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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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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새봄 전령사 통영바람꽃 봄은 새봄은 자연과의 포옹 세상이 하도 암울해 봄은 올 것 같지 않지만 눈이 꽃으로 피는 설한에도 땅속 깊은곳으로부터 봄은 기지개를 켠다 이미 입춘이 지났으니... 얇은 안개가 은은하게 새어 나올 빛마저 차단한 통영 미륵도 세상사 어지럽게 돌아가 그런지 이맘때면 줄지어 바람꽃을 앵글에 담던 사진쟁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첫 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바람꽃이 피면 누구나 속으로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잿빛구름이 산을 어둡게 해도 세상밖으로 나온 저 가녀린 여인처럼 통영바람꽃은 갯내음 맡으며 설화처럼 핀다. 2023년 2월 17일 사진가 구름 걸린 산
다시 구절할미꽃은 피었건만... 대양을 힘차게 건너온 봄이 기지개를 켜는 春三月은 다시 왔건만 아직도 우린 길에서 고운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2번째 봄을 맞았다. 이미 바람꽃 노루귀는 봄 전령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선다 지천에 매화는 눈꽃 되어 날리고 복수초는 마당 귀퉁이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온몸을 떨고 서 있다. 아! 잔인한 세월 탓인지 올 구절 할미꽃은 더 맥없이 봄을 맞는다.
재앙속에도 핀 통영 바람꽃 작년 이맘때 마스크를 쓰고 지인과 힘겹게 능선을 오르던 기억이 새롭다. 금방 벗겠지 하던 바람은 한 해가 지난 오늘 더 중무장을 하고 방금 깨어난 꽃 앞에 무릎을 꿇는다 숨이 가팔라 그런지 울산 어디에서 왔다는 세사람은 마스크도 벗은 채 몇 시간을 엎드리고 있어 두려운 마음에 근처까지 갈수가 없다. 개체수가 많은 꽃앞에 죽치고 있는 이들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어 급하게 몇 컷 찍고 일어섰다. 십수 년 만의 추위를 이겨내고 언 땅 힘차게 비집고 세상을 나온 통영 바람꽃처럼 우리도 다시 힘차게 일상을 살아갈것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자 우리 국민!
동강 할미꽃 2002년으로 기억한다. 아름다운 동강에 댐 건설이 백지화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동강에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장한 강 동강! 댐 문제가 있기전만 해도 동강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려진 강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네 앞들 고향 강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동강은 아름다운 강이다. 나래 소에서 심하게 몸부림치는 물굽이는 구절양장 동강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수려한 경관들이 수장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동강 주변의 산들은 전국 산객들에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동강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백운산(882.5m)을 비롯 완택산(916m) 선바위봉. 잣봉. 닭이봉 등이 동강에 발목을 담그거나 지척에 있다. 황병산에서 내린 송천, 금대봉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정선 아우라지에 보태지고 오대산에서 달려온 오대..
구절 할미꽃 꽃사슴 귀를 닮았는데 왜 사람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닮았다고 했을까? 새순 봄물 머금고 山 초랭이에 서면 폭포 울부짓는 구절산 자락 양지뜸에 울 엄니 허리 같은 할미꽃이 핀다. 어느 해는 스무 개도 넘게 어느 해는 여나무 개 그렇게 피고 진다. 저승 가신 할머니의 꽃이라고 외면하더니 어느 때 약초라며 걸망진 사람들에 남획되어 이제는 귀하디 귀한 꽃이 되었다.
봄비에 피다 겨드랑이 사이로 불어오는 봄 바람에 피었나 산비알 음지 한옹큼 봄볕 주워먹고 일어섰나 다녀온지 불과 닷새인데 척박한 돌무지 헤집고 시리디 시린 여정의 끄트머리에서 막 피기시작한 탄생의 환희는 돌돌돌 자갈 굴리는 시냇물 같은 눈동자 심장이 뛴다. 바람꽃 너는 언제나 바람꽃
雪中에 핀다는 福壽草 청향당엔 복수초 와 노루귀가 시린 엄동을 견뎌내고 세상을 향해 천천히 기지개를 켜고있다. 간밤 순천 황전면 죽청리 상검마을 야산 계곡 비알에 복수초와 바람꽃 소식을 접하고 이른아침 생면부지의 그곳을 향해 지인과 길을 나섰다. 길은 멀지만 마음은 벌써 그곳에 도착해 그들과 눈을 맞추며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검마을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노인정에 들려 여기 꽃사진 찍으려 오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냐고 물었더니 저 아래 소 축사 옆길을 따라 계곡을 끼고 오르면 된단다. 상검마을은 한집 건너 한우축사다 매화가 봉긋 망울을 머금고 개화를 기다리는 양지뜸에 마을 어르신 한분이 과수나무 정지작업을 하고 계신다. 복수초 장소를 묻자 맞은편 계곡을 따라오르라 하고 변산뭐라는 꽃은 마을회관에서 직진 하여 가다..
온다,그 봄! 예년 보다는 겨울이 따뜻해 봄이 일찍 오는가 싶더니 섣달 해거름 같은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봄 전령사로 나선 바람꽃과 노루귀를 놀라게해 이들의 봄나들이 걸음을 멈추게한다. 남도 끝자락 거제의 바람꽃도 이불같은 낙엽을 비집고 파르르떨며 고개를 내밀어보지만 강한 해풍에 몸 가누기가 측은하다. 암묵한 수만 시간의 세월속에 씨앗을 잉태하며 늘 그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그 정성에 내 어찌 네 앞에 무릅꿇지 않으리... 2020. 2. 8. 거제 자연휴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