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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

나도 퇴직인가

 
이제 퇴직(退職)인가?
 


세상 모든일에는 시작과 끝은 분명있다.

그리고 그 끝이 언제쯤인지를 모르기에 사람들은 오늘 참을수 없을 정도로 고달프도 내일 더 나은 삶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과 산오르기에 비유한다. 삶의 순위를 말한다면 전자가 맞을것이고 전 과정을 리얼하게 표현하자면 후자가 맞을것이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100미터 달리기를 보라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데도 아니 젖먹던 힘까지 내어 죽어라 달려도 똑같이 골인선에 들어갈수는 없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게 아닐까?  태어날때 부터 부귀영화를 칭칭감고 나와 순풍에 돛단듯 전 인생을 순항하는 귀족이 있는가 하면 애시당초 고통의 멍에를 쓰고 나와 죽기살기로 일을해도 감당이 되지않아 거센 풍랑과 평생을 대적하는 삶도 있다. 운명이라고 생각 하기에는 조금은 잔인하지 않는가?

퇴직(退職)

풀어 적자면 현재 가지고 있는 직(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뜻이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일 아닌가? 

며칠전 필자도위 퇴직의 권유를 받았다. 남의일로 들렸고 내겐 퇴직이 없을거라고 믿어온 필자로선 황당할 따름이다. 불현듯 몇해전에 변방의 목민관을 지내시다가 고향 부시장을 끝으로 퇴직하신 선배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후배님 절대 나이 들지 마세요" 그리고 퇴직하지 마세요.

그때는 필자도 그 말의 뜻을 몰랐다.

아니 알고 있어도 애써 그 말의 뜻을 외면 할려고 노력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필자가 그 퇴직의 중심에 서 있다.

내 세울만한 파란만장한 삶은 아니지만 나름의 질곡과 환희도 분명 있었다.

언손 불며 15리 학교길을 눈.비 맞으며 걸었던 배고픈 시절도 있었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던 젊은시절엔 첩첩 담벼락쳐진 옥살이 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도 여러번 겪었다. 시루에 영합하지 못해 출세길도 여러번 물건너 갔지만 그때마다 요동쳐 오는 그 무엇이 지탱해줘 한때는 남들이 부러워하던 자리에도 가 보았지만 언제나 허한 가슴을 달래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금력과 권력에는 날때부터 연이 없어서인지 궁핍하게 사는데는 이골이 났지만 푸른 하늘을 보는 눈은 한점 부끄럼이 없어 이것만은 자식들에게 자랑하며 살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영광스러운것은 좋은책을 가슴에 많이 담을수 있었고 그리고 직위고하를 망라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어 결코 헛되게 산 삶은 아니라고 감히 부끄럽지만 말하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론 필자의 직무(職務)수행중 잘못된 판단으로 혹 상처를 당하신분은 안 계신지... 또 바쁘다는 핑계를 내세워 건성으로 대답해줘 돌아가는 길 내내 분노와 서운함을 삭이신분도 계실것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면전에서 흘리는 눈물 때문에 가슴아파 가장 기본적인 당사자 확인절차도 없이 일처리를 해 상대방으로 부터 송사에 휘말린 일들도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믿었던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아내를 뼈앗긴 사연이 있는가 하면 남편 사업의 부도를 막기위해 아는 사람으로 부터 돈을 빌린후 이를 변제하지 못하자 종국에는 몸을 요구하는 채권자에게 굴욕스런 행위가 이뤄지고 후일 이 사실을 목격한 남편의 절규는 필자의 몸까지 분노로 부들부들 떨게한 사연도 있었다.

 

           

 

사람들로 부터 놀림당하고 남자친구로 부터 이름이 촌스럽다며 만나기를 거절당한 어느 여대생의 개명은 세상을 다시 얻었다며 눈물지어 200여건의 개명사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대 사건이었다. 지자체에서 어느날 직권으로 등기해간 수백년된 마을 송림을 되찾아 달라고 찾아온 촌노(村老)의 염원이 판결로 결정되던날 수년간 열악한 서민의 법률서버스업에 종사해온 필자로선 나름의 자부심을 느껴 이 일로 인해 얻게된 수확중에 하나일것이다.  

혹자들은 퇴직이 무슨 대수냐고 말들을 한다. 물론 나이가 들고 운영이 어려울때 물러나는것은 당연하다. 이름있는 그룹의 종사자와 죽기살기로 정년을 꽉꽉채운 공직의 사람들은 하다못해 퇴직금이라도 두둑히 받을수 있어 살아가는데는 별 지장이 없어 어쩌면 계획만 잘 세운다면 더 질좋은 삶을 영위할수도 있다. 허지만 아는이의 보증 채무금 때문에 이미 2-3년전에 퇴직금을 조기 수령하여 채무금변제로 빈 봉투만 들고 가야하는 심정을 안다면 결코 퇴직은 영광 스러운것이 아닐꺼라 생각이 들것이다. 위 사람들의 년봉보다 몇배 더 적은액수를 퇴직금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하지만... 당장 돌아가면 아직도 몇년더 내야하는 국민연금 그리고 의료보험료 높은 양반들은 이것들을 잘 불입하지 않아도 고관대작도 되지만 우리들 같은 범부들은 2달치만 내지 않아도 당장 병원에서 박대는 물론이고 촌집까지도 압류등기를 벗어 날수가 없다. 며칠전 부터 누군가가 뒤에서 쫒는듯 심장은 가쁘게 뛰고 퇴직의 중압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발버둥쳐도 목놓아 불러도 젊은날로 회귀할수는 없다.

또래의 사람들이 겪는 운명이라 생각하기엔 우리 세대는 너무 억울한 시절로 점철 되었다. 

긴 어둠의 터널이 끝나는 저편에 한줄기 밝은빛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