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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

여름을 밀어내는 너는 누군고?.

 

 

  세상이 온통 용광로였던 지난 여름,

  불면을 보내고 이른 아침 나는 연화산 시루봉에 올라 

  그 강한 여름을 밀어내는 바람을 보았다.

  들풀사이를 뚫고 새품을 뒤흔드는 가슴 한가득 안기는 서늘함에   

  등 떠밀려 발버둥치는 붉은 여름은 후조의 찢긴 날개처럼 

  더 이상 飛上은 어렵게 보였다.      

 

 

    나지막한 시루봉은 먼곳을 헤며지 않아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가뿐하게 나락들의 색깔이 바뀌는 신전(버구)들이 

   황금빛으로 변하면 심호흡을 하지 않고서는 감히 눈부신 그 풍광을 볼수없다.

   산정에서 혼자 눈을 내리는데도 새악시의 첫밤처럼 가슴이 설렌다.

      

 

 

   보고만 있어도

   바람이 코끝에 살짝만 닿아도 

   북소리가 되어 다가오는 시루봉 가을,

   버려둔 마음들도 일제히 산야山野로 몰리니

   시루봉의 가을은 황급히 서막을 연다. (2011. 9. 5. 연화산 시루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