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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만산 홍엽으로 가는 지리산

 

만산 홍엽으로 가는 지리능선  
 [글.사진 / 기산들 2008. 10. 11.]

  

   산 사람들의 영원한 희망봉인 지리산은 올해도 어김없이 능선마다 싱싱한 이파리를 홍엽으로 물들이며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까지 걸쳐 완연한 가을 구색을 갖춰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우고 있다. 

  선지피 보다 더 아린 사연을 간직한 지리산은 어느 한 시기 이념 분쟁의 터였기에 가을 능선마다 붉게피는 단풍은 어쩌면

  그날 그 혼들이 일제히 일어서는 몸짓으로 보였는지 모른다.  뱀사골이 그러했고 피아골,백무동,칠선계곡이 그러했다.

  그러나 반세기도 훌쩍 넘긴 지리산의 아픔은 해마다 가을이면 만산 홍엽이 아름다운 비단융단을 만들어 산 아래로 보낸다.

 

  지리산 봉우리중 바래봉,세석은 봄 철쭉으로 그 진가가 드러나지만 나머지 주능선과 봉우리들은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에 그 출중한 모습이 나타난다. 흔히들 가을 단풍 명산으로 설악산을 선두로 강천산,추월산,주왕산,청량산,등을 꼽지만

  그것은 지리산 단풍의 깊은멋을 아직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뱀사골과 피아골 달궁계곡의 단풍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리 주능선에 붉게 물든 단풍의 장관은 고사목과 푸른 주목이

  파란 하늘과 어우려져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하므로 탄성을 지르지 않고서는 지나갈수가 없다.         

  

      백무동으로 가는 길목 계곡위 벼랑에 터 잡은 작은암자가 가을날 아침 햇살을 받아 포근하다.

     암자 뒤로 어제밤 가을이 살짝 내려 앉아 오가는이들의 기분까지 맑게해줘 필자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을을 본다.    

     백무동 주차장엔 새벽을 달려온 산 사람들의 부산함이 고요를 깨뜨리고 한신계곡을 올라 세석 그리고 거림으로 갈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오늘 필자는 세석을 오르지 않고 몇년전 추석 연휴 3일을 지리산에서 보낸 장터목을 가기위해 

    하동바위 소지봉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초입 야영터엔 간밤 지리산을 품은 사람들이 부시시 눈을비비며 일어나 아침을

    준비할려는지 물통을 들고 사시사철 흐르는 자연수도를 향해 내려선다.

     지리산은 아무리 짧은 산길도 마음에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수가 있다.

    장중한 산 방장산인 지리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주눅이들고 주능선을 제한 대부분의 산길이 위 사진처럼 뼈(너덜.돌덩이)가

    많아 여느 산길보다 배 이상의 체력이 소모됨은 지리산을 찾는 횟수가 많을수록 느끼게된다.     

     단풍이 아니라 차라리 별이다.

    녹색과 적색의 조화가 이처럼 절묘하게 궁합이 됨은 가을 풍경에서나 볼수있다.

    아직은 잎이 물들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일시에 침몰시키는 길옆 단풍,

    사실 이때부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잠시후 눈앞에 다가올 풍광에 기대와 흥분이 되어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게 사실이다.  

 

      온갖 풍상을 버티고 선 하동바위와 출렁다리

     쉼없이 오름을 향하던 발길이 이곳에 오면 지쳐 쉬게하니 참 인심좋은 바위다. 

     필자가 다가가자 오늘도 어김없이 산객들을 붙잡아 노닥거리고 있다.

      간밤 서리도 내리지 않은것 같은데 이제 막 물이 든 싱싱한 이파리들이 너른 바위 위에 드러누워 있다.

     필자의 추리로는 가뭄이 워낙 심해 갈증을 견디지 못해 일찍 낙엽이 되지 않았을까?

     오는 도중 저수지와 계곡에 물이 마른걸 보면 올 가뭄이 심하긴 심한 모양이다.

     우리네야 수돗물이 철철 흘러나오니 산천의 목마름을 어찌 알수가 있었으랴...    

     지리산은 도처에 생명수가 넘쳐 흘러 굳이 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물통만 있어면 갈증없이 산행을 할수 있는 청정생명수

    가 넘쳐나는 산 이다. 특히 주능선의 종주 산행시엔 군데군데 맑은샘이 있어 한 여름에도 갈증으로 탈진할 염려는 없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빈통에 물을 채워 다시 돌길을 걷는다. 그래도 조금 다행인것은 돌길을 잘 정비해 두어 예전

    보다는 한결 수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리산길은 체력소모가 많은 산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늘도 붉은빛으로 물들여진다.

     고목에서 뿜어내는 저 강열한 빛,

     은은한 자태로 이 가을 불꽃처럼 자신을 태워 나목이 되는길로 가는 고목에서 나는 오늘 무엇을 얻고 가는가?

 

     힘겹게 오른 소지봉.

    우거진 숲 으로 조망이 없어 불타는 능선의 단풍을 희미하게 볼수 있는곳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조바심으로 장터목을 향해 뛸듯이 간다.   

      파란 하늘에 그린 이 한장의 그림으로 더는 빛나는 단풍에 대해 무슨 말을 쓰겠는가? 

     이제 부터 지리의 능선은 첫서리를 맞기까지 별보다 더 강한 빛을 뿜어 만산을 오색으로 채색해 갈 것이다. 

 

 

 

      장터목으로 가는 능선에도 붉은빛은 돌고

      가슴뛰게 하는 지리의 주 능선에도 이파리는 붉게 물들여져 간다. 

 

 

     장터목 대피소 아래는 절정을 향해가고

 

 

 

 

 

 

 

      뱀사골.피아골에도 이번 주말(10. 19.-25.)을 시작으로 단풍은 꽃보다 더 예쁘게 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