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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산책 이제는 꿈을 찾을 일도 황금을 좇을 일도 없다 세상과 부대끼고 삶의 가치를 나름 느끼며 살았으니 인생의 목표치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런대로 무의미하지 않게 세월을 따라왔다. 간혹 만나는 벗들은 흐르는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얼굴에 미련이 보이지만 필자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그냥 시간 따라가는 것 같다. 장마로 연일 습도가 높아 집안에서 축 늘어진 일상보다는 어디론가 떠나는 게 나을 것 같아 몇 곳을 궁리하다가 몸도 마음도힐링이 되는 계곡산책길로 나섰다. 눈까지 맑게 하는 원시계곡의 초록은 실루엣 같은 안개를 걷어내며 더 깊이 농밀한 곳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장대한 폭포는 없지만 부족함 없는 소폭들이 나름 계곡을 거슬려 오르는 묘미를 준다. 아직 이곳은 무서운 사람들의 발이 들어오지 않아 원시 ..
월하미인 채계산 출렁다리 풍요롭지는 않아도 욕심내지 않고 조금은 모자라도 불평 없이 살아가는데도 病이 癌도 아닌 그 病이 바람같이 사는 나를 오랜 시간 병상에 머물게 할 때 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병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피골이 상접해 주치의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와 집에서 사나흘을 휴식한 후 찾아간 곳이 바로 채계산 출렁다리다. 심신이 회복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걸음수가 적어 더없이 안성맞춤이어서 아름다웠다. 해만 보느라 땅을 보지 못한 해바라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글귀가 새삼 생각나는 시간이다.
장산숲을 걷다 경남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된 장산숲은 구르미 그린 달빛과 녹두전의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찾아주는 사람이 뜸해 갈 때마다 필자 혼자 사색에 잠기다가 오곤 했는데 드라마 쵤영지가 된 후에는 주차장도 조성되고 주말이면 외지 사람들이 찾아와 한적했던 시골 숲이 적막에서 깨므로 더 생동감이 넘치는 숲으로 변하고 있다.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좌우에 서어나무 등 거목들이 숲을 이뤄 가족 나들이나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 이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숲과 호흡하며 놀다 간다. 평일에는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외는 적막해 꼭 산속 절집에 와 있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좋은 소리 중에 아이들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있겠지만 바람에 부대끼는 나뭇잎소리 또한 정겹다. 그곳..
숲정이 예전에는 마을 입구나 강변에 수해나 태풍 등 천재지변을 막아 마을을 보호해 줄 숲들이 많았지만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르고 파헤쳐져 지금은 이런 숲들을 구경하기가 쉽지않다. 전남 화순군 연둔리 동복천변에 1600년경에 조성된 숲정이는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가 높아 2002년에는전국 아름다운 숲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획득한 숲이다. 보통 마을 숲의 수종으로는 강을 낀 마을은 물버들,육지는 서어나무가 대부분이고 당상나무는 느티나무나 팽나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곳 숲정이는 서어나무와 수백 년 된 왕버들이 냇가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사계절 길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것 같아 길손도 어릴 적 동네 앞 시냇가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회상에 잠겨본다. 애전 신작로 같은 흙길과..
고창 청보리밭 사진을 하는 사람이나 또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찾아갔을 학원농장은 봄엔 드넓은 지역에 펼쳐진 청보리밭 과 유채, 여름이면 해바라기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들판에는 유채와 청보리가 피어 구부러진 사잇길을 걷는 모습들이 정겹다. 60년대 미개발 야산 10여 만평을 개간하여 일군 관광농원으로 1세대에는 오동나무, 뽕나무 등을 심다가 70년대는 목초 를 심어 한우비육 80년대는 수박. 땅콩을 재배하다가 2세대인 현재의 운영자가 92년에 경관농업으로 전환 지금의 모습 으로 일반에게 공개하여 한해 수십만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펼쳐진 청보리밭과 유채밭의 풍경은 그 규모가 장대해 도심에 찌든 일상을 힐링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는지... 오는 4월 1..
세량지 흐림 일일 최대 1천여 명의 사진작가들이 모여 경쟁적으로 사진을 담는 곳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곳 50에 선정된 이곳 세량지(제)의 압권은 분홍빛이 감도는 산벚꽃 그리고 연초록 맑은잎의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수면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반영이 있는 것 외는 세량지도 여느 농촌의 작은 소류지와 진배없다 허지만 그 아름다운 세량제도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평범한 새벽 저수지일뿐... 새벽 190여 km를 달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둑 아래와 못둑엔 사진가들로 제법 붐빈다 서둘러 삼각대를 세우고 저수지 끝부분을 응시하지만 안개가 너무 심해 상상했던 그림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동이 트면 심한 안개는 걷히고 물안개만 피어 날것을 바라고 있었지만 무심하게도 봄의 아름다운 향연은 끝내 없었다. 영혼을 부르..
봄볕 내려앉은 놀터 無盡亭 봄볕이 내려앉은 언덕배기에 터 잡은 무진정은 지금 보아도 풍류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곳으로 보여진다. 지나간 세월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머물고 있어 벚나무는 장중한 몸을 일으키며 가지마다 빈틈없이 눈부시게 하얀꽃을 달았다. 이제는 유적처럼 오래되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흔적들을 說로 찾기에도 희미해져 가는 무진정을 벚꽃 주저리 열린 봄날에 다시 찾았다. 초록으로 번져가는 나무들 봄 빛 담은 연못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아름답지만 풍류를 즐기던 사람들은 간데 없고 날마다 바삐 길 떠나는 시간만 머물다 간다. 아이들의 해맑은 소리가 고요를 깬다. 봄을 닮았다 나들이의 발걸음이 경쾌하니 길손 또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굳이 무진정의 내력은 몇해전 여름날에 기록 하였으니 오늘은 그 기록을 아래 사진으로 대..
남지'그 광활한 유채밭에 빠지다 필자가 2005년 낙동정맥(일부는 정간이라 칭함)을 종주하기 전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의 황지연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황지연보다 더 위쪽 금대봉 남쪽 너덜샘이 있어 낙동강의 발원은 너덜샘이다. 월간 산은 황지연은 낙동샘 너덜샘은 발원샘으로 정리하였다. 피재는 백두대간이 남으로 내려오다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한줄기는 지리산으로 다른 한줄기는 낙동강을 끼고 내려가는 긴 산줄기 즉 태백산맥이라고 불리었던 낙동정맥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삼수령이다. 여기 삼수령(피재)은 대한민국 3대강(한강. 오십천. 낙동강)의 발원지로 빗물 가족이 생이별을 하는 장소인 셈이다 오늘 길손은 유장한 낙동강변에 십수만 평의 광활한 유채들을 만나 고요한 강어귀에 앉아 잠시 낙동정맥종주를 추억하고 군복무 중 동기였던 통신병 전모 병장..