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 종주 제8구간
산두마을 고개-476봉-매봉-장중령-철마산-마당재-백역재
장마비 때문에 종주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7. 13. 백역재 밑 농로길까지 왔다가 되돌아 간 우리 일행은 하산지점 찾기가 수월했다.
어제가 초복 오늘 함께 갈 대원들 삼계탕에 소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셨다면 산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였는데 대원들 모두가 유혹을 이기고 생생하게 집결지로 모였다.
모두 이 예사롭지 않은 고된 산행이 걱정되어 무지하게 참은것이다. 지프 2대에 나눠타고
오전6시20분 합천군 쌍백 백역재로 향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종주산행에 나서는 대원들 얼굴은 일반 정기산행때 와는 사뭇 다른 인상이 풍긴다.
꼭 비장한 각오로 작전에 나서는 전투병의 모습이라면 과할까. 아무튼 무전기와 지도. 고도계를 점검한
우리는 백역재에 산행대장 차를 주차한후 가회면 산두마을 고개를 향해 내달렸다. 참샘물에 발을 담군지
5분을 못견딘 졸자는 참 이 마을엔 물이좋아 사람들 모두가 건강 하겠구나 생각이든다.
그기다가 황매산의 정기와 맑은공기가 기를 북돋워주니 남가람의 원류를 따라 내려가는 진양기맥을
끼고 앉아있는 마을들은 모두가 건장하다는 생각이든다.
오전 7시42분 산두마을 고개에 도착했다. 신발끈을 메고 베낭을 점검한 우리는 우측 잔솔지대를 조금
오르니 작은 밤나무 단지를 만나고 멀리 왔던길 되돌아보니 아스라히 황매능선이 희미하게 금을 그려 놓았다.
모두들 감회가 새롭는지 참 멀리도 왔구나 한다. 고생길. 서로를 격려하며 한발한발 딛고온 길.
걸음걸음 마다 눈물과 고통.환희가 스며있다. 정신이 없지 그걸 왜 타. 요즘 누가 험한 고생을 사서 한담.
주변의 냉소와 비아냥이 뇌리를 스친다.
밤나무 단지에서 황매산 능선을 조망하며 잠시 감회에 젖던 우리는 왼쪽 산판길이 아닌 오른쪽길을 한참
가다가 야산중턱 까지 올라온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니 2차선 도로를 만났다.
도로를 건너 밤나무밭을 올라 오래된 돌무지로 축을쌓은 무덤을 지나자 길은 7월답게 온갖 풀과 가시덤불로
뒤덮혀 분간을 할수가 없다. 연신 지도와 고도계 나침판으로 위치와 진행방향을 확인하고 여대장은
낫으로 힘겹게 길을내며 앞서간다.
08시20분 476봉을 지나고 08시45분 매봉을 오른후 공지에서 배즙과 물을 마시고 08시55분에 일어섰다.
474봉에서 작은암봉을 오르는길은 가파르다.
장마로 지열이 없어서인지 별로 땀이나지 않더니 이 고개에서 제법 땀이난다. 09시17분에 작은암봉에
도착하고 김해아우는 장마로 한주내내 운동을 못한게 입증된다며 약간 힘겨운 모양이지만
전반적으로 오늘 구간은 짧아 길만 제대로 찾으면 오후 3-4시에는 하산지점에 도착될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까지 산길 찾아가는데 엄청난 고생을 한 탓인지 모두들 지도와
길찾기를 너무 신중하게 한다.
10시33분 장증령에 도착했다. 고개라기 보다는 예전 고향 신작로다 버드나무만 길옆에 서있으면 영락없는
신작로라 사진 한장을 찍고 철마산을 향해 능선을 오르는데 이곳에도 표시기 하나없다. 먼저주 13구간으로
선학산을 종점으로한 진주기맥 탐사를 끝내고 시청에서 보고회를 한 백두대간 산악회는 구간마다 리본을
최소 30여개씩 부착 했다는데 우리 일행이 8구간까지 타면서 본것은 8-9장이나 될련지...
능선을 조금 오르니 이 맥을 타게한 장본인인 박성태님의 빛바랜 리본이 눈을 뜨게한다.
참 6-7구간까지 있던 부산 모산악회의 빨간리본이 이번 구간에는 없다. 아마 중도에 포기를 한것인지...
아니면 잠시 휴간에 들어갔는지 꼭 동행해오다 헤어진 연인마냥 그런 섭섭함이 있다.
동산 최총무가 기겁을 한다. 뱀을 본것이다. 아 그러네 깜빡하고 있었는데 밀림엔 무서운 복병이 있다.
독사다. 특히 땅꾼들에게 뱀을 못잡게하여 얼마전 월간지에 땅꾼 연합회장이 머지않아 뱀이 득실거려
인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것이라는 예견을 본것같다.
모두들 조심성있는 독도로 오늘은 알바(아르바이트)가 별로없다 대신 산행대장과 서팀장은 첨병이라
길 찾느라고 다른 대원보다 2-3배는 더 걷는다. 매봉을 지나면서 월계마을이 보이는 작게 솟은 봉우리공터
(배즙 마시며 휴식한곳)에서 최총무는 이 구간이 대체로 짧아 백두대간 산악회 처럼 대양면과 쌍백면의
경계석이 서있는 33번 국도까지 가자는 제안을 해왔으나 우리는 기존의 우리 계획대로 오늘은
백역재까지만 타기로 했다.
