 개울물이 시작 됨.맥은 물을 건너지 못함)

우리는 다시 김아무개씨(이하 강릉분으로 부름)가 한참을 갔다가 리본도 없어 되돌아온

임도를 따라가니 이정표가 나온다.

 

 

 

반대 방향에 있을 두사람을 부르고 휴식하면서 미숫가루로 목을 적시자 걸음 빠른 두사람은 이내

우리쪽으로 왔다.11시에 1136봉에 도착했고 11시35분 다시 임도와 합류가 된다.

산죽 지겹도록 무릅에 차이며 비탈길 내려오니 왁자지껄한 소리에 앞서간 우리 일행인줄 알았더니

수십명의 산악 싸이클 낙동종주대다.

이들은 전국에서 동호인들이 모여 부산을 출발하여 낙동길 따라 종착점인 피재를 간단다.

오늘이 그 마지막 구간이라며 한껏 들떠있고 부산.경남 사람인듯

"진주 자연산악회 낙남정맥팀이죠 잘 가이소"한다. 아마 앞서간 선발대원들과 만나

각기 길은 다르지만 낙동정맥의 의미를 서로 나눈것같다. 필자도 손을 흔들어 주고 맞은편 산길로 접어든다.   

 

 

싸이클 낙동정맥 종주대. 저국의 싸이클동호인들이 모여 길따라 맥을 간단다.

 

 

 

지겹도록 거추장 스러운 산죽길.

필자도 지쳐가고 산도 지쳐있다. 산책 그리고 사색의 길이라면 여유로움도 있어련만 우족(牛足)으로

가다가는 저무는해에 갇혀 필경 고립될 것이다. 아직은 젊어서인지 아니면 타고난 산꾼의 기질이 있는건지

필자를 제한 나머지 사람들은 땅에서 발이 닿지도 않듯이 거의 날라간다.

나 때문에 천천히 가는 희생을 강요할수가 없기에 나도 부지런히 산죽과 씨름하며 정오가 조금지나

934봉에 도착했다. 강릉분은 서두르지도 않고 정말 여유롭게 간다.

 

오름길은 천천히 능선의 평탄길과 내리막은 속보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낙동강을 우측에 두고 오지를

탐험하듯 내려간다. 박대장에게 맞은편 보이는 봉우리가 930봉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길래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뒤 따라간다. 그러나 필자가 가르킨 그 봉우리는 낙동정맥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속해있고 좌측으로 용틀임하듯 돌다가 다시 우측으로 곤두박질치듯 내려가더니 다시 좌측으로 돌아간다.

선발대는 쉬지않고 계속가는지 봉우리를 몇개 넘어가도 없다.

 

갑자기 허기가 지고 양 어깨에 힘이빠져 오름길을 오를수가 없다. 13시 934.5봉에 오르니 주변이 약간 트여있다.

갑자기 아지랭이 피듯 현기증이 잠시 나더니 맞은편 930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강릉분은 더 이상 배가고파

여기서 식사를 하겠다고 하길래 필자는 맞은편 저 봉우리까지만 가면 우리 일행들과 식사를 할수 있을꺼라며

권했지만 혹 저 봉우리에도 없다면 낭패다 싶어 홀로 드시게 하고 걸음을 재촉하지만 영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허기져 기진한 상태로 올라가니 예상대로 모두들 그곳에 앉아있다. 홧김에 그 봉우리가 아니면 적당한곳에

식사할 준비를 하지 늙은놈 골탕 먹일려고 작정한 일이냐고 부아를 내자 박대장이 다음부터는 12시부터 1시

사이엔 꼭 식사를 하겠다며 필자를 달랜다. 허긴 나도 이 사람들이 미워서 부아를 내었을까? 사실 정작

미운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조금은 나이든 내 자신에게 화를 낸것인데...혹 그날 박대장 서운했다면

이해하시길... 허기덕에 지금까지 산에 오른후 밥 2그릇분을 그날 처음으로 비웠다. 14시7분 강릉분과

다시 만나 한나무재를 향해간다

 

이곳의 헬기장은 유사시나 산불 발생시 진압용 헬기 이.착륙은 불가능이다.

왜 이렇게 방치해 두는건지 산림청이나 지자체 아니 군 당국 모두 뒷짐지고 있다.

14시40분경 한나무재 못미쳐 헬기장을 지나고 15시5분 3번째 헬기장에 닿아 정맥길 다 같이 확인하고

진조산을 향해 또 발길을 재촉한다.

 

 

 

9시간 정도를 걸었으니 스스히 지루함이 엄습하고 숲 우거진 4번째 헬기장을 지나 15시50분 진조산에 닿는다.

다시 내리막길 내려가니 임도가 나오고 굴전고개다 김종길 아우와 구 부회장이 반대쪽에서 올라왔다. "

강릉"분은 호젓한 길이라 걸음이 빨라지고 우리 일행도 속력을 내지만 나는 빠르게 갈수가 없다.

김해 아우더러 먼저 내려가 "강릉"분 배웅해 줄것을 부탁하고 휑하니 앞서 간 대원들 뒤를 부지런 떨면서

가볼려고해도 다리가 무거워 더는 속력을 낼수가 없다.

 

16시 30분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고 다시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기를 몇번 했지만 도로가 있는

답운치는 아득한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활 처럼 돌아가는 끄트머리에 송전탑이 보인지가 제법

오래 되었는데도 만나지지 않는다. 하늘향해 쭉 뻗은 낙엽송을 뒤에두고 혹 멧돼지라도 오나싶어

뒤돌아 보기를 수회 드디어 송전탑에 닿았고 귓전에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내리막길 천천히 가다가 도로의 절개지를 내려서니 여기가 답운치고 통고산 가는 이정표가 꼴치로

도착한 필자를 격려하듯 반긴다.(17시15분) 11시간20분이 소요 되었다. 기다리시다 강릉 그 분은 마중

나온분의 차를타고 방금 떠났단다. 언제 다시 이 낙동의 산길에서 우리들과 만날지 기약은 없겠지만

홀로 외롭게 가는 산길 부디 무사히 종주하셔서 마지막 몰운대 구간은 저희들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강원도를 뒤로하고 지금 우리는 경북 봉화와 울진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