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향 산악회 송년산행에 동참을 하기 위해 설산을 갈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지인들과 해후했다. 한반도 2번째로 큰 섬 거제도는 조선산업의 메카로 울산 다음으로 경제가 풍성한 부자 도시 였지만 불어닥친 불황을 이들 도시인들 비껴갈수가 없는지 연일 온라인 뉴스로 등장한다. 거제와는 중부고속국도(35번)덕에 너무 가까워져 필자는 종종 노자산과 가라산을 찾았고 이들 산들이 발목을 담근 다도해의 풍광에 흠뻑 젖다 오곤해 거제의 산들은 꽤 친숙한 산들 이다. 특히 송년 낙조 산행지로 그 이름을 당당히 올린 망산, 그리고 일출 명소로 정평이 난 해금강,학동 몽돌해수욕장과 더불어 노자 가라산 역시 해돋이의 명품이다.
늘 인터넷으로 답사를 대신하는 탓에 오늘도 초입부터 우왕좌왕이다. 보편적으로 노자 가라산 산행은 혜양사가 있는 부춘리로 들어가 솔숲 입구 너른 주차장을 지나 혜양사 좌측 계곡을 따라 오르다 임도를 건너 오름길로 접어들어 능선에 오르면 작년 이맘때 건축한 쉼터에 닿고 이어 헬기장을 지나 500여미를 가면 빗돌 고운 노자산 정상에 닿는다. 그러나 동부면 소재지에서 우측 부춘리로 향하려던 필자의 경험은 택박사들의 일성에 무너지고 결국 산꾼들이 대부분 가지않는 자연 휴양림에 도착해 휴양림의 산림욕도 하지 않는데도 1인당 금 1,000원의 사용료를 징수 하고 능선에 닿기위해 오름길을 오르지만 아래 임도에서 또 그 길이 아니라며 택 박사들의 난리에 일행 대부분은 다시 그들을 따라 내려가고 전 회장(현 산악회 고문).산행대장 그리고 동장 친구가 필자와 동행을 한다.
오름길 좌 우로 잎 다 져버린 소사나무 나목의 행렬은 된 비알을 오르는 산객들에게 위안을 준다. 짙 푸르게 윤기를 내던 잎은 지난 가을 또 얼마나 붉게 물들여져 필자처럼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지난 젊은날들의 추억을 회상케 했을까 짐작이 간다. 미끄러울 정도로 굴참나무잎이 산길에 싸여 걸을때 마다 바스락거림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니 영락없이 계절은 겨울 의 한복판에 머물고 있다. 드디어 시야가 확 터이는 바위 전망대에 도착하니 일행들은 약간은 뿌옇게 보이지만 일망 무제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에 탄성을 지른다. 발 아래 검푸른 물살에 젖고 있는 학동 몽돌 해수욕장도 겨울볕을 받아 해바라기를 한다. 참 포근하고 아늑한 풍광에 잠시지만 일상의 욕(欲)까지 버릴수 있어 산은 늘 고맙다.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매서운 해풍이 진저리를 칠때마다 휘이익 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려 차겁다. 새품은 다져도 여린 대궁은 강한 해풍에 깃발로 나부끼고 멀리 노자산 너머 거제의 상징산인 계룡산줄기가 한달음에 이곳을 향해 달려올듯한 품세다. 한폭 그림으로 다가오는 명경 호수를 닮은 탑포 와 저구의 옥빛 잔잔한 포구는 둥둥 떠 있는 섬 섬 섬들을 한아름 안아 끌어 당기고 있다. 과히 진나라 시황이 이곳 노자산까지 신하들을 보내 불로초를 찾으려 한 까닭을 이제서야 알것 같다. 지금도 노자산엔 수십가지의 약초가 자생하고 있어 남획꾼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니 보존하기가 수월치 않다나
멀리 노자산 너머 계룡산이 요동치며 달려올듯 하다. 또 한 이 구간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이다.
이제 이 능선을 따라 노자산과 이별을 하고 가라산을 향한다. 해풍은 왜 이리도 드센지 일행들은 바위 전망대 위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자연이 내린 대작을 맛보기만 한체 바위를 내려선다. 자신의 덩치 때문에 밧줄을 잡고서도 바위위를 오르지 못하고 지체하는 대구 모 산악회 여성 회원덕에 잠시 숨을 고른후 필자도 바위를 타고 봉우리에 오른다. 다시 몽돌해변의 고요에 젖고...
우리 마음속 늘 그리는 풍광이 있다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저런 풍광들이 아닐까? 고통의 세월을 지나 맞이하는 넉넉한 시간들이 느림의 미학을 안겨주듯이 지난 그 아린 시간들을 감내할 만큼 자연이 주는 시각적 감성적 효과는 과히 어떤 물질로도 대신할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감동의 산행을 동경 한다면 송년산행지로 이곳 거제의 산들을 정한다면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것 이다.
산행길 안내 부춘리 혜양사-임도-헬기장-노자산 정상-전망대-벼늘바위-마늘바위-뫼바위-진마이재-가라산-망등-망골-다대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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