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은 이맘때면 봄을 기다리지 않고 그 봄을 찾아 길을 나섰다. 가는 도중 울-너머 가지를 내민 매화가 눈속에 피어 있으면 설중매를 가슴에 품고 와 화선지에 매화를 그려 벽에 붙이고 하루 한송이씩 그림속 꽃송이를 붉게 칠하여 81송이의 매화가 홍매화가 될때쯤 사랑채 샛문을 열어 자신의 뜰에 핀 매화를 보며 참봄을 맞이하는 그윽한 낭만을 취했다고 한다.
이런 선비들의 낭만적 봄을 느끼고 풍류를 실감할수 있는곳이 거창 구연동의 수승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번씩은 다녀 왔을 수승대는 여름철 피서지와 연극제가 열리는 여행지로만 생각을 가질련지 모르지만 수승대는 구연서원을 비롯 관서루, 요수정등 옛 선비들의 체취가 서려 있어 조급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어쩌면 이상과 여유를 가질수 있는 여행지가 아닐까?
구연서원의 문 관서루. 옛 모습 그대로 전해온다. 관서루는 요수 신권,석곡 성팽년. 황고 신수이. 의 선비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사림들이 세운 구연서원의 문루로 영조16년(1760)에 건립되었다 한다. 관수란 "맹자'에 나오는 글로 물을 보는데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의 흐름을 봐야하고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다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라고 한말을 인용한 것으로 군자의 학문은 이와 같이 물 흐르듯이 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 한다. 물론 정치 역시 위 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구연서원
고색의 단층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예전 우리집 울타리 같은 토담에서 봄날같은 따뜻함을 느낀다. 명경수 흐르는 암반에다 적은 시 한수는 올 곧은 선비의 마음들이 모여 수백년 까지 전해져 오니 무엇이 의기 양양한건지 바위에다 자신의 이름을 새기며 만족하는 지금의 세태와는 그 격이 다르다.
주차비와 관람료가 아까워 어렵게 월담을 하는 저 젊은 연인들은 단돈 3,000여원의 쾌감을 왜 이곳에서 느끼며 가는지 모르겠다. 호젓한 길 아름답던 모습은 월담으로 평온하던 필자의 마음까지 흐리게 한다. 거북바위에 암각된 해석 하기 어려운 글귀는 짐작컨데 아름다운 이곳을 노래한 부분도 있지만 사신들의 이별을 슬퍼한 이야기도 새겨져 있으리라
주변의 풍광과는 다른 구연교를 건너자 고송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진 요수정과 만난다. 요수 선생이 구연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풍류를 즐긴 이 작은 정자에서 잃어버린 조선의 선비정신 을 단 하룻만에 느낄수는 없겠지만 푸른 기개로 당당하게 천지와 손잡은 솔숲의 자태와 채울곳 그득 채운후 막힘없이 세속으로 내달리는 구연동 명경수에서 청빈함과 곧은 절개를 느낄수가 있다.
추억을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를 지나 다시 세속을 나오자 저 멀리 어께를 감싸고 밀어를 나누며 걸어오는 연인들의 모습에서 문득 흐른 긴 세월을 향해 엽서를 쓰고 싶다. 삶은 늘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게 하였으니 정녕 공평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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