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테마여행

꼭 한번은 가야할 섬 욕지 연화도



한번은 가야할 그 섬
통영 욕지 연화도


2006. 4. 2. 간밤 대지를 촉촉히 적시던 봄비는 전설의 섬 연화도를 가는 사람들을 위해 미련없이 그치고 봄 오는 쪽빛 다도해는 감기 몸살을 앓고있는 필자처럼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긴 산고를 치루고 있는 바다는 거친 숨소리도 힘겨워 결국 흰거품을 수도없이 쏟아내며 새 봄 하나를 잉태하고 있다. 격한 신음소리 뒤로 겹겹으로 은빛 칼날을 세우고 격랑에 요동치는 다도해는 그렇게 아픈 봄을 또 만들고 있었다.  쉽게 모든걸 취할려는 속세의 인간들 교훈하듯 자연은 언제나 그 순리를 역행하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고통을 삭이며 안간힘으로 하나하나 질서있게 새로운 푸른세상을 뿜어올린다.

일렁이는 쪽빛바다.

갸녀린 여인네의 우유빛 손을 집어 넣어면 파르르 떨리듯 옥색 물빛이 금방이라도 들것같은 바닷물은 완연한 춘색(春色)이다.

삼덕항으로 가는 길 산양일주로에 동백은 간밤 봄비 맞으며 임과 아픈 이별을 한건지 선지피로 붉게 피어 고개를 떨군다. 9시30분에 삼덕항에서 출항하는배는 정원이 초과되어 떠나고 다시 여객선 터미널로 향하다 왕초보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버스 뒷부분을 들이받혀 실랑이를 벌이다가(아직도 고함 큰사람과 무대포는 기선제압함)배 시간이 촉박해 재촉하여 겨우 승선할수 있었다.

 

  

 

연화도는 더 이상 외로운섬은 아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등산객들과 사찰(보현암.연화사)탐방객들의 행렬이 평일에도 이어지니 본섬 욕지도로 가는 길목에 연꽃처럼 떠 있는 연화도는 이젠 고독에 우울할 시간도 없다. 금방 산양일주로에서 접촉사고로 썩 기분이 좋지않은데 이번에는 유람선의 무모한 운항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바로 필자의 일행들이 승선하여 운항중인 욕지호 선수(船首)부분에 유람선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안개라도 있었다면 영락없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일이 목전에서 목격된것이다. 파도가 점차 드세다. 쪽빛바다에 무리져오는 흰파도 불현듯 생사를 넘나들며 장장 5시간의 폭풍우를 헤치며 돌아온 지난해 8월의 대마도 귀국길이 떠올라 재빨리 눈을 감았다. 다시는 강풍때는 배는 타지 않을거라 다짐했건만 허허 나도 영락없이 실없는 사람이 아닌가?  

 

  

 


가슴까지 옥빛으로 물들게 할것같은 본촌포구의 풍광은 낮선 산객들에겐 무한자유와 넉넉함으로 다가오고 강한 바람이 몸을 휘청거리게 하지만 연화도는 완연한 봄이다. 녹색의 풀잎은 언덕을 오르는 산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흥분시키고 한땀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수만화소의 영상으로 다가오는 일망무제의 파노라마는 섬 산행에서만 느낄수 있는 참 묘미다. 이때부터 가슴이 후련하며 뜀박질을 한다.아니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섬들을 바라보면 오히려 가슴이 미어진다.눈물까지 글썽이는 그리움이고 목젖까지 젖어오는 보고픔이다.그리고 이내 안기어 쉬고 싶어진다. 바다는 때론 무서운 노도로 변해 금방이라도 모든걸 집어 삼킬듯 달려들지만 호수처럼 순할때는 넉넉한 어미의 품이 이 보다 더할까? 정상밑 정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점심을 들고 천황산이 아스라히 조망되는 본섬 욕지도를 밀어놓은후 정상을 향해 모두 일어섰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연화도 섬산행이 시작된다.

 

 

  

 

                                      ▲ 본촌포구. 정기여객선이 접안하는곳

 

  

 


 

연화봉(낙가산)정상은 멀지않다.

섬산행의 대미 그것은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이다.

둥둥 떠다니는 섬들에서 잃어버린 시간들이 새순처럼 돋아나고 잠시지만 온갖 잡념까지 파도에 씻기듯 사라진다. 불현듯 올 곧게 살아야한다는 진정성도 용머리 발아래 부서지는 흰거품처럼 하얗게 돋는다. 모두가 작은 이익마져도 이 순간 만큼은 재쳐두고 마음 한켠에 주눅 들어 가만히 도사리던 선량한 정의의 조각들이 일어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그래서 바다는 참회의 도장으로 어머니의 무한 가슴으로 사람들을 보듬는것이다.   

 

 

  

 

  

  

 

 


 

바위틈새에 억지로 비집고 선 진달래는 강한 해풍에 시달려 더 맑은 분홍빛으로 피었다. 옥빛바다에 긴 여정을 끝낸 목선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서 우리 앞으로 다시 걸어갈길을 준비해주고 한줄기 빛을 찾아 떠나는 어선의 고동소리가 쉰목소리로 귓전에 들리면 황룡머리위 네바위는 갈기를 세우고 승천을 재촉한다. 다시 눈앞에 펼쳐진 용머리는 속살 피나도록 씻을 요량인지 연신 흰거품을 일으키며 입욕에 바쁘다. 여긴 완연한 봄 그 자체다.

 

 

  

 


 

바다가 춤을추는 이유를 알았다.

오늘 이곳 연화도 연화사에서는 무탈한 뱃길과 풍어를 염원하는 용신(용왕)제가 열렸던 모양이다. 절정에 달한 사찰(연화사)길 개나리가 너스레를 떨고 동백은 다시 시작할 꿈하나를 대궁에 매달아놓고 붉은빛으로 하나 둘씩 드러 누웠다. 낮은 돌담안 유채꽃이 갯내음에 취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오후 강한 바람으로 노천에서 도저히 산행 뒷풀이를 못할 상황에서 흔쾌히 너른 장소를 제공해 주신 연화도 본촌 "네바위횟집"의 인정은 우리 유년의 고향 이웃집 아지매의 속 깊은 마음으로 다가와 행복하다. 다시 찾아가는날 꼭 한번들려 싱싱한 생선회 한접시 놓고 오늘 이 고마운 마음을 네바위 횟집 가족 여러분들께 꼭 전하고 싶다. 아울러 환대해주신 욕지면장님.선상 마이크와 연화도 뱃길 안전운항을 위해 애써주신 욕지해운 남태우 선장님과 승무원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연화도는 꼭 한번은 가야할 아름다운 푸른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