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 종주 제11구간 억새는 가을노래를 준비하고...
외초마을-산성산-한우산-자굴산-좌굴티재-500.9봉-머리재
계절이 바뀌려고 하면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기적소리 들리는 낮선 시골 간이역 에서 십수년전 잊어버린
그림자를 기억하면서 긴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억새 끝없이 춤추는 능선을 따라 삶의 향내를 찾아가는 산객.
나즈막한 뱃고동소리 애간장 녹이면 작은 포구의 선술집으로 가보고 싶어 길떠나는 사람.
가을은 제각각의 감정으로 모두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것이다.
허지만 산을 사랑하는 산꾼들의 소망은 의미있는 산행을 하고 싶어한다.
바로 작은 맥이라도 따라가고 싶은것이 일반적인 산꾼들의 심리다.
영지버섯. 자굴산 구간은 영지의 낙원.
우리산맥의 등줄기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것이 정맥.
그기서 다시 실핏줄 같은 작은 가지가 기맥이다.
우리 산경표 조차 철저하게 외면한 그 맥을 찾아 걸어간 의지의 사람들.
아무도 쉽게 나서지도 나설수도 없는 그 길.
산길이 있다가도 희미하게 없어지는 어쩌면 1년에 단 한사람도 가지 않을수도 있는그 산길.
그곳 우리 고장의 맥 진양의 맥 따라 내려온지 어언 5개월째 계절은 어느새 3번이나 바뀌고 있다.
특히 동절기가 아닌 초봄부터 올해 유난스레 비 잦은 우기를 맞아 수풀은 밀림이 되어 우리 내려가는길
가로막아 고통을 주지만 그때마다 살아 있음을 고맙게 느끼고 함께 마주 잡은손 사내들의 끈끈한 정이
이어지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동행이 어디 있겠는가.
참고로 향후 우리 가는 이 진양기맥을 타실분들은 11월 초부터 시작하면 산길 찾기가 매우 용이 하리라
생각되며 특히 되도록 많이 부착한 우리 리본이 여러분의 길잡이가 되어 줄것을 확신해 본다.
자 !8월 마지막날 기산들과 좋은사람들이 종주한 제11구간 함께 떠나 보실까요.
외초마을 위 능선에서
여대장.서총무 차량을 대동하여 산성산이 동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외초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가는도중 곳곳에 성묘객의 차량들로 웬만한 야산밑 도로는 주차장이다.
잦은비로 농민들의 한숨은 그 어느해보다 더 높고 위에는 억.억하는 돈타작 소리가 더 높다.
예전 관직 그만두고 낙향한 선비들은 산골로 들어가 작은 오두막집 짓고 후세 양성에 매진 하였건만
요새것들은 국민혈세 착복하여 자자손손 만만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것 좋겠지만 뭐가 바뀔때마다
간 떨어지는 소리들리고 가슴 오그라들게 사는것 보다는 가진것 넉넉하지 못해도 이웃간 일행간 작은
정이라도 나누고 사는게 행복이 아닌가.
외초마을도 입구 능선에 비각들 줄지어 서 있는걸보니 고관들이 낙향한 마을인가 보다.
새벽 장대비 소리에 오늘 11구간 종주길 망치는구나 걱정 하였더니 다행스럽게도 잔뜩 흐리기만 하니
이것도 좋은운 아닌가. 하산지점인 머리재(대의고개)에 산행대장 차를 주차해놓고 7시10분경 외초마을에
도착하여 서팀장 차는 집으로 돌려보낸후 외초마을 맨 끝집에서<오전 7시30분> 좌측능선을 오르니
고맙게도 초입길 성묘객이 풀을 베어 놓았지만 미끄럽다.
산성산 밑 능선길은 가파른길이라 40여분 코에서 단내가 나고 옷이 흠뻑 젖었다.
안개가 온 산을 덮어 산길 찾아가기가 매우 힘들겠다며 모두들 긴장하며 산성산 밑 고개에 힘겹게 오르니
오전 8시10분이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은 모자 창끝에도 쉼없이 떨어진다.
벌써 목이타 물이 먹고 싶다는 김해아우. 숨가쁘게 오르는데 다래 열매 두어개가 떨어져 있다. 다래나무도 없는데
왠 다래야 했더니 황매산 지킴이 서팀장 여기 많이 달려 있네요 한다. 옆을보니 술담기 적당한 크기의 다래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졸자와 최총무 김해아우는 손놀림이 느려 채취하는걸 포기하고 부회장 산행대장
서팀장은 좀 따고 이내 따라 갈테니 우리 보고 먼저 가란다.
