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8번째 길
2005. 8. 13. 날씨 맑음
광비령에서 한티재로
기산들은 역시 길치였다. 중부내륙을 달려 수안보 쪽으로 가다.
혼자서 가야했다.
19일-21일까지 대마도 원정길이 있어 부득히 이번 구간은 필자 혼자서 울진으로 간다.
며칠전 부터 답운치서 광비령 지나 한티재로 선답길에 나선 강릉분께 차량 진입할 지점을 물어 암기하고
메모한후에 오후7시 출발하여 8시20분경 김해를 지나면서 경부고속도로 이후의 고속도 진입을 묻기위해
김해 아우에게 전화를 했더니 "휴대폰이 꺼져있다" 설마 밤에 간 길이지만 안동지나 대구쪽으로 올라간
기억이 나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쭈-욱 가다가 영주나들목으로 빠져 나가면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달렸다.
어느 지점의 요금소인지는 몰라도 한번 요금을 지불하고 다시 통행권을 받아 머리위 햍볕가리개에
꽂고(평소 잘 두지 않는곳)한참을 달리다 장시간 에어컨 공기의 실내를 정화하기 위해 창문을 양쪽
다 열자 뭔가 앞유리를 치더니 흔적없이 사라졌다. 지나가던 차에서 뭐가 날라와 앞유리를 치고
간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창문을 닫고 달리던중 혹 통행권이...위쪽을 쳐다보니 어-어 통행권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네 낭패다 싶어 여기서 제일 먼저 만난 요금소로 나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사무소로 들어가서 확인절차를 밟으란다. (그때 사무소에 들어 갔을때 영주방향을 물었다면 밤새 도로에서
헤며지는 않았을것임)상당한 오랜시간의 확인절차와 요금을 내고 다시 진입하여 대구부근쯤인가 우측에
중부내륙고속 팻말이 보여 예전 김천에서 김상봉 전 부회장과 막장봉 답사 간길을 영주에서 답사간걸로
착각하여 중부내륙에다 재빠르게 올려 달린다.
간고등어가 있는 안동 휴게소가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달려도 망할넘의 휴게소가 나오지를 않는다.
김천도 대구도 나왔고 상주도 나왔는데 왜 안동 휴게소가 안나올까? 잠시후 불길한 감이돌고 잘못
왔다는 판단이 선다. 출발전 지도를 볼걸 산행들머리만 며칠을 보고 정작 도로는 외면했으니 길치의
고생은 애초에 정해져 있었던 것 이다.
암튼 수안보 나들목 위 휴게소에서 영주길을 물어니 노점상 주인 어안이 벙벙한지 멀어도 수월하게
가려면 여주까지 가서 중앙고속도를 타고 영주를 가야하고 거리를 좁힐려면 수안보 나들목을 나가
예전 막장봉을 가는 국도로 단양을 가서 고속도에 다시 진입하여 영주로 내려 가란다.
밤중이라 길치는 고속도를 이용하는것이 수월 하겠지만 그냥 모험을 하기로 하고 국도로 내려섰다.
그리고 돌고 돌아 새벽3시가 될 무렵 영주에 도착했다. 알수없는 후미진 골목어귀 불밝혀진 여관을
들어가 씻고나니 4시경 1시간쯤 눈붙이고 6시30분 광비령(애비랑재)을 찾아 길을 재촉한다.
광비령. 도로공사로 이곳도 엄청나게 절개 되었다.
절개지 광비령에 부는 바람.
휴대폰 문자의 도움으로 광비령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어간다.
3쌍의 남녀 사람들이 등산복을 입고 재에 서 있어 혹 정맥 종주팀들인가 싶어 반가움에 물었더니
부산에서 온 가족 휴가객들로 이 봉우리만 타고 내려갈 예정이란다.(사실은 송이채취팀 같았음) 구간
들머리 붙여진 리본옆에 필자도 리본 하나를 달고 능선으로 접어들자 초장부터 코가 땅에 닿을듯해
여간 숨이 차는게 아니다. 광비령은 도로를 확 포장하면서 엄청나게 절개를 해 멀리서 보면 여기도
맥은 사정없이 끊어져 흉물스럽게 보일것이다.
