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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또 한해를 넘어 갑니다.

겨울이 회색 빛 속으로 깊이 빠져 들었다.

깊어가는 겨울은 또 한해를 숨기쁘게 넘겨야 한다.

무엇을 기억하랴.

아니 무엇을 기억할까?

영욕의 세월.

고통의 시간.

모두 묻어놓고 2007년은 그렇게 역사의 수레에 실려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산 아래

속세의 년말은 어김없이 요란하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겠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흘러 나오고 진실 공방의 대회전도 싱겁게 끝이났다.

대출금 독촉과 연료비 인상으로 차거운 방바닥을 어루만지는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이미 하늘에 닿아 참담하고 빈 호주머니에

두손을 질러넣은 청년 백수들의 어께는 언제쯤 펴 질련지...

산길에서 만난 두 아이의 엄마에게 넌지시 물었다. 지금 무엇이 제일 걱정이 되느냐고 ?

단번에 두 아이의 사교육비를 들었다. 그 다음으로 계약직 남편의 앞날이 ... 

춥고 지치고 배고파 겨울이 싫었던 유년,

그때 그 시절의 겨울을 겪은 사람들도 한결같이 지금이 그때보다 더 춥고 허(虛)하다고 한다.

내년은 低성장.高물가.경상적자로 3고(苦)에 울꺼라는 소리에 한뼘쯤 남은 허리 졸라메기도 버겁게 되었다.

그런데도 지금 12월을 달구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 나라 경제를 살리는데 최적임자라며 우릴 헷갈리게 한다.

지인들은 이제 더는 속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지인들의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지리산에 눈이 내렸습니다.

이 맘때면 큰 산 지리산엔 하얀 눈이 내립니다.

벌써 서너 차례 눈 같은 눈이 내렸습니다.

지리의 눈은 속세의 눈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속세의 눈은 내리면 온갖 잡것들로 금새 오염이 되지만 지리의 눈은 가장 높은곳,

하늘로 부터 제일 먼저 눈을 받아내기에 참 깨끗합니다.

백옥같이 솜털같이 희고 깨끗합니다. 

 

 하늘이 화를 냅니다.

아니 화가 났습니다.

덩달아 강한 바람도 속세인들의 온갖 부정과 탐욕을 날려 버릴듯 온몸을 덮칩니다.

부정과 탐욕을 날려야 할 장본인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산객들을 물고 늘어집니다.

계단을 천천히 밟고 높은곳을 오르는 산객의 모습이 12월을 닮았습니다. 

한해를 마무리 해야하는 고달픈 우리네 여정 입니다.

 

 굽이굽이 저 길 따라가면 12월은 끝이 나고

그리고 저 비알길 되돌아 오르면 어느새 또 한해가 시작되는 새해가 시작 되겠지.

길은 언제나 끝이 없고 오늘 외로운 사람은 내일도 고독 할거고 

혼자 산길가는 산객은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쭈-욱 홀로 긴 산길을 가겠지...

길에서 산길에서 고즈녁한 지리의 산사에서 산객 올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