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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산길

가을이 머무는 의상봉

 
가을이 머무는 의상봉
 2006. 9. 23.

 

그곳에도 무이구곡은 있었고 의상의 가득찬 불심이 가을 바람과 함께 산 허리를 돌아 나간다.

첩첩산중이 분명 아님에도 산객은 산중에서 넘실거리는 산줄기에 취해 비틀거리고 먼곳 가까운곳 산

들 모두 불러모아 소리없이 자리잡는 가을을 가만히 품어본다.

여린 대궁의 코스모스가 의상봉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필자를 반기고 하늘과 맞닿을듯 키 큰 수수는

연방 도래질 하며 땅을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88고속도 거창 가조나들목을 나가면 좌측으로 아름다운 보해산이 수도산을 향해 달려가고 우측 바위

암봉들이 보이는곳이 바로 의상봉이다.

산명은 아마 우두산 산자락에 터 잡은 작지만 고찰인 고견사(古見寺)를 창건한 의상을 기리기 위해

지은것 같다. 가조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가다 새로 놓은 다리 앞에서 좌회전 하여 들어

가면 매표소가 있다. 자연발생 유원지며 8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자연발생 유원지의 입장료 징수는

피서철 계곡을 찾는 일반 피서객에게 징수 하는것은 이해가 가겠지만 가을철에 징수를 하는것은 이해

가 가지 않는다. 내년이면 국립공원의 입장료도 없어진다는데 군립공원도 아닌 "자연발생 유원지"에

서 입장료를 받는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 까진 한적한 숲속길이 이어진다.

청정수 흐르는 고견천 계곡 물소리가 하늘빛을 닮아 청아하게 들리고 고추 잠자리의 비행이 세삼

가을이 여기 산속으로 들어온걸 느낀다. 억새는 어느새 은빛의 수염을 날리며 지나는 사람들을 배웅

하고 제법 너른 주차장엔 의상봉과 장군봉을 오르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의 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10시20분 주차한후 솔숲길을 오르자 은빛 물줄기가 승천하는 비룡의 몸짓처럼 절벽을 타고 오르는

폭포가 보인다. 바로 견암폭포다. 우측 상봉으로 가는길에 용소폭포가 있다고 들었으나 가는 방향이

달라 볼수 없는게 서운하다.

 

 

서기 667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견사 일주문이 산객을 안을듯 내려다 보며 맞이한다.

일주문 안 천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충북 영동 천태산자락 영국사 앞 은행나무를 연상시켜 고찰임을

대변 하지만 6. 25 한국전쟁때 전소된것을 일부 신축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적혀있다. 범종루의 와즙

에 무성한 잡초는 무심한 세월의 흐름을 읽을수 있고 석불과 작은탑이 과거를 돌아보게해 잠시지만

묵상에 잠겨본다. 희미하게 우측으로 난 길이 있지만 가다가 길이 더욱 더 희미해져 무서움에 발길을

다시 돌려 경내로 들어가 주위를 살펴보니 대웅전 좌측을 돌아가는 길이 보인다.

이어 산길 좌측에 정좌한 부처님을 만나 한땀 야무지게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니 우두산 표지석이

보이고 이정표 잘못 이해해 우측 바위 암봉을 힘겹게 올랐으나 양쪽 모두 막혀 갈수가 없다.

다시 어렵게 능선에 내려서니 의상봉은 밑으로 돌아 나간다.

 

 

약간 비탈진길을 내려서 가다가 나무 계단길을 올라서니 능선에 산객 통제하는 입간판이 왠지 생소

하게 느껴진다.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인 모양인데 얼마전 까지 상봉을 올라간 흔적이 역력

해 바위 암봉을 볼수 없는게 서운하지만 도리가 없다. 통제구역을 어기면서 산을 탈 배짱도 양심이

없는 그런 산객은 절대 아니다.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올라 드디어 우두산 의상봉에 닿았다.

점입가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산악회 창립후 2번째 산행때 왔던 아름다운 산 보해산이 추억이 되어 달려오고 나를 버리고 홀연히

만난 가슴 이쁜 미녀봉 그리고 오도산 정상과 수도산이 넉넉하게 가을 바람과 만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내 달릴 장군봉도 아름다운 암봉을 징검다리로 놓고 기다리니 발 아래 가을 부지런히

오는 가조벌의 황금 들녁이 가슴 벅차도록 풍요로워 배고픔도 없다.

  

 

 

상봉으로 가는 가야산 국립공원 통제 길

 

 

상봉인듯

 

 

 

산이 늘 그곳에 있어 오늘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오늘 의상봉을 만나려 온것은 정말 잘한것

같다. 편안한 바위에 걸터 앉아 목을 축인후 산객은 장군봉을 가기 위해 일어섰다.

직립한 바위들이 솔숲에 터 잡아 제 각각 위용을 뽐내고 간혹 파란 하늘로 뭉개구름이 몰려와 가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해 먼곳 바라보니 가야산이 아스라하게 조망되어 달려가고 싶다.

장군봉으로 가는길을 잘못 들어 위험한 암벽을 만나 어떤이가 내려놓은 동아줄을 잡고 내려갈때 간

작은 필자가 몇번이나 망설인것이 우습다.

다시 엉뚱한 길을 가다 결국 늦은 점심을 들면서 혼자 이 산길에 동행할 사람을 그리워해 본다.  

보해산이 손에 잡힐듯한 장군봉에서 예전 뛸듯이 달려갔던 수도산 단지봉의 산행이 생각나 아직도

왜 그 산악회 사람들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산악 마라톤대회 처럼 모두가 달려간건지...

 

 

 

 

가조벌. 황금 들녁이 참 넉넉하고 풍요롭게 보인다.

 

 

 

 

 

다시 장군봉에서 의상봉을 보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어느새 바위틈 곳곳엔 밤색의 이파리가 보이고 멀리 골짜기 위엔 붉은빛이 간혹 보여 머잖아 이곳에

도  만산 홍엽으로 산객들을 부지런히 부를것이다.

의상봉엔 막 도착한 사람들이 단풍이 되었다.

호젓하던 산길 재촉해 속세와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보이고 매점 옆 평상엔 함께온 지기와 오늘 산행

의 무용담을 나누며 부딪히는 맥주잔 위로 하루를 접고 있다.

 

가는길

88 올림픽 고속국도 거창 가조나들목-가조 사거리 직진 또는 우회전 한후 고견천 새 다리 입구에서

좌회전  의상봉 고견사 이정표 따라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