힘겹게 능선에 오르니 진초록의 물결들이 홀로 산길가는 산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금강송은
서식지답게 고고하면서도 빛깔좋게 하늘을 향해 장송되어 가지를 휘젖고 있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
함인지 매미소리는 왜 이리도 애잔한지 8시7분 능선길로 접어들자 참나무군락의 초록이 싱그럽고
적막한 산길에 내발자욱 소리가 고요를 깨우더니 힘겹게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멀리 칠보산이
그 위용을 드러내며 급하게 올라와 숨막힐듯한 산객을 압도한다.
칠보산. 송이 서식지로 채취꾼들의 극성이 대단한 산.
이어지는 비탈길 산객은 이내 곤두박질치듯 비탈길을 달리고 군데군데 금강송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를 휘젓고 편편한 안부에 닿으니 시원한 바람이 떠나는 여름을 배웅하듯 등짝을 휘돌아 나간다.
여긴 이제 여름이 밀려나고 가을이 조용히 오고 있다.
저 푸른 갑옷을 입은 참나무와 철쭉은 이 가을 유난히 붉은옷으로 정맥길 재촉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겠지...
널따란 무덤위를 산돼지가 파헤쳐 엉망이다. 이들의 주둥이는 단번에 몇백평의 땅을 초토화 시키지 않던가?
다시 아름다운 금강송이 칠보산까지 이어질듯 늘어서 있고 8시35분 칠보산 아래 참나무 군락을 돌아나가
50분 드디어 ROKMC가 표기된 시멘트 기둥과 소천 2004재설의 지적표지판이 있는 칠보산 정상에 닿았다.
해병대 봉우리.그래 이곳이 눈물고개구나.정상 바로 밑에서 엄청난 비탈길을 뛰어 오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마 이들의 눈물이 곳곳에 묻어날듯해 불현듯 임관하여 아직도 고된 훈련중에 있는 아들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잠시 숙연해져 엄청난 비탈길 필자도 사정없이 내달렸다.
09시10분 능선 안부에 내려선 필자는 그늘 드리워진 작은 봉우리의 편편한 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17분
다시 일어나 길을 재촉한다. 일직선에서 뒤틀려 내려가던 맥은 다시 우측으로 돌아간다.아름드리
적송 3그루가 맥길에 버티고 서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는 필자를 배웅해 다시한번 뒤돌아보게
하더니 길은 또 무슨일을 낼려는지 사정없이 숙어진다. 09시35분 다시 커다란 금강송을 뒤로하며
능선에 닿았고 곧 이어 음지식물이 서식하는 습지대를 지나 좌측으로 맥은 이어진다.
여기도 넉넉한 금강송이 길손을 반기더니 참나무 숲길이 계속된다.09시35분 십자안부가 있는곳에 도착하여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도열한 봉우리를 오르면서 이것은 정맥종주가 아니라 오지를 탐험하듯 신비롭고
신선한 길을 가는듯해 행복하지만 갈길이 멀어 결코 여유로울수는 없다.
푸른 비단결 같은 아니 꿈길같은 초원의 능선길에 간간히 야생화가 피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10시10분 드디어 헬기장에 도착하니 땅 바닥에 강릉분은 08시10분에 여기를 지나간다고 적혀있어
필자와는 2시간의 거리다. 숨을 고르던 맥은 다시 비상할듯 사정없이 숙어지고 다리에 약간의 통증과
수면 부족으로 피로가 오는것 같지만 예서 주저앉을수도 없어 마음을 다잡고 평길은 조금씩 뛰는
속보로 비탈길은 쉬엄쉬엄 쉬면서 간다.
10시28분 다시 능선에서 시원한 바람을 만나 함께간다. 잠시 뒤돌아 보아도 숲에 가려져 밟고온
맥줄기는 보이지않고 바람결에 들려오는 매미소리만 깊은골을 휘몰아 친다. 10시39분 아름드리
금강송이 도열한 능선길이 끝나더니 다시 맥은 곤두박질하고 참나무 숲으로 새어드는 가느다란
햇빛이 참나무의 푸른빛을 더 진초록으로 만들어가니 풀향과 초록물결이 어찌 장관이 아니겠는가?
