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은 먼 그리움으로 핀다.
아니 연(蓮)은 지조있는 일편단심 님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나만 핀다.
겨우내 매서운 설한풍도 견디며 얼어붙은 진흙땅속 가만히 숨죽이다 들녁 나락이 진초록으로 변할때
넓은 가슴사이로 소녀의 분홍빛 유두처럼 봉긋 망울을 내밀어 파란 하늘과 눈을 맞춘다.
蓮은 고급스런 옥빛계류에서 호사스럽게 生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자정하고 주변의
온갖 불순한 것들을 정화하여 맑은 세상을 하나 둘 만들어 가므로 연은 지혜와 정숙 자비를 갖춘 청초
해 그 자태는 고고하고 목젖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간직하며 여름 그 진한 뙤약볕을 향으로 달랜다.
사진 고성군 상리면 연꽃지의 섭다리 : 주민들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테마 연꽃지다.
태풍 에위니아는 그리움과 자비로 피어날 紅蓮밭을 초토화 시키고 지나갔다.
해마다 포도가 익어가는 이 맘때쯤 필자의 고향가는길 옆 자연 발생된 3,000여평의 늪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홍연(紅蓮)이 무리지어 핀다.
땡볕 길게 내리는날 햇빛을 가려줄만한 넓은 연잎 사이로 수줍게 분홍빛 망울 올린 애기 홍연은 처자
의 유두빛 젖 가슴을 닮았다. 만개한 홍연의 자태는 새모시 적삼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결 정갈하게
빚어 옥비녀를 꽂은 청순한 여인의 얼굴마냥 정말 청초하게 아름답다.
그러나 올해 이 늪(진주시 문산읍 이곡리 소재)에 에위니아의 폭우는 몇날을 누런 황톳물을 뒤집어
씌우며 蓮 대궁을 마구 쓸어 갔지만 강인한 생명을 부지한 홍연들이 오늘 아침 못둑을 찾아간 필자를
향해 하나 둘 망울을 올려 고운 자태로 군무를 준비하고 있어 가슴이 설렌다.
사실 이 늪은 2년전만해도 누구의 간섭과 통제도 받지않아 전국에서 겨울철이면 연 체취꾼들이 몰려
물줄기를 막아 진흙땅을 헤집어 연뿌리를 마구잡이로 남획해 가 그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필자가
지자체에 자연 발생된 이 늪과 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진정을 한적이 있었다. 그 후 지자체는 이 늪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남획을 통제 하였으나 이번엔 홍수로 유속이 심했던 중앙부분이 사정
없이 쓸려나가 그리움처럼 새악시 볼에 연지찍은 홍연을 예전처럼 많이 볼수는 없을것 같다.
고성 상리 연꽃지의 수련
연꽃은 청순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자태도 인위적으로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재배된것은
그 모습과 향이 다르지 않을까?
자연의 늪속에서 녹색의 잎을 피우고 물위에 둥둥 떠 바람과 물새 그리고 잠자리와 한 여름을 사는 蓮
이어야 더 아름답고 고고하다
고성군 상리면의 연꽃지는 몇해전까지 논에 사용할 논물을 가두는 작은 저수지였다.
경작지가 적어 농사만 지어 생활을 할수없던 이 마을은 과감하게 전원주택지를 개발하여 염가로 타지
인들에게 제공하여 전원주택을 지어 사람들을 불러 모우게 하더니 테마 마을을 알리기 위해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발길을 잠시 머물게할 요량으로 필자가 간혹 찾아가는 연꽃지를 조성했다.
상리의 작은 연꽃지는 수련과 홍연이 주종이다.
사진 상.하 고성 상리 연꽃지
규모는 적지만 연꽃을 관찰할수 있는 전망대와 옛 문화를 체험할수 있는 섭다리 설치등 지자체와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이제 휴일이면 많은 가족들이 이곳에 들려 연꽃을 체험하고 간다.
섭다리 및 전망대도 설치하고 주변 논을 연꽃밭으로 조성하여 내년에는 더욱 볼거리가 많을듯하다.
입구에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가 좋다.
고향가는길 이곡늪. 이곳은 자연발생 늪으로 홍연과 가시연이 주종 이었으나 가시연이 귀하다는걸 안
지각없는 남획꾼들의 체취로 지금은 찾아볼수가 없다.
허지만 내년에는 다시 예전처럼 아름다운 홍연을 볼수 있겠지...
황톳물 뒤집어 쓰고도 귀하게 핀 홍연의 자태.
역시 자연적으로 생존하는 연밭이 더 아름답다. 아이의 분홍빛 유두를 닮았다.
이곡늪의 홍연은 이번주 (2006. 8. 12. 부터 2006. 8. 19.까지)부터 사진 촬영이 가능할 정도의 홍연
군무가 에상됨.
▲ 고성군 영오면 연촌마을 연꽃지. 이곳에도 올해는 홍연은 필 생각을 않는단다.
▼ 고성군 상리면 연꽃지. 만개한 홍연을 여기서도 쉽게 찾을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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