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간 그 길에 지리산을 입는 사람들이 모여간다. 산은 늘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나를 따라오다가 그대로 멈춘다. 일상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밀쳐 두었던 푸른 고향 풍광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져 지리산길은 고향을 찾는 길이된다. 재를 넘어면 목멘 내 갈증을 채워주는 계다식 다랭이논과 눈에익은 작물들<나락(벼).고추.들깨.고구마.감자.그리고 호두.> 내딛는 발자욱에 사람과 산. 들판 그리고 마을이 무시로 만나져 지리산길은 늘 헤어짐 없는 만남의 길이된다. 내외할 나이도 훨 지났건만 중년도 훌쩍 넘긴 아주머니가 고사리밭에 김을 메다가 산객의 렌즈를 보고 화들짝 일어나 등을보여 미소를 짖게하는 순박한 지리산길은 계속되는 장마로 마루금 마다 운무가 중첩만장이다.
상황마을 위 고사리밭 아낙은 낮선 산객의 카메라에 얼른 얼굴을 돌리고
산길을 따라 오르면 이내 심오해지는 대자연앞에 필자는 경건해진다. 오늘도 지리산릉은 운무와 시도때도 없이 숨박꼭질을 하며 제 모습을 숨겨 더 신비롭다. 초록빛의 손짓. 여름 지리산길은 풋풋한 푸른 생명들이 무리지어 피고진다.
푸른 다랭이논. 예전 추억속에 터 잡은 우리 고향 풍경이다.
등구재로 가는 삼거리에서 칠순을 훨씬 넘기신 어르신을 만났다. 필자처럼 홀로 이 길을 묵묵히 가시는 걸음마다 장구한 세월이 묻어난다. 이 분의 지나온 삶도 아마 산길 이었을게다.
등구재. 우측으로 가면 금대암이요 좌측으로 길을 들면 삼봉산이다. 지리는 첨봉은 없어도 골이 깊어 세상의 인연을 모두 끊고 구도자의 길로 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이 이 여름을 식혀줄것이다.
촌로께서 운영하는 간이 휴게소. 비닐 덮게를 씌운 평상이 화려하지 않아 더욱 정이가는곳. 우측엔 아무리 가물어도 사시사철 수량이 똑같이 솟는 노천 샘이 있어 목을 축이고 가라는 말에 물통의 물을 버리고 이 샘물을 담은후 다시 산길을 간다. 나이든 찬장에 진열된 컵라면, 저 어르신은 오늘 몇개나 파셨는지...
사람 누구나 마음속에 길 하나를 가지고 산다. 지리산길은 그런 마음의 길이 아닐까? 가슴을 한없이 열어 보이는 길. 그 길위로 과거 같은 운무가 핀다.
당산쉼터. 저 고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픈 사연들을 토해내며 가족들의 안녕과 소원을 빌었을까? 이 길위 절묘한 쉼터가 된 당산나무. 염원의 나무에서 이제 지친 길꾼들의 넉넉한 휴식처로 백년 또 백년을 지리산과 살 것이다.
모 방송국의 지리산길 취재. 이들이 경쟁하듯 지리산길을 세상에 내다 팔 예정이다.
인심 넉넉한 아직 때묻지 않은 주막집. 마침 비가내려 이웃 주민들이 모여 파전을 굽고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었다. 산객을 붙잡고 한사코 파전을 건네는 주모의 얼굴이 영락없는 큰댁 형수 모습이다. 보리밥 한그릇에 3,000원 동동주 5,000원 지리산길은 미쳐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허기를 길위에서 채울수있다.
칠선계곡으로 가는 의탄교. 새벽길 나서면 저 다리를 건너 2구간까지 걸을수 있다. 대간이나 정맥길에 나선 사람들이라면 얼굴한번 찡그러지 않고 걸어 갈 거리다. 그러나 지리산길은 애써 그렇게 갈 이유가 없다. 오늘 가지 못하면 내일 다시 이곳에 서면 된다. 서두르지 않고 정담을 나누며 사색하며 걷는 산과 들길 지리산길은 그렇게 여유롭게 가는 길이다. 이제 우리 그 길을 함께 가보자.
지리산길에서 만난 까치수영
지리산길에 핀 참나리
그리고 지리산길엔 호두와 옻이 유명하다.
|
'☞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만복대 스치는 바람도 외롭다 (0) | 2008.09.23 |
---|---|
가을타기 지리산 천왕봉 (0) | 2008.09.15 |
팔랑치의 몸살 (0) | 2008.05.11 |
팔랑치엔 아직 철쭉 봉우리만... (0) | 2008.05.09 |
풋풋한 신록의 물결 대원사(유평)계곡 (0) | 2008.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