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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여행

쪽빛 봄바다에 떠있는 환상의 섬 연화도


쪽빛 봄바다에 떠있는 환상의 섬 연화도

 

 

더디게 오는것도 조바심이 되어 목을 길게 내어 기다리고 있는데 내륙의 강풍은 얌전하게 오는봄

을 시샘이라도 하듯 종일 회색빛을 드리며 야단법석을 떤다.  

한송이 연꽃으로 쪽빛바다에 드러 누워서 연화도인가?

아니면 연산의 억불정책에 설 자리를 잃어 황망히 이곳으로 피신한 연화도사가 제자 3명과 도를

닦다가 타계하여 유언에 따라 수장하니 한송이 연꽃으로 변해 연화도라 불렀다던가?

욕지도보다 더 일찍 사람들이 살았다는 환상의 섬 연화도.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하며 청정바다를 넉넉한 호수처럼 펼쳐놓고 100년도 넘게 사람들이 살아오는 지인이 사는 욕지도로 가는 길목에 우도와 함께 연꽃으로 떠 있는 아름다운 섬 연화도를 찾아간 그날 바람은 길손의 등을 떠밀고 있다.

 

 

35번 고속국도(대전-통영)의 남쪽 끄트머리 통영 나들목 또는 동통영 나들목을 나와 세병관앞에서 구 충무시청쪽으로 내려가면 통영 여객선 터미널 입구를 만난다. 고속국도의 개통으로 각지에서 몰려오는 미식가(생선회)들의 차량행렬로 휴무날은 이곳 도로는 주차장이 되지만 다도해의 봄을 맞을려면 이 정도의 수고로움은 치뤄야 하지 않을까?  불멸의 이순신과 떼어 놓을수 없는 통영은 포구에 떠있는 거북선에서 구국을 향한 화염이 뿜어지는듯 장엄하다. 다도해의 뱃길을 여는 이곳은 해금강에 버금가는 매물도 소매물도를 기준하여 청정 욕지도와 성웅의 혼이 묻어나는 한산도로 사람들을 데려다준다.

오전 11시 주인이 바뀌어 새롭게 단장한 욕지호가 두팔을 크게 벌려 사람과 차들을 보듬는다.

애수에 찬 뱃고동이 나즈막하게 포구의 해면을 헤집어 놓아 고요를 깨뜨린후 배는 세갈래 흰천을 사푼히 수면위로 내려깔며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여유롭게 봄 물살을 가르더니 어느새 갈메기떼도 불러 따라오게 한다.

 

 

12시10분 연화도에 닿았다. 낮선 길손들의 탐방에 익숙해진 선착장 주변 사람들의 표정에서 길손을 맞는 여유로움이 묻어나 이미 섬은 불교 성지로 자리를 잡은것 같다. 이 작은 섬에 사찰(연화사. 보덕암)이 두곳이나 있는걸 보면 연화도는 곧 불심 가득한 섬이다.  봄 산행은 뭐라해도 춘풍이 너울로 밀려오는 섬 산행이 일품이다. 그렇다면 연화도는 당일로 다녀갈수 있을뿐 아니라 산행과 불교성지인 사찰탐방을 겸할수 있어 금상첨화가 아닌가?   배가 닿는곳이 본촌이다. 연화봉 산행들머리는 배가닿는 선착장에서 우측 민가 끝집의 공터위 후박나무를 닮은 담장을 따라가면 곧 산길이 시작된다. 제법 탐방객들을 위해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통나무 계단을 따라 제법 한땀 흘리며 주능선에 진입하니 쉬어 가라는듯 긴 의자가 놓여있다. 이때부터 절경의 섬들이 조망되는 산행이 시작된다.

 

 

사람들을 내려놓고 본섬 욕지도를 향하던 욕지호는 긴 뱃고동을 울리더니 길손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포구엔 금새 인적이 끊기며 적막 사이로 강한 바람만 용심을 부린다. 평탄한길을 따라가던 길은 두갈래로 갈라지며 주능선은 그물이 막고있다. 퇴촌지기 아우는 주능선을 갈려면 이길이 맞을거라며 그물을 들추고 그 밑을 가는게 맞을것 같다더니 포기하고 좌측 넓은길을 가는 필자를 따라온다. 내려서던 산길은 이내 그물을 넘어 우측 이정표와 정자가 있는 능선으로 올랐다. 여기서 서울서 온 부부 산꾼들과 라면을 끊여 도시락과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후 능선 오르막길을 오르니 두릅이 지천에 싹을 틔우고 있다. 곧이어 망망대해 쪽빛바다(그날은 회색바다)가 끝없이 조망되는 아담한 바위들이 솟아있는 연화봉 정상에 닿는다.

