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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기맥 길

진양기맥 종주 제14구간 (용산치-진양호)

           진양기맥 종주 제14 마지막 구간     이제 산길 가는것 시작 입니다.

 

6개월의 장정이 활동사진 처럼 스쳐 지나간다.

산꾼의 명성을 얻기 위함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만심도 결코 아닌 단지 순수한 열정으로 우리가 사는

고장의 주맥을 밟아보고 우리들의 생명수인 남강의 원류가 어딘지 알기위해 시작한 진양기맥,

큰 산 5-6개를 제하곤 아름다울것도 없는 야산. 잡목과 가시덤불 끝없이 헤치고 서로를 격려하며

남덕유산. 금원산.기백산. 황매산을 넘고 산성산 한우산 자굴산 광제봉 집현산을 지나 드디어 오늘

아름다운 호반이 따라오는 마지막 14구간 종주길에 나섰다.

오전7시 용산치를 향해 출발한 일행은 찬서리 하얗게 내린 빈 들판을 바라보니 스산함이 맴돈다.

벌써 찬서리가 내리다니... 차량 2대를 돌려보내고 주능선을 오르니 사방 조망하기가 오늘은 너무좋다.

산행대장과 부회장은 마지막 구간 주능선을 살피며 지도를 펼친다.

 

 

낫한자루 들고 선두에서 가시밭길 헤쳐 길 열어준 산행대장.군 부사관 시절 익힌 독도법 유감없이 발휘한 부회장과

동산의 최진용 총무.불평없이 따라준 서성배 총무. 새벽 4시 먼길 김해에서 6개월을 달려온 김종길

명예회원. 이들이 곁에 있었기에 진양기맥 종주는 가능했다.

다시한번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구간 시작점인 용산치에서 기념 촬영을 한후 무덤과

절개지를 감싼 철조망을 지나 196봉을 간다. 초입부터 망개가시가 옷을 물고 늘어진다.

몇년전 반대편에서 건너온 산불은 활화산이 되어 이 능선을 송두리채 삼켜 버리고 갔나보다. 

큰나무가 없어 이곳은 우후죽순 처럼 산딸기 가시나무와 망게 찔레가시 덩쿨들만 무성해 걷기가 짜증이난다.

196봉에 오르니 삼각점을 찾은 부회장이 기록에 여념이 없다. (08:06 △ 2001 복구) 멀리 고속도로와 3번

국도에는 차량의 질주로 소음이 엄청 심하다.

 

 

응석봉과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스라히 황매산과 자굴산.

그리고 봉화터였던 광제산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천왕봉은 커다란 구름덩어리를 이고있다. 전방 좌측으로는 월아산이 여인의 가슴처럼

솟아있고 전방에는 금오산이 산마루금을 그리며 작은 산줄기 거느리고 의연하게 자태를 뽐낸다. 

대원들 잠시 멀리서 온길 더듬어며 감회에 저는다.

 

 

광제산 너머 한우 자굴산이 보인다.

 

 

멀리 월아산이 아득하고..

 

사람들이 제법 다녔는지 좌우 산길이 뚜렷한 안부를 지나고(08:25)약227봉을 지나 (08:32)약200봉에

올라서니  진양호 북단 대평.신풍지역이 보인다. 이때부터 칡넝쿨 지역이다. 

망할넘의 칡넝쿨이 발목을 잡아 갈길바쁜 사람들 더디게한다.

안부를 지나 봉우리에 올라서니 모두들 마지막 구간이라서 그런지 발걸음이 경쾌해 보인다.

가시덩쿨과 칡덩쿨만 없어도 월씬 수월할낀데 김해아우는 산불난 이 구간이 제일 힘든것 같다고 한다.

그나마 만추로 풀들이 채소 끊는물에 데친것처럼 (총무의 일성)조금 드러누워 있어 다행이라며 만약

이 구간 한여름 이었다면 아마 모두가 녹초가 되었을것 같다고 말한다. 215봉을 내려가는길은 엄청난

가시밭길이라 약간 우회하면서 힘겹게 내려섰고 월아산은 시야에 가까워져 온다.

진양호 북단을 지나는 다리위로 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린다. (08:48)

 

 

 

진양호.

첫발을 내딛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실핏줄같은 물줄기가 여기 모여 수십만 사람들의 생명수가 된다. 

