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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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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정悅話亭 (보성군 득량면) 적막이 흐른다. 고요한 좁은길을 따라가다 닿은곳 뜰 옆 백일홍은 그 빛나는 100일을 다한 듯 붉은 망울 서너 개 달고 길손을 맞는다. 거친 삶 보듬어 쉬게 할 듯 열화정은 먼 곳을 달려온 나그네에게 누마루를 내어 놓으며 휘어진 이야기, 캄캄한 이야기, 그리고 두렵고 지친 이야기를 나눠 보잔다. 노을이 외로움과 그리움을 품듯이 정자 아래 조용히 자리한 연못은 또 하나의 인연을 각인시키듯 투영한 그림자를 띄운다. 조선 헌종11년에 이진만이 후학을 위해 세운 이 정자가 '기쁘게 이야기하자'는 열화정이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것으로 일가친척간의 우애와 화목을 강조하는 말, 이진만의 손자 이방희는 당대의 석학 이건창 등과 학문을 논하고 한말의 의병 이관희. 이양래. 이웅래 등을 배출한 곳이란다..
만추 길 떠날 가을을 물고 기러기는 대열하여 창공을 날았다. 오늘 후드득 늦가을비는 단풍잎을 떨궈내고 고즈넉한 개울가 정자는 길손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데 아 ! 어디선가 전해오는 술 익는 소리 가을 가는 소리
고향있는 풍경 코로나19로 세상은 자꾸 야위어도 한뼘 두뼘 들녘은 숨가쁘게 황금이랑을 채우고 있다. 아이들은 또 다시 귀성을 멈추고 나는 혼자 놀 준비가 되었다. 병과 오늘도 씨름이다.
달아 해넘이 예년 같으면 무던히도 아쉽고 가슴 설레던 해넘이 건만 올해는 암울함 그 자체다 지구상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코로나 19는 모든 일상을 힘들게 한다. 긍정의 생각도 자주 바뀌고 1%의 행운도 멀게만 느껴지니... 그래도 저 해를 바다속으로 보내는 送年이어야 하고 다시 새해를 건져올려 또 희망을 한번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삼산갯가 노을
강은 또 겨울을 보듬고 흐른다 그 강가 오두막도 이제 사라졌다. 그곳에서 태어난 두 아이도 어른이 되었다 부엉이가 밤마다 찾던 강둑 키 큰 버드나무도 소쩍새 구슬피 울던 도화나무도 사라진 지 오래다. 따스한 호롱불 보듬어 밤마다 휴식하던 기산들도 고속도로가 반으로 갈라놓아 밤마다 그 강 영천강은 서러움에 목젖을 적셨다 어느새 떠난 지 스무해하고도 또 삼 년 강은 또 찬 겨울을 보듬고 흐르는데 그는 아직도 강가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침묵 이른 아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게 느껴진다. 얼마 전 가황은 테스에게 세상을 물었고 나는 나그네에게 묻는다 고단한 삶을 환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냐고 그러자 그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칠순 때 노르웨이의 피오르, 그리고 협만을 출사 여행 하려던 계획이 코로나 19로 산산조각이 났다. 가을은 쉼없이 깊어간다. 몇 번의 서리가 결국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이파리를 죄다 떨어뜨리고 말았다. 성난 바람이 물갈퀴를 세우며 자작나무숲을 향해 내달린다. 추측하지 말자 예전의 일상이 돌아온다는 걸...
가을소경2 코로나 19로 침울한 일상이 계속된다. 농익어가는 가을이 사방에서 와달라고 채근하지만 겁먹은 군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생각은 깊어지고 혹여 회색빛 상흔이라도 남을까 자꾸 망설여진다. 새벽5시 캄캄하다 주섬주섬 걸망을 메고 수목원을 혼자 달려간다. 아무도 오지 않을 때 설익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미국 풍 나무숲이라도 담아야만 이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의 밀어 익어 터질 것 같은 단풍 그러나 세상의 아픔을 아는지 미국 단풍도 메타도 예년보다 영 허접한 것은 필자 생각일까?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이국적인 가을 풍광 흐린 날씨 탓에 그림은 엉망이지만 눈 호사에 집으로 가는 길이 신난다. 가을이 늙어가기 전에 맑은 날 부리나케 달려와야겠다. 아 ! 저곳에 저런 풍광이 ... 수채화도 한장 그려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