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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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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교의 늘어진 봄 실버들처럼 늘어진 수양벚꽃이 눈에 아롱거려 결국 새벽길을 나섰다 부족한 잠 때문에 눈은 뻑뻑하지만 먼 길 달려간 객(客)과 마주할 청초한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은 가볍다 집 앞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걸 보며 혹 만년교의 수양벚꽃이 지지는 않았을까 조바심하며 도착해 보니 절정은 지났지만 그래도 자기 몸 휘어지도록 흰꽃을 달고선 모습에 위안이 된다. 生의 기쁨이 이런 것이리라 긴 엄동을 견디고 허기를 참아내어 너무나 많은 꽃을 달고 선 자태 그것이 生의 초록빛이 아닐까? 만년교는 분명 보물(제564호)인데 만년교 아래를 흐르는 개울은 시궁창과 진배없었다 낙화는 부유물이 되어가고 개천의 물은 온갖 것들로 오염이 된듯해 안타깝다. 지자체에서는 도랑인지 개울인지 하천을 수량이 없어서 그렇다고 변명할는지 모르겠지만..
봄 달려오는 소리 지난밤 애타게 기다린 봄비에 나무들 물 뿜어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덩달아 계곡도 야무지게 봄 내려보내니 하얀 물거품이 수묵담채화 풍경을 만든다 은유의 물살은 낮은 초록의 언덕배기에서 길손의 고단한 일상을 - 일찍 피어 떨어져 드러누운 꽃잎 낱장처럼 편히 쉬게 할 요량으로 길손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하니 이것이 속세를 탈피하는 수단이다. 물속 바위에 핀 청태는 문득 잊힌 시간과 사라지는 것들을 보듬어 바위와 한 몸이 되어 봄春물을 쉼 없이 아래로 내려보낸다 갓 피어난 꽃망울은 더는 갈 곳이 없기에 기슭에 터 잡아 머리 풀어 짧은 세월을 보낼 참이다 봄은 더디게 오더니 하루하루가 바쁘다 만산 진달래도 피우고 바람으로 피게한 변산,돌산,거제,통영바람꽃, 恨스러움으로 핀 보춘화,몸 파르르 떨며 양지를 찾던 노루..
산동의 봄, 내 기억속 봄은 아니다 지금 막 진한 홍매紅梅를 밀어 두고 마음에 여유를 찾아 노랑물결이 온 사방에 일렁이는 산동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더 이상 하늘이 열릴 기색이 보이지 않아 사성암이나 들렸다 귀가하려다 길게 새벽을 달려온 게 아쉬워 세련된 노란색이 아니어도 고향같이 정겹던 돌담이라도 만나려 간다. 내친김에 600여 년의 고매古梅가 있는 고찰 선암사도 들려 홍매와 들매의 안녕을 보고 싶다. 돌담은 옛 모습이 남아 있지만 반곡계곡은 수시로 변해 이젠 기억 속 모습은 사라져 가는 게 아쉽고 그립다 흐드러지게 꽃만 피면 대수일까?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은 앓았지만 꾸밈이 없었던 그 모습이 산동의 모습인걸... 봄몸을 푼 계곡엔 봄물이 흐르고 주말이 아닌데도 시끌벅적 한 인파의 목소리는 계곡을 돌아나간다 꽃 앞 다퉈 피는 봄이라..
아주 오래된 홍매가 피는 화엄사 새벽 5시 간밤에 준비해 둔 걸망을 메고 집을 나선다. 아주 오래된 고즈녁한 산속 큰 절집 구례 화엄사 홍매를 만나기 위해서다. 십여 년 전 지인은 사진가라면 반드시 아니 기필코 꼭 한번 찾아가 앵글을 맞춰봐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새벽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고 잔뜩 흐려 큰맘 먹고 길을 나선 길손의 심기가 영 편하지 않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려 가는 작은 慾을 가진 것도 아닌데 기상이 좋지 않아 미움과 증오의 감정이 살짝 생기려고 하지만 으스럼한 새벽길을 달리다 차장을 보니 유장한 섬진강의 느림이 마음을 치유한다. 그래 올해 좋은사진 못 담으면 내년에 다시 길을 나서면 될걸 뭘 그걸 가지고 대찰大刹을 맞을 여유조차 상실하면..
바람의 지문 그리움에 흐느적거릴까 바람은 갈대숲에 길을 내더니 늘어진 지문 가슴에 새겨 넣었다 아스라이 길이 끝나는 모퉁이 여인은 손짓하며 부른다 두발은 후들거리고 오래된 추억들은 겹겹 쌓여간다 벌어진 대궁 사이로 한 자락 감기는 바람은 향긋한 내음도 없이 혼탁한 세상 뒤집어 놓을 듯 바람은 실한 지문만 남긴다. 바람이 세월을 몰고 가는 고성 어느 둑방에서 바람의 지문을 보다 사진가 구름 걸린 산
무지개 핀 겨울바다 가을을 밀어낸 사천 바다에 무지개가 핍니다 겨울은 가을이 더 없이 그립기만 한 계절입니다 그래서 바다는 그 그리움에 푸르스름한 잿빛으로 변합니다 침묵하는 바다에 침묵하는 작은배 사공을 기다리는 마음은 포구에 닿습니다. 사진가 구름걸린 산
세월의 江 영천강 강은 수없이 변해도 고향 강 영천강은 안개와 바람과 폭우를 맞으며 산골짜기 흙탕물도 안고 내려와 강바닥 자갈 숨 가쁘게 울리며 흘러갔다 물줄기 따라 흐르는 세월은 만남과 이별을 수없이 반복하더니 아린 그리움 고개들어 강기슭에 내려놓았다 잔칫날 같던 장날이 파하기 전 작은 수양버들 아래 찬물 솟는 곳 생선장수 고무줄 장수 솥 장수 아낙들이 檀園의 빨래터가 되어 남정네들 가슴팍 요동치게 하던 그 강 옛 모습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갔지만 長江 낙동강을 만나는 남강과 합류되어 고향 강 영천강은 대양을 만난다. 사진가 구름걸린 산
함양 서하 천년세월의 은행나무 선비의 고장 정자의 고장 그리고 물레방아의 동네 함양 서하면 운곡리에 가면 은행나무 한그루 천년 세월을 버티고 서있다 만추의 작은 일탈을 꿈꾸며 부랴부랴 찾아가 보니 하늘을 향한 오름짓은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아찔한 가지에 새둥지 두어 개 달아 새 생명 잉태하니 그 열정 가히 높다 잎 다 떨구어 겨울로 가지만 남은 잎사귀들 작은 바람에 파르르 떨려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운곡 천년 은행나무 2022년 11월 12일 사진가 : 구름걸린 산 찾아가려면 :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