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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경 아 가을이구나 담쟁이 기어 올라간 정자 나무 덩달아 얼굴 붉히니 긴팔 내린 감나무 끝에 가을이 영근다. 서편 노을따라 또 한 줌 세월이 따라가고 구절초 핀 언덕배기에 스산한 바람이 살짝 가을 자국을 남기네
가을 하늘이 가을을 적시네 가을 한 자락이 고단한 삶을 환히 밝혀주는 10월 청향당 뜰앞 봉선화도 실하게 열매를 달더니 새봄을 향해 긴 잠에 들 준비로 톡톡 제 살을 떨어낸다. 한낮인데도 세찬 바람이 사정없이 풍경을 두들긴다. 2-3일 사이 아는이들이 긴 세월도 아닌데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움 쌓을만큼 정을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선. 후배였으니 가시는 길 편히 가시고 작은 별 되어 가족에게 비치기를 빌어본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처마밑에 쳐놓은 거미줄에 애먼 하루살이 걸려들어 반나절밖에 살지 못했다. 속절없이 지는 生이 허공에서 맴돌지는 않아야 할 텐데... 이 가을 이래저래 심란하다.
악양벌 가을
고성벌
고향땅에 일렁이는 황금물결을 보았는지요? 올 한가위 고향마을에 나붙은 현수막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던가요? 넉넉하고 멋이 있었던 고향 한가위가 지구촌 대재앙으로 가족 간의 만남마저 단절시키더군요. 손주들 역시 영상편지로 안타까움을 전해 울컥했습니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아버지! 어머니!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찾아뵐게요.- -올 추석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최고의 백신입니다.- 그러나 올 사람들은 오고 가고 내로라하는 축제장도 폐쇄의 현수막은 걸렸어도 사람들은 북적이고 농산물 판매장의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지자체의 이중성에 의아함이 듭니다. 아픔이 있는 곳에 더 많은 마음이 간다고 했죠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현상이 아닌가 싶네요. 언젠가는 대재앙도 우리 앞에 굴복할 것이고 다시 풍성한 한가위에..
그래도 가을 속으로
저 들판에 허새비가 집으로 가는 길 해는 이미지고 저녁연기 피어올라 예전 울 어머니 저녁 지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일제히 도열한 신전들 허새비(허수아비)들 악양벌 허수아비에 비하면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자리 배열이 허접하지만 학남산을 향한 절절한 울림은 길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을 모이게 할 수는 없지만 이 재앙 끝나는 해 평범한 일상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질것인가 저 다랭이 물굽이 치듯 아니 물이 흘러내리듯 가난했지만 여유와 멋이 돌고 돌았던 다랭이 논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이제 이 땅에 남아 있는 다랭이 들녘은 과연 몇 곳이나 될까? 유순한 線과 잔잔히 흐르는 여울같은 모양새는 넉넉한 농심을 느끼게 해 금빛 물결이 요동칠 때는 심장이 멎을 만큼 감동적이다.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이면 저 들녘엔 봇물 터지듯 수확의 벅찬 함성이 일제히 일어섰다. 해마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김없이 찾아온 저 달팽이 다랭이 들녘도 사라질 거라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 저 끄트머리 공단이 있고 그 옆으로 개발이 시작되는걸 보니 소문만은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 정말 사라질까 저 다랭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