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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누가 일림산을 산이라 부르는가?
5월의 일림산은 바다였다.
분홍 격량이 거침없이 이는 바다.
그속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침몰하고 있었다
아니 조난 당하고 있다.
깊은 멋.
색깔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도 이렇게 멋진 분홍색 바다에 깊은 멋을 느꼈다.
비단결 보다 더 부드러운 사방의 능선에 분홍물결은 여인의 유혹으로 인간 군상들을 어지럽히고
번잡한 마음 비워 인생의 멋을 이곳에서 배워가라는듯 고개마다 능선마다 분홍 봄물살이 넘친다.
철쭉이 가득하다.
다도해의 해풍을 따라 호남정맥길에 오른 철쭉화신은 깊은골 우뚝솟은 봉우리를 지나 사자산자락에
융단을 깔아 님 맞을 준비를 서둘더니 초록 햇차가 자락을 굽이치며 이랑을 만든 다밭을 성큼성큼
지나 삼비산 아니 일림산 부드러운 능선마다 지천의 꽃잔치를 벌여 놓았다.
강펄을 적시는 강물처럼 분홍 물살이 산허리를 휘감고 봉우리에 촘촘히 별 별을 달아 놓았다.
요동치는 가슴
독주가 목젖을 태우듯 일림산은 타고 또 타고 있다.
대하(大河)다.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
산등성이로 관통하는 분홍 물줄기에 먼산 가까운산들이 포개지고 평범한 아주 평범한 아름다움이
구비쳐 한줄기 강(江)도 된다. 일림산은 보성강의 발원지로 남원과 곡성을 지나 섬진강을 만나 비로소
눈으로 보는 긴 강 하나를 만들어 내듯이 일림산은 또 하나 분홍강의 발원지가 되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물빛고운 분홍강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이곳엔 5월을 기다린 사람들로 붐빈다.
척박한 땅.
쉬 뿌리도 내리지 못하는 그 땅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따뜻한 별로 내리는 철쭉.
솔바람에 송화가루 날리는 5월 일림산은 능선마다 수십만필의 분홍비단을 깔아놓고 세월에 밀려난
중년의 하루를 행복하게 해주고도 여분이 있다.
무수한 철쭉 산들이 있다지만 정작 그 절정의 때를 만나기란 흰노루가 태어나는 확률과 같을까?
밤새 솔향에 뒤척인 산객의 몽롱함이
현무처럼 핀 분홍별에 취해 마음까지 열어보니
산색이 분홍.
산그늘도 분홍.
천지가 분홍이다.
신령스러움이 없으면 대수인가?
아름다운 암봉이 없어면 어떠한가?
노을처럼 길게 드리워진 철쭉은 화려함도 우아함도 없는 그저 평범한 자태인데도 능선마다 제 각각
사람들을 모아 흥분되게 한다.
그리고 그 물결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자멱질을 하더니 파란 하늘마져 금새 분홍빛으로 물들일 태세로
힘찬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초록과 분홍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보성의 일림산을 찾아가는길은 쉽다.남해고속도 순천 나들목을 나와 목포방면 2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보성 웅치로 내려서서 용추골로
들어간다. 예쁜 나무다리를 건너면 측백나무가 도열한 산행들머리를 만난다.
철쭉 군락지 까지는 약 1시간10여분이면 충분하다.
돌아가는길엔 다밭 구경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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