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아직도 가을의 잔영이 있었다.
해풍이 밀어낸 가을 끝자락 동화같은 풍광을 병풍친 북병산은 간간히 붉은
단풍을 보듬고 옥빛 바다에 발을 담구고 서 있다.
내륙의 산들은 이미 깊은 겨울로 가고 있건만 한줄기 빛 처럼 섬산은 간혹 비치는 햇살에
사그라질 붉은 기운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고 있다.
송년.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어느사이 한해를 마무리 하는 길목에 서게한다.
건강하다 해도 나이가 60 중반을 넘어서면 오름길을 오르는게 녹록하지는 않다.
특히 매서운 칼바람이라도 만나게 되면 내쉬는 숨결조차 버겁지 않던가?
이럴때 거제의 산들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산자락과 물기둥을 베어 앉히는 옥빛 바다
그리고 빰을 간지르는 해풍이 있어 너무좋다.
그 중 북병산은 보는것과 보여지는것 모두를 두눈에 담을수 있는
최고의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특히 북병산의 정상은 적당한 암봉과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구조라, 망치몽돌 해안선과
노자 가라산릉의 조망은 과히 압권이다.
지난 여름 무던히도 붐비던 해변에 지금은 조촐한 그림자만 추억처럼 떠 다니지만
그래도 분명 감성과 느낌이 고조 되는곳이 푸른 섬 거제가 아닐까?
사진가의 감수성이 주체하지 못할 흥분으로 가득차 매번 헛탕을 치면서도
다시 풍광을 찾아 길을 나서듯이 산객은 산내음 때문에 걸망을 챙기게 되는것이다.
송년산행
비알길을 오르는 숨소리가 가빠져 올때
작은 해풍이 등을 밀어낸다.
열릴것 같은 하늘은 뜸을 드리며 쉽게 열리지 않지만
세상사 모든 시름을 잊고 마음이 편해질때쯤 정상에 닿았다.
어찌 되었던 북병산과 발아래 옥빛바다는 자유와 해방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 아무곳에서도 바다를 볼수 있는 이곳에서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이 산길이 빠른 속도의 삶을 돌아볼수 있지 않을까?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어제의 일들은 다 떨쳐버리고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가슴에 담는 새해를 맞이하고픈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저 건강한 산 처럼 -
무심한 옥빛 바다처럼 -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함께 송년 산길 열어 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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