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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또 겨울을 보듬고 흐른다 그 강가 오두막도 이제 사라졌다. 그곳에서 태어난 두 아이도 어른이 되었다 부엉이가 밤마다 찾던 강둑 키 큰 버드나무도 소쩍새 구슬피 울던 도화나무도 사라진 지 오래다. 따스한 호롱불 보듬어 밤마다 휴식하던 기산들도 고속도로가 반으로 갈라놓아 밤마다 그 강 영천강은 서러움에 목젖을 적셨다 어느새 떠난 지 스무해하고도 또 삼 년 강은 또 찬 겨울을 보듬고 흐르는데 그는 아직도 강가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가을 끄트머리 촉석루 진양호 남강댐에 보관된 물이 적은 것도 아닐 텐데 남강은 왜 저 몰골로 이 가을을 보낼까 의구심이 든다. 매년 푸른 강물에 루각과 파란하늘이 맞닿아 성안 단풍들과 너무도 잘 어울려 진사들의 감탄을 자아내었는데 강에 저 괴물들은 무엇이며 파래가 드러난 강수량은 왜 또 저래 코로나 19로 다들 제정신이 아닌지 병원 검진 후 찾은 남강은 남강 본래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을 끝자락 스산한 바람이 풍경을 건드리고 처마 밑을 돌아 나갑니다. 된서리가 벌써 서너번 곱디고운 단풍도 그만 시들해집니다. 토종 앉은뱅이밀은 내년 봄 벗들과의 밀사리 행사를 아는지 실하게 땅을 박차고 나옵니다 언덕배기 유채도 질서 정연하게 벗들을 기다릴 설렘에 활짝 이파리를 펼쳐놓습니다 배추와 무우는 올해도 무농약으로 가족들과 벗들의 식탁을 향해 갈 것입니다. 유년기를 맞은 메타쉐콰이어도 제법 단풍빛을 발하고 있어 대견합니다. 청향당은 이제 겨울로 갈 준비에 바빠질 겁니다.
가을이 그친 지금 이 순간 가을! 낙엽 되어 추락한다 휘감은 허리 용트림하듯 부는 바람에 후드득 드러눕는다 절정의 환희로 사랑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아픔으로 가슴 저리게 한다 아! 함께할 일상은 언제일까? 가을은 경계를 이미 지나고 홍엽은 소울음 울며 간다.
裸身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裸身이 아닐까? 마음의 상처도 상처받은 영혼도 위로 받을수 있는 저 아름다움이여
침묵 이른 아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게 느껴진다. 얼마 전 가황은 테스에게 세상을 물었고 나는 나그네에게 묻는다 고단한 삶을 환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냐고 그러자 그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칠순 때 노르웨이의 피오르, 그리고 협만을 출사 여행 하려던 계획이 코로나 19로 산산조각이 났다. 가을은 쉼없이 깊어간다. 몇 번의 서리가 결국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이파리를 죄다 떨어뜨리고 말았다. 성난 바람이 물갈퀴를 세우며 자작나무숲을 향해 내달린다. 추측하지 말자 예전의 일상이 돌아온다는 걸...
갈고랑이 흙내음이 물씬 코끝에 닿는다 들판을 채웠던 안개는 여명에 밀려나고 수확이 끝난 들판엔 갈무리가 한창이다. 만산은 단풍으로 병풍을 치고 새품은 순백 옷 갈아입고 아픈 가을과 이별을 준비한다.
가을소경2 코로나 19로 침울한 일상이 계속된다. 농익어가는 가을이 사방에서 와달라고 채근하지만 겁먹은 군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생각은 깊어지고 혹여 회색빛 상흔이라도 남을까 자꾸 망설여진다. 새벽5시 캄캄하다 주섬주섬 걸망을 메고 수목원을 혼자 달려간다. 아무도 오지 않을 때 설익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미국 풍 나무숲이라도 담아야만 이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의 밀어 익어 터질 것 같은 단풍 그러나 세상의 아픔을 아는지 미국 단풍도 메타도 예년보다 영 허접한 것은 필자 생각일까?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이국적인 가을 풍광 흐린 날씨 탓에 그림은 엉망이지만 눈 호사에 집으로 가는 길이 신난다. 가을이 늙어가기 전에 맑은 날 부리나케 달려와야겠다. 아 ! 저곳에 저런 풍광이 ... 수채화도 한장 그려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