다시 금강송 군락이 한폭의 그림같은 평온한 능선길에서 뒤돌아보니 필자가 걸어온 맥줄기가
그림처럼 시야에 들어온다.세삼 오늘 이 구간은 금강송 최고의 서식지임을 확인할수 있다.
10시55분 무릅에 통증이 와 털썩 주저앉아 목을 적신후 내리막길 지나 11시05분 리본이 주저리
달린 깃재에 도착하니 좌측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아마 이곳은 탈출로가 될수 있을터...
라고 생각하며 리본 하나를 필자도 달았다.
참나무숲 오름길에 부추같은 초원이 여인의 머리결 날리듯 불어오는 바람에 일제히 풀어헤치듯 잔잔히
물결치니 얼마나 보기가 좋은지 길 떠나기가 싫다. 다시 맥은 용트림하듯 좌측으로 약간 틀어져 내려간다.
초반 억세게 고통주던 줄기는 이제 정말 편편하고 아늑한 산책길이 계속되고 여름의 끝자락을 밀어내는
골바람은 기분까지 좋게한다. 11시32분 능선을 돌아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타고온 산줄기가 하늘에
닿았구나.멀리왔다. 필자의 발자욱 소리에 놀란건지 갑자기 길위에 사람이 벌떡 일어나 소스라치게
놀라 맥을 타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한티재까지 갈려면 이렇게 여유롭게 가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허 그 양반 여간 여유로운게 아니다. 설마 해 떨어질때쯤 한티재에 도착하지 않게느냐며 필자보고 가란다.
혹 앞에 맥타는분 만났느냐고 물었더니 자기하고 함께 가다가 도저히 따라 갈수가 없어 자기는 뒤쳐지고
2시간정도의 시간 차이가 날거란다. 그래도 푹 잠들지 말고 길 재촉하라며 필자는 걸음을 재촉한다.
스산한 바람이 갈참나무 이파리를 흔드는 아름다운 길이 다시 이어지고 12:02분 금강송 군락을 만나
맥은 활처럼 휘어지면서 내려간다. 12:14. 소천25 2004 재설 지적판을 만났고 제법 숙어지는 비탈길
내려가 금강송 사이로 양옆을 보니 내가 지금가는 낙동정맥은 백만대군을 거느린 장수처럼
주변에 오만 고산준령을 거느리며 의연히 가는것이다.
푸름.
이 지구상 모든 푸름이 여기에다 다 모아 놓았다.
푸름이 무엇인가? 푸름은 생명이요 희망이며 청춘이고 미래다.
또한 푸름은 용기요 가슴벅찬 삶이다.
느닷없이 산울림의 청춘이라는 노래말이 뇌리를 스쳐간다.
언젠가 가겠지 푸ㅡ르른 이 청춘
피고 또 지는(지고 또 피는 ?) 꽃잎처럼
달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중략
날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여 정 줄고 없어라
허전한 이 마음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가사가 정확한지는 몰라도 아무튼 푸른청춘(젊음)이 덧없이 가는걸 아쉬워한 노래다.
버리고 간 여인은 용서가 되겠지만 푸른 자신을 버리고 가는 세월 만큼은 용서할수 없다고 아우성
쳐보지만 다 부질없는 넉두리가 아닐까? 이 푸른초원도 밀려오는 가을에는 퇴색이 되고 그리고
엄동설한에는 눈속에서 숨죽이며 생을 부여잡고 있는것. 푸른 파도 일렁이는 능선따라 790봉과 850.5봉을
힘차게 달려온 필자는 13시35분 철쭉군락과 참나무 그리고 금강송의 환송을 받으며 내려가자 이번에는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초록의 바다에 등대처럼 서서 필자를 반기더니 맥줄기는 사정없이 내려간다.
어디까지 내려가 또 고통의 가파른길로 날 데려다 줄련지...
송진채취로 아름드리 소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흉물스럽다.