사실 이 진양기맥 계획은 우리가 훨씬 앞에 게시판에 올렸고 요란하지 않고 조용히 탈려고 하지 않았던가.
비교적 뚜렷하고 푹신한 산판길을 따라 가다가 시리는 다시 지도를 꺼내더니 오른쪽으로 가잔다.
11시20분 드디어 철마산에 올랐다. 탱크보다 조금 큰 제법 보기좋은 바위가 우리 대원들을 서게하고
뒤돌아보니 온길 선명하게 조망된다. 주능선에 눈이가니 마치 거대한 용이 진주를 향해 드러누운것 같다.
철마산에서 점심식사를 할려고 하였으나 자리가 여의치않아 조금 더 전진하다 너른 장소가 나오면
식사를 하기로 하고 걷는데 무언가가 왼쪽 발목을 당기는 느낌에 쳐다보니 올가미다.
너구리인지 아니면 오소리인지는 몰라도 몸숨긴 구멍 바로옆에 이를 포획할려고 올가미를 설치해 놓은것이다.
최총무가 올가미를 걷어 멀리 던지는데 산행대장과 여대장은 벌써 7-8개의 올가미를 발견하여 처리했단다.
에구 저 미련한 양반들 아직도 산짐승이 보양식이라 생각하는가.
차라리 산 다니면 보양 보신 될텐데 ... 서팀장이 명당자리를 찾았다며 일행을 부른다. 멍석만한 바위다.
주변 조망을 보기위해 최총무 바위 전면으로 가더니 또 한번 기겁을 한다. 독사가 또아리를 틀고 공격
자세를 취한다며 우리 있는곳으로 오자 서팀장이 달려가더니 금방 해결했다. 저 풀숲 아직도 요원한데
또 하나의 복병과 싸울 우리는 사실 두려움이 앞선다. 점심식사를 하고 뒤돌아 조망하니 오늘 아침
출발한 산두고개가 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12시40분. 식사를 마친후 산두고개쪽 능선을 뒤로하여 사진을 찍고 바위를 내려가 우측 능선길을 가는데
희미한 산길이 두갈래다. 서팀장은 우측으로 여대장은 직진하여 길을 찾는데 오리무중이다. 서팀장이
우리와 합류하고 다른 대원들은 연신 지도와 고도계 나침반으로 위치 추적에 정신이 없고 산행대장은
능선이 갑자기 쏟아진다고해 그쪽은 아닌것 같은니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 하고 서팀장보고 진양강씨
묘지를 찾아보라고 하자 아까 자기가 간 방향 왼쪽에 무덤이 하나 있다고 한다. 불현듯 진양강씨묘라
지칭했다면 분명 묘비석이 있었을터 그 무덤에 묘지석이 있더냐고 묻자 있더란다.
시리를 앞세워 그 무덤쪽으로 보내고 따라 올라가니 학생 진양강씨...묘다.
급히 무전으로 여대장과 서팀장 이쪽으로 올라오라 하고 마당재로 향하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다시 선두에 선다.
마당재로 향하는 산길에는 멧돼지가 바로 앞에서 가는지 파놓은 구덩이가 마치 폭격맞은듯 초토화가 되어있다.
희한한게 이 멧돼지 일행들 한결같이 우리가는 주능선을 앞서갔다. 농담으로 길 잃어면 진양기맥 종주하는
멧돼지 군단 발자욱을 찾아라고 하자 모두들 웃었다. 아 그리고 산길가도 좀처럼 보기드문 어름도 보고...
마당재까지 길이묵어 길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종주기를 기억하며 우리 일행은 그래도 그렇게 어렵지않게
길을찾아 마당재에 도착하니(14시) 오히려 마당재에서 백역재를 가는 산길 찾기가 어렵다. 마당재서는
직진하면 안된다는것을 잊고 여대장과 서팀장은 능선을 올라섰고 멈칫하던 우리는 다시 지도와 나침반을
확인한후 왼쪽 산길로 내려가 곧장 직진하여 능선을 오르는데 온갖 잡풀이 바지 가랭이와 얼굴을 할퀸다.
무전으로 여대장과 서팀장 그 길이 아니니 빨리 마당재로 내려서서 오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우리가 있는
능선만 보고 돌진하다가 숨이 턱에차는 고통을 당했다. 잠시 캔맥주로 휴식한후 320봉인지 330봉인지에
오르니 시리는 9구간을 가르킨다. 눈앞에 펼쳐지는 능선을 올라보니 멀리 금곡산으로 짐작되는 산이
마루금을 그어 놓았다. 백역재를 내려서기전 넓다란 묘지가 성묘길 생각나게 하고 앞서 내려간 여대장
서팀장 최총무는 벌써 베낭을 지프에 담고 있다. (15시15분 하산완료) 예상한 시간에 우리 모두는 무사히
하산했고 출발했던 산두고개로 가 서팀장 차 인도하여 참샘 펑펑 솟아나는 산두마을 그 차거운 물에
등목한후 귀가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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