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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香堂山房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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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기억하시나요?
春來不似春 학남산 자락에도 그리고 청향당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해마다 이맘때 봄 출사의 들뜬 기분이 잠을 설치곤 했는데 올해는 어느 한 곳도 길을 나서지 못하고 주말이면 피난처럼 청향당만 오른다. 돌틈새 동강 할멈도 지고 산방 앞 연산홍도 빛깔이 바래진다. 매발톱이 기지개를 켜더니 처음 꽃을 피운 얼음꽃이 유난히 향기롭다. 봄 하늘아래 유채는 맑게 빛을 발하더니 시간에 밀려 바람 따라 꽃잎이 날린다. 범부는 뻐꾸기 소리에 봄 농사 준비로 바쁘다.
학남산 봄처녀 주말이라 잠시지만 속세를 떠나 청향당으로 향한다. 여긴 인적이 드문 곳이라 오랜만에 마스크도 벗고 손 소독도 필요 없다. 벚꽃은 부는 바람에 꽃비 되어 흩날리고 복사꽃도 지고 있다. 걸망을 메고 학남산에 오른다. 수줍은 봄처녀를 만나기 위해...
봄은 어김없이 왔는데 푸른 산에 왜 사느냐 나에게 묻길래 대답 않고 웃기만 하니 마음이 한가롭네 복숭아꽃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가니 별처 천지요 인간세상 아니네 태백의 별 유천 비인간의 시구가 떠오르는 봄은 지천에 널려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와 한시적 멈춤으로 봄 출사는 접었다. 그래도 필자는 청향당 가는 길에 봄의 왈츠를 보여주는 연화지의 새벽 풍광과 굽이길 느재의 벚꽃 향연이 있고 학남산 정상에 홀로 오르면 발 아래 펼쳐지는 가득한 봄 이 황홀하다. 고개 들어 멀리 내다보면 일망무제 낙남 정간의 산줄기가 장쾌해 멈춤의 작은 아쉬움도 달랠수 있으니 이 어찌 행복하다 않으리...
설레는 봄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옭아매는 새봄 전령사 봄꽃이 청향당에도 피기 시작합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추억 묻은 젊은 시절로 날 데려다줍니다. 하얀 드레스를 겹겹이 포 개입은 매화 긴 그리움 같은 수양 홍매 그리고 인고의 시간을 지나온 복수초 청순한 소녀의 귀를 닮은 노루귀 세속의 삶을 잠시나마 정화시켜 줍니다. 혹한을 밀어내고 척박한 땅 그렁그렁 눈물 쏟으며 솟아올라 더욱 애잔하고 찬란합니다.
가을,가도 가을은 떠나지만 아직은 그 의 잔영들이 사방에 있어 애잔한 마음이 더합니다. 해거름 지친몸으로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축 늘어진 어께마냥 가을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폐가의 창틀에 위태하게 남아있는 서너개 붉은 담쟁이 이파리와 같습니다. 지난 가을은 작은 연밭에도 아쉬..
청향당 주변에도 가을이 익어갑니다 묏채 한켠에 어렵게 터 잡아 실금같은 줄무늬 그으며 하품하며 서 있던 단풍나무는 애초에 산등성이 오르는걸 포기하고 드러누운체로 거미줄 같은 뿌리내려 오가는 발자욱 세며 천지간에 붉어도 너무 붉은 별들을 달아놓았다 11월 여기는 청향당 위 눈이부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새벽 대가지 대가지는 청향당에서 지척에 있는 저수지로 1945년에 축조된 소가야 도읍 고성벌을 적시는 젖줄이다. 새벽물안개 핀 풍광을 담으려 부지런을 떨었지만 물안개는 없다. 몇개월전 조성한 연꽃공원과 얼마전 개통한 무한의 다리(필자생각)덕에 대가지는 연륜에 걸맞는 품격있는 저수지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