빗물 머금은 풀숲 스틱으로 털어가며 헬기장에 도착하니 <오전8시 40분>초장부터 기진맥진이다.
옷은 모두 걸레처럼 되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다래 채취 못하는 사람들은 계란만 축내며 쉬고있다.
바위 병풍처럼 들러쳐진 산성산밑 헬기장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없다.
아니 설혹 경치가 있다고해도 안개 때문에 볼수가 없다.
김해아우가 내어논 삶은 계란에 물 한모금 하니 살것같다. 뒤따라온 일행들 비닐봉지엔 다래가 가득하다.
술담기에 적당한 크기라 종주 마지막날 다래주로 잔치를 펼 생각을 하니 예전 군대 시절 탄약고 검열가서
먹어본 다래주 생각에 혀끝이 달콤하다.
산성산 정상 밑 헬기장에서 부회장과 최총무 도상회의를 마치고 우측 산성산 정상을 향해 일어섰다.
산성산 정상<오전 9시16분>도 안개로 조망은 안되고 외초마을도 저수지도 보이지 않는다. 능선이다.
이른 아침이라 풀내음이 상쾌하다. 질좋은 억새가 하나둘 보이더니 이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안개에
젖어 화려한 군무를 볼수없어 원망스럽다.
맑으면 파란하늘과 푸른능선 그리고 억새 얼마나 잘 어울릴 광경인가. 내려선 안부엔 오래되어 희미한
찰비골 안내 이정표가 반긴다. <09:29> 찬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고 한우산으로 가는길이다.
여기서 부터는 길이 너무좋다. 9시40분경 한우산 능선을 지나간다.
안개속에 하나둘 하늘거리는 억새도 운치는 있다. 가을. 그래 가을이 오고 있어 한우산 활공장을 지날때
푸른능선은 억새와 절정을 이루며 우리 모두를 영화속 한장면을 생각하게 한다. 이 능선은 영화 촬영지로
전혀 손색이 없는 가을풍광이 살아 있는곳이다.
비가 안오는 대신 안개는 우리에게 심술이라도 내는건지 좀처럼 넓게 드리워진 회색 커텐을 걷어 주지 않는다.
이슬과 안개에 온몸이 젖어도 드라마 보다는 더 실감있는 실제 연기다.
드라마속 주인공이 되어 안개속 능선길 행복하게 걷다보니 9시56분 천 떨어져 철사만 동그랗게 남은 풍향기가
서 있는 한우산 정상에 도착했다. 헬기장에서 직진 하는길과 좌측길이 뚜렷해 다시 종주기와 지도를 펴들었고
선발대 산행대장과 서팀장은 각자 길찾아 흩어진다.
잠시후 부회장은 지도와 나침판 고도계를 보며 좌측길이라고 한다.
오늘 부회장은 통신 부사관 출신답게 독도에 아주 능통하다.
만약 여기서 조금만 어긋나도 전혀 엉뚱한곳으로 가게된다. 좌측길로 간 첨병 서팀장이 길이 있다며 부른다.
비맞은 능선길이 무척 미끄럽다. 일행들 팔뚝엔 가시덤불과 억새에 할켜 상처가 여러군데 생겼다.
다시 활공장에서 길 찾기에 촉각을 세운다.
드디어 한우산 활공장으로 연결되는 임도를 발견했다.
안개만 없어면 주위를 조망하여 긴장감이 다소 해소될수 있어 발걸음이 더 가벼워 질수도 있을텐데
활공장 밑 재단이 있는데 자연석과 좋은잔디 그리고 조경 울타리로 모양을 갖추었다.
아마 이곳이 산꾼들 정초 시산제처럼 페러글라이딩족들 무사 활공을 위해 제를 지내는곳 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의령군에서 설치한 등산표지판은 엉터리다. 자굴산이 반대로 표기가 되어 있는것이다.
자굴산을 향해 출발하자 임도로 지프 1대가 올라온다.
한우산 제단 앞에서
오늘따라 일행들 걸음걸이가 너무 빠르다. 김해아우는 지난번 지리산 종주때 삔 발목이 불편한지 졸자보고
천천히 가자고 하면서 모두들 장뇌삼을 먹고 왔냐는말에 한바탕 웃었다.