14:10분경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넉넉하다 못해 너무 평탄한 능선길 절로 휘파람이 나오고 매미는
쉬지않고 운다. 14:17. 그네를 설치해도 좋을 2그루가 나란히 서있는 커다란 굴참나무옆을 지나 왼쪽으로
맥은 가고 남으로 가는 산객에게 가을의 전초병인양 골바람 솔바람 소슬바람이 무리지어 내게로
쉼없이 다가온다. 여긴 스스히 그리고 천천히 가을이 오고있다. 산이 묻혀버렸다.
아니 타고온 산줄기가 산에 덮혀 버렸다.
여기 이곳을 다시는 밟을수 없을것이라는 생각에 필자는 산과 줄기를 가슴에 담는다.
정처없고 부질없으며 무모한 짓이라고 놀려도 나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랑벽 같지만
걸망하나 메고 이렇게 낮선 산길을 하염없이 가고 있는것이다.
궁금하지 않는가?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물줄기가 과연 어디서 시작되어 그리고 그 끝점은 어딘지가...
우리는 푸른 남강의 발원지 남덕유산을 시발로한 진양기맥의 고통을 체험했다.
1대간 9정맥 4기맥을 종주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말이 가장 고통스럽던 산길은 길없는
진양기맥이라고 말한다. 14:34. 강한 바람이 불어주는 봉우리에서 약간의 내리막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혼자가는 산길이라 고즈녁하다. 그래도 길벗 되어주는 길 안내 문자며
금강송 굴참나무 그리고 야생화가 있어 외롭다는 생각은 없다.
15시30분 드디어 포장된 임도가 우측 소나무숲 사이로 조금 보이기 시작해 지도를 보니 당시는 비포장
임도였나보다. 절개지를 내려서서 임도를 배경으로 타고온 능선을 사진에 담고 맞은편 능선 입구에
리본하나를 달고 산책로 같은 산길로 접어드니 정말 고요하고 평화롭다.
긴 시간으로 걸망멘 어깨가 아프고 두 다리도 아프다.가파른길도 내리막길도 없는 부드러운 산길이
계속되어 마음도 여여롭다. 약간 우측으로 돌아가 봉우리에 도착하자 강릉분은 한티재에 도착해
태우려온 일행의 차를타고 강릉으로 간다는 메시지가 들어온다. 한번 만나지 못한것이 서운하지만
각자의 일정이 그런걸 어쩌겠는가?
잘 가시라 응답하고 16시09분 수만평의 푸른 개간지가 대관령을 연상케한다. 아 !푸른초원.
드디어 한티재로 연결되는 34번 국도가 보이고... 그래도 한찬 걸어야 한다.
화전민일까? 멀리 파란지붕의 창고같은 건물과 주택 한채가 보인다. 잣나무가 심어진곳도 있지만
벌목된채로 초원만 있는곳도 있다. 아무튼 시원한 길이다. 초원지대를 돌아 조금가니 개짖는 소리도
들리고 간간히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걸 보아 한티재가 가까워 지는가보다.
제법 커다란 잣나무도 보이고 평탄한길이 계속되지만 금방 나올것 같은 한티재는 걸어도 걸어도 끝이없다.
16시23. 우측 34번 국도가 아스라히 보이고 한적한 도로에 띄엄띄엄 차가 달린다.짜증나게 끝나지 않을것
같은 산길이 계속되고 이어 잣나무 숲사이 정맥 리본을 유심히 바라보며 필자도 하나를 달고 걸망
다시 추스리며 터덜터덜 내려오니 영양군에서 설치한 낙동정맥 검마산 구간 안내판이 바라보이는 한티재다
한티재. 여기서 부터 영양군의 낙동정맥 사랑이 여실히 입증되는 구간
16시29분.비로소 작은구간 (답운치-광비령)을 타지않고 긴 구간을 탄것이 나았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참고로 자연산악회 낙동정맥 종주대는 8. 21. 8번째길을 답운치서 광비령으로 내려왔고 9번째길을
필자는 답운치서 광비령으로 대원들은 광비령서 한티재로 종주 합니다. 그 이유는 아시겠죠.
참 주변 볼거리로 울진의 불영사와 불영계곡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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