너를 찾아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남긴 우리들의 발자욱이 지워져 갈때쯤에 또 여기에 우리처럼 우리의

맥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비와 바람 눈송이가 발자국을 하나 둘 지워 가듯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고통과 아픈 상처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들도 세월이 씻어가겠지  감회가 새롭다.   양쪽다리엔 가시가 찔려 다시 상처가 생기고

바지가 또 찢어졌다. 피곤하게 당기는 칡넝쿨 지대를 지나고 오래된 무덤을 찾아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산행대장은 우측에서 길 찾고 서총무와 부회장은 좌측 산능선을 주시하면서 내려 가는데 박성태님의

리본을 발견했다.

산행대장을 부르고 가시밭길 낫으로 쳐가며 185봉을 오르니 소나무 숲길이라 걷기가 좀 수월하다.

 

 

무덤을 지나 산길 내려서니 2차선 도로에 닿았고 바로 너머 대진고속도로다.

도로에서 발목 아대를 풀고 잠시 휴식하는데 김해 아우 신발을 벗더니 깔창이 없단다.

모두들 박장대소 하고 일어섰다.

왼쪽 지하도를 가지않고 우측 지하도를 건너 170봉으로 힘겹게 올랐다. (11:10)

쉴때 천왕봉 산악회 옥순식 산행부장이 어디쯤 오느냐고 전화가 왔고 나중 진양호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기서 부터는 소나무 숲길이다.

185봉을 지나고 진양강씨 묘2기를 지나고 148봉(11:40)을 우회하여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돌무더기가

있고 깊게 골이 패인 안부를 지나(11:49) 떡갈나무숲 오르막길이 좋다.

172봉 너머 이제 바다같은 진양호가 펼쳐진다. 어! 우리 너무 빨리왔네.

갑자기 제법 너른 산책로 같은 등산로가 보이고 처음으로 산책나온 사람들을 만났다.

동산 최총무 시계를 보더니 임금처럼 식사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식사 장소를 찾고 있는데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이 저 밑에 가면 너른 평상도 식탁도 있다고해

내려가니 넓은 평상이 보이고(12:06) 맞은편 노인쉼터 상락원이 보인다. 기맥 마지막 점심식사 서총무는

소고기를 내어 놓았고 냉소주 반주삼아 행복한 식사를 했다. 팔각정에서 단체로 기념 촬영을 하였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얼굴을 분간 못할 정도로 흔들려 올리지 못해 아쉽다. 

 

 

산중 바다다.
여기 이 물에 동산의 최총무는 고향을 수장 시켰다.

풍성한 먹거리를 생산해 내던 까꼬실도 저 물밑에 있다.

간혹 고향으로 가던 나룻배도 이제는 얻어 타기가 수월치않다.

눈앞에 선한 신작로. 고향집 담장위로 가을이 영글어 가던 감나무. 아버지와 걷던 논둑길.

하얀 쌀을 끝없이 쏟아내던 방앗간.

함께 뛰놀던 벗들. 모두들 뭍으로 나와 흩어져 살아간다. 우연일까.

기맥이 끝나는 지점에 최총무 고향을 그리는 망향비가 서있는곳이다.

아마 최총무는 남다른 감회가 있을것이다.

팔각정을 지나고 125봉부터 잘 정돈된 보도 블럭길이다. (13:35)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도착후 행사를 위해 의논을 하고 전망대 까지의

오르막길은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가파르다.

 

 

 

365계단과 팔각정이 있었던곳엔  카페와 전망대가 생겨 아름다운 진양호를 조망하기에 좋다.

특히 일몰 풍경은 과히 일품이다.

오후 3시에 종주보고회겸 종주대 해단식을 갖기로 하였는데

너무 빨리와 할수없이 매점에서 맥주 한잔씩을 나눠 마신후 행사장으로 내려갔다. (14:30)

이웃 동산산악회 임원들 천왕봉 산악회 그리고 자연산악회 가족들의 큰 박수와 환영속에 보고 및

해단식이 진행 되었고  새벽길 6개월간 김해에서 달려온 김종길 아우는 벅찬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겉보기엔 강하게 보이지만 여리디 여린 졸자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형님! 이제 기맥은 안탈랍니더. 귓전을 때리는 후배의 음성. 이보시게 이제 산꾼 시작인데...

어느새 해는 서산에 걸리고 작은 산행의 역사를 또 하나씩 가슴에 쓴 대원들

오늘은 술이 그들을 적시고 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산은 정복이 아니라 아름다운 만남이어야 하고

경건해야 한다는 진리를 터득하는날 우리는 진정한 산꾼이 되어 있을것이다.

2003. 10. 26. 우리는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