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20(토)맑음 |
동백꽃이 지는 비바람 속에 산중은 철쭉이 은은하게 핀다.
아름다움 그 자체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즐비하기에 개꽃이라 천대받던 철쭉은 모란보다 화사함은
없지만 산꾼들에겐 언제부턴가 5월의 꽃으로 터 잡았다.
자신을 고스란히 태운후에 푸른 잎을 내밀어 강인한 의지로 표현되는 철쭉은 그렇다고 아무곳에나
헤프게 피는꽃은 아니다.
요동치는 심장의 빛깔로 참사랑의 표현으로
고운님의 연서처럼 5월 푸른 능선에 오르면 진홍빛 철쭉은 한줄 詩로 핀다.
세상 모르는 아이들에겐 철쭉은 꿈으로 피어나고
푸른 청춘의 청년에겐 젊디 젊은 열정으로 필것이다.
또 세상을 비켜서가는 중년에겐 철쭉은 그리움으로 핀다.
5월이 익어갈 무렵 팔랑치를 가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초입엔 꽃잎이 떨어져 누워 을씨년스럽지만 능선에 다가 갈수록 진홍빛 망울이 맺혀 보기좋다.
이런 멋진곳을 오를수 있다는 그 자체가 흥분이고 살아 있음이 은혜며 기쁨이다.
바래봉 아래 팔랑치로 가는 능선은 푸른용의 등을 타고간다.
멀리 지리영봉 천왕봉과 푸른 정령치가 세걸산과 바래봉을 안고있다.
그리고 어께와 가슴 발아래에 무수한 능선과 봉우리들이 천왕봉을 향해 도열한다.
지리산은 기암과 노송.구름보다 더 예쁜 운무.수백계곡 과 수천가지의 동.식물을 거느린 산해진미다.
쏟아지는 5월의 햇살아래 팔랑치와 세걸산 정령치로 이어지는 능선은 진홍빛 사랑이다.
그래서 5월 이곳은 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산객은 물론이고 상춘객 그리고 전국의 아마츄어 사진작가서 부터 프로까지 기십만원대의 카메라
에서 기천만원대의 카메라가 이곳에 총 집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만해도 관광버스만 무려 200여대가 들어왔고 기천평의 임시 주차장엔 사람보다 더 많은 차.차.차들뿐이다. 능선과 어우러진 멋진 철쭉풍광이 있는 팔랑치는 지금 고산화원 천상화원이다.
드라마의 아름다운 영상이다.
눈앞에 펼쳐진 철쭉의 정원은 천만화소의 사진보다 더 선명하고 아름답다.
아무리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가 높다해도 사람의 눈만큼 선명하고 정확한 색상을 만들어 낼수는 없다고 했다. 황매산 일림산의 철쭉평원이 분홍바다라면 팔랑치는 산자락과 능선이 춤을추며 일어서는
진홍빛 군무의 장(場)이다. 긴 시간 자유도 없는 그 암울한 암흑속을 헤쳐나와 오래 머물려는 춤사위.
팔랑치는 군무의 난립으로 폭력처럼 어지럽게 보일수도 있지만 이내 아름다운 유혹에 빠져들게 하는
아늑한 품이되어 사람들을 보듬는다.
恨처럼
뭉클 그리움으로 피었다.
아니다.
신록의 호수에 진홍 주단이 풍덩 빠졌다.
세상사 힘겨운 내가 빠진다.
덩달아 오늘 처음 에미의 손잡고 오른 우윳빛 감도는 아이도 빠져서 멱을 감는다.
어떤이들은 이곳 철쭉을 일부러 가꾼 철쭉 정원이라고 하더라
소백산이나 지리 세석고원의 철쭉을 보려면 비지땀을 흘리며 서너시간을 올라야 하지만 이곳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발품을 팔아도 2시간이면 천상화원에 빠지므로 해마다 온다고 하더라.
지리의 기운을 입어 더 진홍빛이 되었을까?
꽃도크고 붉은기운이 더 감돌아 더 한층 아름답다.
이 참에 이 기회에 철쭉명산을 읊어보자.
광주의 진산 무등산 남쪽의 안양산이 있고 천불봉 기암과 어울리는 전남 화순의 백아산. 그리고 주목과
천년을 살아온 강원 태백의 태백산이 있다. 또 있다. 아우라지 구슬픈 정선아리랑이 휘돌아가는 정선
의 고원철쭉밭 정선 두리봉.월출산의 기운이 솟은 전남 해남의 흑석산. 눈앞에 아스라한 철쭉평원
경남 산청.합천의 황매산.분홍바다 보성의 일림산과 제암산. 화려한 고산철쭉밭 제주 한라산과 능선에
듬성듬성 핀 소백산이 철쭉 명산들이 아닐까?
■ 오늘 있었던일들...
운좋게 아니 누구의 보살핌인지 내차 우측 뒷타이어가 언제 펑크가 난건지 마침 지리산 휴게소
에서 바람이 다 빠진것을 발견 예비 타이어를 5-6분만에 손수 깔아 끼워 대형사고를 면하게 된것 같음
공인된 길치라 인월지리산 나들목을 놓쳐 남장수까지 갔다가 돌아올때 급한 마음에 약간의 과속이
금방 본 카메라도 놓쳐 내 카메라에 찍힌 철쭉처럼 번호판이 찍혔을것임.
■ 찾아가는길
88고속도 인월 지리산 나들목 나와 남원방면 24번 국도로 진행하다가 운봉읍에서 바래봉으로...
보너스
'☞ 테마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해(西海)로의 여행 (0) | 2006.06.19 |
---|---|
천년의 역사가 푸른남강과 흐르는 진주 (0) | 2006.06.03 |
아 ! 분홍바다 일림산 (0) | 2006.05.15 |
남근목엔 왜 여자들이 더 많은가? (0) | 2006.05.01 |
남도의 봄. 부지런히 익어 갑니다. (0) | 2006.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