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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산길에서

며늘바위와 억불산

 

정말 가보고 싶었다.

달마.팔영.천관.주작산을 다녀 오면서 장흥을 지날때 마다 우측 커다란 바위가 내려다 보는 그 산이 궁금

했지만 몇해를 그냥 보내고 있었다. 

선운산을 간다는 고향 산악회 산행을 미련없이 접고 문득 떠오른 억불산.

불심 가득찬 산인지 이름 또한 예사롭지 않지만 제암산 사자산 천관산의 걸죽한 이름에 가려 그저 동네

뒷산으로만 치부되다가 울창한 편백숲이 산림욕장이 되면서 인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나 보다.

그러나 정상을 가는이는 드문지 간편복 차림의 사람만 간혹 눈에 보여 작은산이지만 무섭도록 적막하다.

     

 

27만여평의 억불산 편백숲은 40여년쯤 조성된것으로 산림욕장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나무아래로 도열한 참나무 더미는 표고버섯 재배장으로 신선한 표고버섯이 간간이 보이고 숲에서 풍겨

나오는 편백향이 어지럽도록 진하다.

며느리바위를 오르는길은 제법 가파른 오름길로 숨고르기가 쉽지않아 두어번 심호흡을 해야한다.

하늘을 향한 수십미터의 숲 때문에 산길은 어둡다. 

 

 

 

멀리서 보면 며느리바위는 아낙이 꼭 어린아이를 업은 형상으로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집채보다 더

큰 덩치로 금방이라도 산아래로 떨어질 태세다.

너덜지대의 가파른길이 세삼 주의를 요하고 통천문을 지날때는 무릅과 머리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써면

서 올라야한다.  며늘바위 까지의 너덜지대는 성가시다.

 

 

 

 

통천문길엔 밧줄이 내려져 있다.

 

 

옛날 산 아래 마을에 마음씨 고운 며느리가 유복자 아들과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는 시아버지와 유복자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었지만 성질이 고약하기

로 소문난 시아버지는 인색하여 동네에서 나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날 억불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 암자의 신통력 있는 스님이 그 집으로 시주를 가자 시아버지가 문전

박대를해 쫒아내자 착한 며느리를 불러 사흘후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져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니 아들을 업고 억불산(億佛山)으로 피신하라 이르고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사흘후 스님이 말한대로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져 마을이 물에 잠기어 오자

착한 며느리는 시아버지께 피신 할것을 간청 하였으나 재산이 아까운 시아버지는 집을 나서지 않아 아이

만 등에업고 달려 억불산 중턱에 올라서자 뒤늦게 생명에 위험을 느낀 시아버지의 애절한 소리에 며느리

는 스님의 당부를 잊은체 뒤를 돌아보자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면서 그 자리에 아낙과 아이를 바위로

변하게 하니 바로 며느리바위다.

 

  

 

정상아래 능선에 섰다.

장흥읍내가 보이고 제암산 사자산 끄트머리에 일림산도 눈앞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 은빛 억새는 숨가쁘게 올라온 사람들을 쉬게하고 아득히 천관산이 바다를 향해 자락을

펼쳐 장관이다. 저 멀리 완도 상황봉도 바다에 떠 있고 사방 빈 들엔 겨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좀 아쉬운건 산행코스가 짧은게 흠이지만 주변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와 노을과 갈대가 너무도 아름

다운 순천만을 둘러보기엔 딱 맞는 시간이 아닐까? 

 

 

정상아래 능선에서 본 억불산 정상

 

 

천관산줄기는 완도로 가는 바닷물에 자락을 담구었다.

 

 

천관산 조망

 

 

 

제암산.사자산 & 일림산 조망

 

 

해거름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벌교를 찾았다.

찬 밤바람이 턱을 시리게 해 주머니에 손을 찔려넣고 벌교역으로 들어갈 무렵 저만치 역 광장 귀퉁이

에 대치가 필자를 바라본다. 한국전쟁과 이데오르기가 남겨준 상흔이 여기에 고스란히 묻어나는듯해

스산하다. 꼬막축제는 끝이 났지만 지금부터 꼬막의 맛은 제 철이라 식당을 찾았지만 넘쳐나는 손님에

진저리가 난건지 사람이 들어가도 시큰둥하더니 20여분을 앉아 있어도 다가와 주문 받을 생각이 없다.

벽엔 지상파 방송 3사가 맛 기행을 했다며 도배를 한게 무색하다.

황급히 일어나 옆집으로 가도 만류할 생각이 없으니 자고로 죽어봐야 ㅇ승을 안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억불산 가는길

순천나들목 나와 2번국도 목포방향으로 가다가 장흥에서 내려 남도대학이나 자푸재 18번 도로상의 미곡

처리장을 찾으면 된다.

벌교는 2번국도상에 있으니 찾기가 쉽다.

한가지 더 첨언하면 벌교읍내 역(驛)주변 꼬막 점포등이 사람이 보행할 인도를 전부  점령해 차도로 사람

이 다녀 위험 천만이다. 자치단체와 시장 번영회서 각별한 계도가 있어야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