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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지리산 만복대 스치는 바람도 외롭다

 

지리산 만복대. 스치는 바람도 외롭다.
 [글.사진 / 기산들 2008. 9. 21.]

 

 

                                                        정령치 위 산불감시막에서 바라본 만복대 능선. 가을이 점차 익어가고 있다.

 

령치로 가는길은 돌고 돌아 자동차도 숨이 턱에까지 차올라  힘겹겨 오르는 하늘과 맞닿은 고개다.

마한의 별궁을 방어하기 위해 정씨성을 가진 장군과 황씨 성을 가진 장군이 각각 성을 쌓아 지키니 정령치와 황령치였다고

전한다. 그때의 정령치(鄭嶺峙)를 현재는 정령치(正嶺峙)로 고쳐 부른다.

긴 대간길의 쉼터가 된 정령치는 지리산 서부능선의 조망처이자 봄 철쭉이 분홍바다를 이루는 팔랑치 바래봉으로 가는 길목

이며 산내면 달궁에서 주천면 고기리로 넘어가는 길손(여행객)들의 영원한 휴식처다.  

운해에 뒤덮힌 지리산릉의 풍광이 가슴 설레게 하는 정령치엔 오늘도 어김없이 산객들과 길손들이 방대한 회색빛 산릉을

바라보며 흥분과 감동에 젖어 환한 미소를 짓고있다.

 

복대를 향하려면 정령치 주차장 맞은편 오르막인 나무 계단길로 올라야 한다.

오랫동안 시간을 삼켜버린 나무 계단은 중간 중간이 너덜너덜 하지만 이 계단길을 따라 오르고 내려간 사람들이 얼마일지

짐작케하는 잘 닦여진 산길은 지리산길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위안이 될 것이다.

처음 능선에 닿자 만나는 산불감시막의 공터는 만복대의 능선과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지는 바래봉 주능을 조망하는곳

으로 가뭄에 싱싱함이 사라진 새품이 측은하다.

왜 올해는 가을 가뭄이 이렇게 심한지 지리산 단풍색이 과히 걱정이 된다. 

   

 

늘과 산,숲.능선이 희롱하듯 나를 부르는곳

오를수록 느끼게 된다.

장쾌한 산릉을 거느린 지리산의 진가를...

지리산은 어디 어느곳을 올라도 실망할수 없는 풍광이 아름다운 멋으로 다가오므로 산객들은 지리산을 늘 그리워하며 

무시로 찾아와 오르게 되는것이다. 

 

 

만복대로 오르는길은 고통을 안겨다 주는 된비알길이 심하지 않은 농염한 여체가 옆으로 누워 있는듯 부드러워 처음 산불

감시막에서 올려다본 만복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우리들 눈앞에 다가온다.

대신 정상너머로 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산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해 잰걸음을 걷게한다.  

 

 

바위에 올라 뒤돌아 보니 운봉읍 앞 들녁의 가을색이 정겹다.

저수지의 물이 지리산에 취한 산객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거울을 만들어 가을을 비추고 세걸산에 살포시 걸쳐진 운해는

하늘로 가는 다리를 놓아 지리는 언제나 하늘과 닿은 천산이다.

  

 

 

거친 산릉이 만복대가 가까워 오자 부드럽게 누워 글쓴이를 끌어 안는다.

오르지 않는자는 다 보여주지 않을 요량으로 정수리엔 어느새 운해를 끌어 모아 모습을 감추고 발아래 마을은 실루엣 가을에

만취되어 한낮을 몽롱하게 보내고 있다.

고향 가을도 저렇게 익어간다.  

 

 

만복대

 

짙푸른 능선은 이제 가을 수채화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편안한 터,

자유.

치마처럼 펼쳐진 능선에 자유가 무한대로 춤을춘다.

이렇게 여유로울수 있는것은 만복대의 지세가 한몫을 한 까닭일게다. 

만인이 복을 받는다는 지세 그래서 만복대는 지리산 10승지중 하나라고 풍수지리학자들은 말을한다.

 

 

 

산은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잣대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오르지 않고 걸어 보지않고 스스로 자책하며 나약해지거나 포기하지 마라

왜냐하면 82세에 백두대간 종주를 끝내고 88세에 낙동정맥 종주를 끝낸 홍성문옹<한산회, 한국산악회 종신회원>이 아니어도

70대에 희말라야 등정을 감행하는 연로하신분들의 도전은 과히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가?  

 

 

산을 그리워 하라.

모든이의 푸념과 고통을 통채로 받아 주는 산을 사랑하라.

최치원 선생은 전국의 명승지와 산수를 쫓다 가야산 홍류동으로 들어서 신선이 되는 시를 쓴다.

 

미친듯한 물결 첩첩 바위에 부딪쳐 산을 울리니 

사람의 소리는 지척에서도 분간키 어렵네

끊이지 않는 시비소리 들릴까 두려워 

짐짓 흐르느 물소리로 산을 감싸 놓았네. 

 

 

묘봉치 고리봉 성삼재로 이어지는 만복대 능선에 막영을 한다면 아마 몽골의 테를지처럼 별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고 

달빛은 또 얼마나 많이 여인의 속살처럼 부드럽게 펼쳐질까? 

촘촘히 핀 오이풀꽃.

질펀한 능선은 색채 짙은 유화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노고단에서 피는 운무는 춤추듯 능선을 타고 오는 모습이 환상 그 자체다.

만복대.

아 ! 너도 언제나 지리산릉의 산 그리메구나.

산 아래 메밀꽃이 져 간다.

그것은 가을이 깊어감이다. 

다시 이 가을 걸망을 메고 나는 지리의 어느골에서 산그리메에 취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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