 

 

                              

 

아 ! 저곳이 용머리구나?

연화도 볼거리의 하일라이트로 통영8경의 하나인 용머리.

금방이라도 황룡이 발톱을 세우며 넓은 바다를 헤엄쳐갈 태세다.

뽀족한 바위지대에 여러명의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주변 절경에 탄복한듯 무척 시끄럽다.

조금만 맑았더라면 둥둥 떠가는 섬들과 네바위 그리고 용머리의 장관이 그림처럼 다가올텐데 망할넘의 날씨가 4월에 다시와서 보라는듯 여간 심술을 부리는게 아니다. 탁트인 시야는 실로 오랫만에 여유로움을 주고 그리움은 동백꽃처럼 또 진하게 핀다.  급하게 경사길을 내려서니 연화도사 토굴터와 사명대사의 수행터를 만나고 이어 흰색 화강암 5층석탑이 능선을 지키고 있다.  시멘트 포장길을 내려서니 관음상이 먼 바다로 떠나는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듯 대해를 굽어보며 잔잔한 자비의 웃음을 흘리고 섰다. 계곡 가파른 사면에 자리한 보덕암이 네바위와 용머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관음도량의 품세를 지니며 속세의 빈자들을 안는다.

 

 

용머리와 네바위

 

보덕암

 

 

관음상

 

이제부턴 능선을 따라 용머리와 네바위를 바라보며 그림같은 산행이 이어진다.

그리고 잎에 푸른윤기를 내뿜어며 순결같은 붉은꽃을 피운 동백을 만나니 먼곳 그리움이 붉은꽃

처럼 피어난다. 잠시 왼쪽의 포장도로를 내려서 500여미터를 가면 리본이 보이는 우측으로 그물

을 넘어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해풍을 맞은 동백꽃이 수줍게 푸른잎속에 얼굴을 가린체 산객들을

 배웅한다. 절벽지대를 돌아 통나무 계단이 설치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고 다시 건너편 산길로

접어들어 암릉길을 오르니 송곳처럼 솟은 아들바위를 만난다. 

 

 

 

    

통나무 계단을 올라서니 집채만한 둥그런 바위위에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기암의 절경을 감상한다. 굵은 로프를 잡고 아래로 내려오는 아이들의 몸놀림이 불안해 보여 마음을 놓지못하고 서 있는데 바위밑에 함초로히 진달래가 꽃을피워 강한 바람도 오는봄을 막을수는 없다. 아찔한 암릉지대를 지나면 그림같은 조망처가 이어지고 118봉에 당도한다.  산길은 천천히 내려서고 동두마을로 가는 임도에 내려선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두마을은 포구마져 조용하다.

미끄러지듯 작은배 한척이 호수처럼 잔잔한 포구의 물살을 가르며 안착한다.

 

 

 

 

동두마을 포구

 

 

 

산행은 여기 동두마을 포구나 진등에서 끝나 다시 본촌 선착장까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되돌아 가야 하지만 봄 오는 연화도의 섬 산행의 대미는 아무래도 4월쯤이 아닐련지...  연화도는 통영시 욕지면에 속한 섬으로 동.서 약3.5km 남북으로 1.5km쯤되는 작은 섬이지만 100여 가구 200여명의 섬주민이 어업과 양식 염소사육등 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본촌.십리골.동두마을 3개의 마을로 구성된 연화도는 본촌이 가장 큰 포구로 정기 여객선이 닿는다. 욕지호는 매년 적자를 안고 욕지수협에서 운영해 오던것을 욕지해운이 인수하여 하루3편(통영발 오전6시50분.11시. 오후3시)운항되며 연화도 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하절기에는 운항횟수가 증편될수도 있다. 또한 통영 산양읍 삼덕항에서도 하루 2-3회 삼덕호가 연화도와 욕지도를 오고간다. 어른은 편도 7,700원 어린이 (만3세이상)는 3,000원이며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갈수있다. 안내를 받을려면 통영여객선 터미널 (055-642-0116) 욕지해운(055-641-6181)산양읍 삼덕항(641-3560)으로 문의하면 된다.

연화도에서 통영으로 돌아오는 배편은 08시30분.13시20분.17시20분으로 오전11시 통영항을 출발하여 산행을 마친후 싱싱한 생선회를 시켜 먹어도 시간은 충분하다.

물론 섬 중심에 자리한 연화사를 둘러보는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 2006. 3.11. 연화도서 기산들

 

 

연화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