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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여행

소매물도에도 상근이가 있다.

 

 

3년전 여름인가 대마도를 갔다 귀국길에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생과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때 무리하게 운항을 한 선장의 소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다 못해 분하기 그지없다.

5-6미터의 파고 그것을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필자는 그 날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같은 망망대해에서 겪은 3시간30여분의 

악몽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겠는가? 첨단시대를 사는 작금의 현실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를 한 그 선장도 실은 그날밤

무서움과 두려움에 오금이 저리지 않았을까? 아무리 수십년간 배를 탄 사람이라고 해도 그 도 인간이니까.

그 후 필자는 배를 타고가는 섬여행지는 절대적으로 피하지만 부득히 꼭 가야할 일이 생겨 배에 올라도 출발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미련없이 여행을 포기하고 만다. 

오늘 떠나는 소매물도도 몇달전 이곳 통영여객선 터미널에서 승선을 하였으나 제법 센 바람에 배가 흔들려 출발 2분전에 하선

을 해 겁장이로 놀림을 받았지만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

         

 

휴일(2009. 5. 10.) 매물도로 가는 배는 부산하다.

미지의 풍광을 그리는 시선들이 마주치고 그들의 심장은 뜀박질 할 것이다.

눈으로 입소문으로 들어 그리웠던 소매물도.

하얀 등대가 사무친 그리움으로 서 있어 더 애잔한 그 곳.   

그래서 더디게 어슬렁거리는 배에 눈을 흘기며 이른 아침 매물도로 향하는 사람들은 조바심을 태운다.

물살을 가르는 배는 한산도를 좌로 밀쳐내더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장의 굵직한 목소리는 흐른 세월의 무게로

필자의 몸까지 무겁게 해 ㅎㅎ 잊고 있었던 필자의 나이가 어느새 60고개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나이를 잊고 살았 왔는데 이 아침 선장의 오래된 목소리가 나이를 생각나게 해 주어 조금은 섭섭하다.

 

 

오전 7시 미항 통영을 떠난 배는 1시간 20여분 숨을 헐떡이며 회색빛 바다를 헤집더니 오륙도를 닮은 갈매기섬을 만나면서

천천히 숨을 고른다. 중저음의 뱃고동이 뭍의 사람들이 몰려 오고 있음을 알리자 선착장은 이내 발을 딛는 사람들과 이 섬을 

아쉽게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늘 그리던 곳.

오늘에사 필자도 이곳에 첫발을 내딛는다. 

코속으로 확 짠 바다내음과 소금먹은 미역냄새가 생소한 땅에 내가 서 있음을 느끼게 한다.

     

 

닿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게 숙취로 자주 먹는 멍게파는 아줌마들이다.

주변에 양식장이 보이지 않는걸로 보아 통영 일원의 바다 목장에서 가져온건지 길손들과의 흥정으로 아침 선착장의 풍광은 

방금 낚아올린 은갈치의 은빛 비늘처럼 생동감이 있어 상쾌하다. 

등대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딱 한번 영상상자에서 본 상근이를 닮은 하얀개가 이방인들의 놀림에도 인상한번 찡그리지 않고 

의연히 손길을 타게해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그 녀석의 자태에 여유가 생긴다.

잠시후 소매물도 상근이의 본섬과 소매물도간의 도하가 뭍의 사람들을 매료 시킬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