자굴산 밑 임도 삼거리 못미쳐 일행들을 잠시 쉬게하고 부회장이 냉동 시켜온 막걸리 한사발씩 나눠 먹은후
바위에 모여 앉아 한컷 할려고 삼각대에 사진기를 장착하고 셀프 셔트를 한후 10초안에 일행들 속으로 달려갈
졸자의 폼도 그렇겠지만 웃지 않으면 지쳐서 패잔병 같다며 웃으라고 하자 모두들 파안대소다.
실제 이번 기맥타는 일행들은 모두가 종주내내 지치면 서로를 격려하고 나이든 졸자 무던히도 생각해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산행대장과 서팀장은 어렵고 힘든 선발대의 책임을 불평없이 기분좋게
수행해 주어 일행들 나가는길 편하였고 부회장과 김해 아우는 나이 조금 더든 졸자 후미에서 위로하며 언제나
동행해줘 든든하다.
종주길은 험하고 힘들지만 행복한 모습.
잠시 도상연구를 한뒤 길을잡아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쇠목재인 임도 삼거리에서
자굴산 0.8km의 이정표를 만났다. <10:54>
임도를 조금걷다 능선을 오르니 억새밭 너머 의령읍에서 산행온 사람들을 만나고 김해 아우는
초콜렛을 하나얻어 졸자에게 반을준다.
가파른 자굴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양쪽으로 길다란 밧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비에젖은 바위는
미끄러워 바짝 긴장이된다. 숨이 턱에차고 부회장 표현대로 화통소리 나도록 길 재촉해 오르는데
사람들 소리가 난다. 자굴산 정상이다.<11:38> 자굴산(897m)졸자 고도계 <896m>
아 여기가 의령의 진산 자굴산이구나.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수 없음이 답답하다.
사진 한장을 찍은후 조금 이르긴 하지만 서팀장이 가져온 소고기와 냉동소주에 점심식사를 하면서
정상에 계시는 몇분들 소주 한잔씩 권하자 모두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자굴산 정상.
뒤늦게 정상을 올라온 모녀에게 산행대장이 삼겹살을 권하고 12시30분 우리는 다시 일어섰다.
안개로 아무것도 기억할수가 없고 다만 정상에 누구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커다란 산불감시
초소가 세워져 있다. 꼭 여기에 있어야할까. 자굴산 정상은 이 흉물 하나로 엉망이 된 것이다.
다시 도상연구를 한후 내려서니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진다. 능선3거리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가니
바람덤 3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곳곳에 썩은 참나무 밑에 영지가 피어 있다며 산행대장과 서팀장은
잘도 채취하여 김해 아우를 주는데<김해 아우는 종주기간중 채취한 영지버섯 달여서 마지막 종주날에
대원들 보신 시키기로 함> 졸자 눈에는 독버섯만 보인다.
우측 써레봉쪽으로 길을잡아 한참 가다보니 자굴티재 바로위 달성서씨 묘가 여러기 있다.
귓가에 차소리가 가까이 들리는걸 보니 안개때문에 조망은 못해도 11구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13시50분 421봉을 지나 박성태님의 리본을 보았고 지친 몸 힘겹게 500.9봉에 오르니 14시13분이다.
이제 다리가 점점 아파온다. 김해아우는 종주기 공부를 얼마나 하였든지 15시28분 마지막 능선에
오르자 나침판으로 200도 각도로 방향을 잡아라한다. 이어 내리막길로 내려서면서 조금 걷힌 안개
사이로 내려보니 눈앞에 머리재 망경휴게소에 세워둔 산행대장 차가 보인다.
장장 8시간20분. 안개속이지만 모두가 합심하여 "알바"없는 쾌적한 산행길이 되어 너무나
자랑스럽다. 땀흘리고 지친 산객 몸씻어 가라는듯 조경이 잘되어있는 인공 폭포밑에서 모두들
등목을 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다들 금새 한 인물들이 난다.
11구간 정리
외초마을 07 : 30. 외초고개 08 : 10. 나무문 08 : 35. 산성산 09 : 16. 한우 활공장 10 : 01
소목재(임도 삼거리) 10 : 55. 자굴산 11 : 39. 식사후 출발 12 : 30. 자굴티재 13 : 34.
500.9봉 14 : 13. 머리재 15 : 50. 총소요시간 : 8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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